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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Apr 26. 2020

방비엥까지 이어진 잘못된 만남 1

방비엥

변하지 않은 라오스를 만끽하며 일단은 라오스 돈이 없어서 환전을 하고 내일 갈 카약킹을 예약했다. 난 전에 해봤지만 현주와 상목이형은 처음이라 일단 같이 가기로 했다. 그리고 예전에 왔을 때 묵었었던 방갈로 방에 짐을 풀었다. 전에 왔을 땐 2층방이었지만 이번엔 개인 테라스가 있는 1층 방이었다. 생각보다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잘 흥정했다. 


피곤했다. 내가 분명히 케리어 끌고 오지말라고 얘기했는데 말 안듣고 자기 몸만한 케리어를 끌고 와서 낑낑거리면서 가길래 좀 들어줬더니 결국 여행 내내 내 짐이 되었다. 처음엔 고마워 하더니 시간이 가면 갈수록 당연히 내가 끌게 되었다. 등 뒤엔 내 배낭이. 손에는 케리어가. 왜 그런걸까.


출출해진 우리는 전에 방비엥에 왔을 때 갔었던 나름 나만의 핫플레이스, (지금은 꽤 유명해졌다고 들었다) 메인 거리 뒤 공터 로컬 시장에 파는 라오스식 통바베큐집으로 데려갔다. 


“여기는 아직 사람들한테 안 알려진 곳인데.. 전에 왔을 때 라오스에 사시는 한국인 아저씨가 알려주신 핫플레이스야. 여기 양도 많고 진짜 맛있어!”


자신만만하게 바비큐와 밥을 주문하고 너무너무 그리웠던 비어라오도 시켰다. 


처음엔 이해안가던 비어라오에 얼음타먹기. 능숙하게 잔에다 얼음을 채우고 그 위에 맥주를 따랐다. 그리고 주문한 고기와 밥이 나오고 흥분하며 열심히 먹었다. 현주는 한 두입 먹고는


“고기가 너무 질긴데?”


마음에 드는게 하나도 없나보다. 여기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먹다보니 괜히 나도 고기가 질긴거 같다. 그렇게 현주는 몇입 안먹고 고기를 남긴다. 옆에서 상목이형도 고기가 좀 질긴거 같다고 거든다. 


시무룩하게 숙소로 와서 내일 아침 9시 카약킹 픽업이라 얼른 자리에 누웠다. 현주와 상목이형은 할 얘기가 남았는지 좀 더 얘기하다 잔단다.


다음날.



일찍 자서 그런지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눈뜨니 6시쯤이다. 숙소를 나가니 한가한 아침이 나를 맞이한다. 방비엥의 아침이다. 방갈로 앞 테라스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방비엥의 아침을 즐겼다. 9시 카약킹 픽업인데 아무리 기다려도 둘은 일어날 생각이 없는 것 같아 8시반에 깨웠다. 둘다 어제 얘기하다 새벽 3시 넘어서 잤단다. 둘다 비몽사몽 하더니 결국 픽업 장소에 9시 좀 넘어서 도착했다. 다행히 픽업 트럭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간단히 여행사앞에서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맞은편 옷가게에서 방비엥 튜빙이라고 적힌 민소매티를 샀다. 상목이형은 방수팩을. 현주는 선크림을 샀다. 오늘 물놀이를 가서 돈을 많이 들고 오지 않았는데 많이도 샀다.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계산하려고 주머니를 보니 돈이 모자란다. 그래서 둘에게 샌드위치 먹고 있으라고 하고 혼자 숙소까지 전력질주해서 뛰어갔다. 더운 날씨에 한번도 안쉬고 뛰어갔다왔더니 땀이 비오듯이 흐른다. 


그렇게 돈을 가지고 헐떡거리며 다시 픽업장소로 오니 이미 픽업트럭은 와있고 현주와 상목이형은 조수석에 둘이 타고 있다. 웃으면서 돈을 건내니 쌀쌀맞은 얼굴로 나한테 말한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너 때문에 다들 기다리자나. 민망해 죽는 줄 알았네”


나는 이렇게 땀흘리면서 뛰어갔다 온 나한테 ‘고마워’ 아니면 적어도 ‘수고했어’ 라는 말은 해줄 줄 알았다. 나는 뭘 위해 이 고생을 하고 있는거지.


이 둘은 조수석에 그리고 난 트럭에 맨 가장자리에 자리잡고 앉았다. 둘은 신나게 얘기하면서 잘도 간다. 이때부터 결심했다. 둘을 신경쓰지 말고 나도 내 여행해야지. 트럭에는 다 서양인들이다. 항상 하던대로 다 친해졌다. 이제 될때로 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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