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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May 06. 2020

미친듯이 취하기 2

방비엥

‘정글파티’


아마 꽃보다청춘 라오스편을 본 사람들은 알 지도 모르겠다. 아니 궁금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꽃보다청춘의 세 청춘이 정글파티로 간다고 하긴 했는데 방송심의 때문인지 그냥 술 먹고 논 파티여서 그랬는지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다.


‘어우 파티 어마어마했지’


라는 말만 나오고 넘어갔다. 말 그대로다. 정글파티는 정말 여기 라오스에서만 즐길 수 있는 파티가 아닐까. 방비엥 시내에서 트럭을 타고 30분인가 1시간인가 그렇게 숲속으로 들어갔던 것 같다. 점점 불빛이 사라지고 


‘우린 어디로 끌려가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는데 내리란다. 내려서 조금만 걸어가니 숲으로 둘러쌓인 곳에 엄청난 규모의 공터가 있다. 공터의 끝부분엔 큰 스테이지가 있고 그 옆으로는 이 숲속 전체에 울려퍼지도록 설치된 어마어마한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가니 곳곳에 포장마차처럼 술을 판다. 맥주를 하나씩 사서 입에 물고 아무대나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이 세상과 단절되어 오늘만 사는 사람들이 모인 것 같다. 남의 시선따윈 신경쓰지 않고 신나게 논다. 물담배를 하나시켜 앉아 스테이지에 공연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신기한 건 헬륨가스가 들어있는 풍선을 판다. 풍선에 있는 헬륨가스를 들이마시면 목소리가 재밌게 변하기도 하고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여기서 만난 루이스. 이 친구도 영국 사람인 것 같은데 ‘Bucket bar’를 가도 강가에 있는 ‘Last bar’를 가도 여기 정글파티에 와도 항상 있다. 생각해보면 항상 내가 마시고 있는 버켓에 빨대를 꽂고 한모금씩 마신다. 한창 기분 좋고 신날때라 몰랐는데 이 사람 저 사람 만날때마다 반갑게 인사하고 한모금씩 술을 얻어 마시는 것 같다.


“벤! 너 쟤 알어? 루이스라는데? 쟤는 내가 어디를 가도 만나는 것 같애”


벤과 케이티는 웃으며 말한다.


“쟤 아일랜드 앤데 방비엥에 온지 세 달이 다 되간대. 그런데 이제 돈은 다 떨어지고 여기를 떠나긴 싫고 그래서 이렇게 이곳저곳 다니면서 조금씩 술을 얻어먹고 다니는 것 같애. 우리도 쟤한테 인사하긴 하는데 별로 좋아하진 않아”


버켓 도둑놈 루이스 언젠가 복수하리라.


그렇게 미친듯한 파티가 끝나고 숙소에 와서 뻗어서 잤다. 


다음날 아침.


현주와 상목이형은 블루라군에 가고 싶단다. 나는 이미 가봤으니 둘이서 갔다오라고 하고 산책도 좀 하고 숙소에 누워서 좀 쉬었다. 숙소입구에서 상목이형을 만나서 다시 방으로 들어와서 침대에 누워있는데 갑자기 서양인 남자가 우리방으로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입고있던 민소매티를 벗고는 땅바닥에 누워서 잔다. 나는 어이없어 물어봤다.


“너 누구야? 여기 너 방 맞어? 방 번호 잘봐 너 방 맞는지”


그 남자는 일어나서 방 번호를 확인하더니 깜짝 놀라며 미안하다고 후다닥 나간다. 아마 낮부터 술을 한잔했나보다. 그 남자가 벗어놓은 민소매티는 우리방에 그대로 있었다. 음. 쓸만한데? 빨래비누로 빨아서 그냥 내가 입기로 했다. 이렇게 난 가끔씩 옷을 주워입는다.


또 밤이 깊어오고 당연하게 숙소앞에 ‘bucket bar’로 갔다. 거기서 또 만난 루이스. 왠일로 손에 버켓을 들고 있다. 잘 걸렸다 싶어 내가 먼저 인사했다.



“헤이 루이스 재밌게 놀고 있어?”


하면서 버켓에 꽂혀 있는 빨대에 입을 대고 있는 힘껏 빨아들였다. 버켓에 있는 술 반정도를 마셔버렸다. 그리고 쿨하게 


“재밌게 놀아”


하고 나는 사라졌다. 그때의 루이스의 얼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황당함과 허무함 그리고 억울함까지 섞여 있던 그 얼굴. 복수성공이다. 


라오스에 와서 계속 술만 마신 것 같다. 이번 여행이 내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르는데 잘 맞지도 않는 동행자와 같이 맨날 이렇게 밤만 되면 당연하게 술마시고 노는게 이제는 지겹다. 그만 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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