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낭만휴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elly park May 09. 2020

다시 새로운 인연들과의 만남

방콕

지니네에 도착하자마자 라오스는 기억도 안난다.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라오스지만 이번만큼은 너무너무 벗어나고 싶었다. 모든 여행지가 그렇듯이 아무리 자연경관이 좋고 맛있는 것이 많아도 동행자가 싫으면 그 도시는 좋지 않게 기억된다. 반대로 아무것도 할 게 없고 숙소에만 누워 있어도 같이 있는 사람이 즐거우면 멋진 도시로 기억된다. 이번에 방비엥이 그랬다.


23시간 동안 달려와서 피곤했지만 나를 아침 일찍부터 기다린 연희와 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다만 빠른 찬물 세수와 그것보다 더 빠른 이빨 닦기만 마치기로 했다.


연희와 밥도 먹고 커피도 한잔하고 혹시나 싶어 현주와 상목이형과 저녁에 만날 약속 장소를 가니 상목이형만 있다. 


“엇 혼자 있어요?”


현주는 다른 숙소에 잠깐 쉬다 바로 공항으로 갔단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 피차 서로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겠지. 그리고 다음날 보니 페이스북 친구가 끊겨있고 그리고 확인은 안되지만 아마 카톡도 차단하지 않았을까. 내가 싫었던 만큼 이 친구도 내가 많이 싫었나보다. 차라리 잘됐다. 그래서 상목이형과도 거기서 작별하고 연희와의 데이트를 즐겼다. 하나부터 열까지 안맞는 현주와는 달리 한마디한마디 할때마다 공감을 해주는 연희랑 있으니 너무 즐거웠다.


그리고 지니네에 돌아가서 친구가 많이 생겼다. 이때 절실히 느꼈다. 


‘그래 여행은 혼자 하는거야. 아무리 친하든 아무리 사랑하든 여행 스타일이 다르면 각자의 여행만 망치고 결국엔 남남이 되는거야’


이렇게 혼자 게스트하우스로 들어오니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중엔 나랑 통하는 사람이 있을거고 그냥 그런 사람이 있을거고 도무지 말이 안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럼 잘 통하는 사람과는 계속 친하게 지내다 시간이 허락하면 다음 여행을 함께 하면 되는 거고 그냥 그런 사람은 그렇게 스쳐가는 거다. 그리고 나랑 맞지 않는 사람은 이제 더 이상 만날 사람이 아닌것이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인연은 그 정도로 단순하고 다르게 말하면 냉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한공간에 있는 사람들과 다 같이 좀 걸어 유명하다는 소고기 국밥을 먹고 왔다. 그리고 그 중에 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클럽으로 갔다. 


멤버는 연희. 율리. 수혁이형 그리고 태국인친구 보니. 이 인연은 몇 년이 지난 오늘도 가끔씩 연락을 하고 지낸다. 라오스를 떠나며 당분간 술 안마셔야지. 당분간은 춤추고 안놀아야지 했지만 역시 같이 간 사람이 좋으니 즐겁다. 미친듯이 놀고 숙소로 오는 길에 길바닥에 나란히 앉아 먹는 파타이는 꿀맛이다.



다음날. 


다시 한국으로 갈 날도 얼마 남지 않고 다들 아직 자는데 혼자 일찍 눈을 뜨는 나는 심심하기도 하고 쇼핑이나 좀 할까 해서 카오산으로 걸어갔다. 누군가 스쳐 지나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낯익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외쳤다.


“엇 아야카! 어디가?”


감격의 포옹을 한다. 캐나다에서의 대학시절 알게된 동갑내기 일본인친구 아야카. 연락없이 지나다 6년만이다. 서로의 변한 모습과 그동안의 이야기를 할 여유도 없이 아야카는 지금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버스를 타러 가고 있단다. 그래서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훗날 아야카와는 또 다른 곳에서 만나게 된다.


여행하면서 만나는 이런 무작위의 만남. 이런건 우연이라기보다는 정말 운명에 가깝다. 이렇게 캐나다도 아닌 한국도 아닌 일본도 아닌 태국에서 우리가 한 곳을 지나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천문학적인 확률이 아닐까. 


그렇게 또 다시 난 여행을 즐기려는 무렵. 나에게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느낀다.



매거진의 이전글 잘못된 만남, 이제 안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