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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Apr 27. 2020

방비엥까지 이어진 잘못된 만남 2

방비엥

카약킹 투어 내용은 전에 갔을때랑 완전 똑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전에 갔을 땐 9월. 우기가 막 끝날때라 수심이 깊고 물살이 빨랐다. 지금은 3월. 건기라 물이 얕고 물살도 느리게 흘렀다. 전에 분명히 튜브타고 동굴 들어갈 때 물이 너무 차올라서 위험해서 물이 좀 빠질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던게 기억난다. 이번엔 기다림없이 그냥 들어갔다 나온다. 나는 들어가지 않았다. 원래 갑갑한 느낌의 동굴을 안좋아하는데 굳이 또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현주의 얼굴은 너무 하얗다. 정확히 말하면 얼굴만 너무 하얗다. 타면 안된다고 얼굴에만 선크림을 발랐나보다. 그리고 물놀이 할거라 민소매티를 입었는데 기지개를 켜는 순간 난 내눈이 잘 못되었는줄 알았다. 겨드랑이에 머리카락 세 가닥이 붙어있다. 뭔 머리카락을 붙이고 다니냐고 생각하는데 이상하다. 팔을 올릴때마다 그 꼬불꼬불한 머리카락은 떨어질 생각을 안한다. 그렇구나.


‘겨드랑이 털이다’


머리카락이 그렇게 탄력있게 꼬불꼬불 할 수 없지. 팔을 그렇게 움직이는데 세 가닥 다 그렇게 악착같이 겨드랑이에 붙어있을 수 없지. 얼굴만 가부키 화장처럼 새하얀데 겨드랑이털까지 보니 이상하게 이제 더 밉다. 이때부터 난 여자의 겨드랑이 털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듯 하다. 그냥 싫다.


상목이형은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다. 현주는 승무원인데도 영어를 거의 못한다. 내가 같이 간 유럽친구들이랑 어울리면 어울릴수록 영어가 안 되는 둘은 더더욱 가까워 지는 듯하다.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처음 방콕에서 만났을 때부터 안맞는 걸 굳히 맞추면서 스트레스 받는거보다 더 잘노는 프랑스친구들이랑 노는게 더 재밌다.



카약킹을 시작해서 노를 저으며 내려오는데 수심이 너무 얕아 중간중간에 노가 바닥에 닫는다. 옆에는 서양인 여행자들이 튜브에 누워서 내려온다. 천국이 따로없다. 다음엔 꼭 튜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 옆으로는 술집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다. 목이 말라서 맥주도 한잔하면서 내려왔다. 


카약킹을 마치고 숙소에 도착해서 뻗었다. 유럽친구들이랑 헤어지기전 저녁에 ‘Bucket Bar’에서 한잔하기로 했다. 역시 현주와 상목이형을 데려갔지만 별로 어울리진 않는다. 나는 좋아하는 노래에 미친듯이 몸을 흔들었다. 이 둘은 춤추는 것도 별로 즐기는 것 같진 않다. 바에 있는 모든 서양애들이랑 친해지고 특히 친해진 영국인 친구들 조던과 케이티 그리고 벤과 내일 또 만나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일단 눈을 뜨자마자 숙소를 옮겼다. 가격은 훨씬 저렴한데 깨끗하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어제 갔던 버켓바 바로 앞에 있다. 버켓바 주변엔 식당과 술집이 모여 있었다. 제대로 놀기로 마음을 먹은거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약속 장소로 갔다. 나는 솔직히 이 친구들이 안나올 줄 알았다. 여행자들은 그렇다. 다들 스쳐지나가는 인연이다. 특히 술 취한 상태에서 한 약속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약속 장소에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케이티와 벤은 커플 그리고 조던은 케이티의 베스트프렌드란다. 셋 다 런던에서 미용사를 하고 있단다. 


“나는 솔직히 너네들이 안 나올 줄 알았어. 어제 우리 다 엄청 취했었자나”


이 친구들은 황당한 얼굴로 말한다.


“라오스에 와서 넬리 너랑 노는게 제일 재밌었어. 어떻게 그렇게 잘 노니. 오늘도 미친듯이 놀자!”


이 친구들은 지금까지 내가 만난 영국 친구들과 달리 예의바르고 친절하다. 거기다 잘 논다. 자고 있는 상목이형과 현주를 깨워 다 같이 튜브를 빌리러 갔다. 생각보다 비싸다. 그래서 케이티가 말한다.


“굳이 튜빙 할 필요 있어? 튜브 빌리지 말고 툭툭 빌려서 튜빙 스타팅 포인트로 가자고 하면 돼. 거기 있는 Bar 투어 가자! 거기 있는 바에 다 들어가 보는거야!”

좋다. 강가에 있는 바에서 놀기만 해도 재밌을 것 같다. 


그렇게 툭툭을 타고 30분 정도 달려 튜빙 스타팅 포인트로 갔다. 여기서 어떤 일이 생길지 상상도 못한채 그렇게 신난 우리는 바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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