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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낭만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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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May 13. 2020

송크란

방콕

송크란의 아침이 밝았다. 2년전 방콕을 여행할 때부터 송크란 축제를 꿈에 그렸었다. 어제 수혁이형과 맥주한잔하다 생각보다 얘기가 길어져 아침 5시쯤 잠들어 눈을 뜨니 8시반쯤이다. 원래 아침에 잠이 많진 않지만 여행 오면 더 부지런해지는거 같다. 


자고 있는 수혁이 형을 깨워 아침을 먹으러 갔다. 밖에 나가니 이미 꼬마 아이들이 물총을 들고 숨어서 우릴 겨냥하고 있다. 맞다 오늘은 송크란이다. 


“얘들아 지금 옷은 젖으면 안돼. 좀 있다 우리 한판 붙자 오케이?”


라고 영어로 말했지만 못알아듣길래 손을 저으며

“노노노 낫 나우! 오케이? 오케이?”


그러자 씨익 웃더니 꼬마들은 쿨하게 자리를 뜬다. 수혁이형이 ‘American breakfast’ 잘하는 데를 안다고 같이 가자고 한다. 동남아에 오면 비싼 음식은 잘 안 먹지만 기분이다. 간다. 지니네에서 몇 발자국 걸어서 왼쪽으로 꺾은 모퉁이 작은 식당이 있다. 


‘White corner’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식당이다. 일하는 종업원이 너무 상냥하다. 그리고 아침에 듣는 나지막한 레게 음악이 너무 좋은 곳이다. 그렇게 즐겁게 아침식사를 하고 숙소에서 잠깐 쉬고 전투를 하러 나갔다. 


젖어도 되는 서핑 팬츠랑 나시티를 입고 고글 대신으로 3000원짜리 썬그라스를 하나 사서 끼고 물총에 물을 채워 밖으로 나갔다. 이미 온 바닥은 물바다고 거리에 나가자마자 서로 물을 뿌려댄다. 카오산 근처는 이미 발 디딜틈도 없이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축제의 시작이다.



서로 물을 뿌려대고 웃고 떠들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도로에는 트럭이 지나가며 양동이 채로 물을 날린다. 어떤 사람들은 물총에 얼음물을 채워 맞은 사람들은 깜짝깜짝 놀래기도 한다. 물을 맞아도 인상 찌뿌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밀가루 같은 걸로 서로의 얼굴에 칠해주기도 한다. 축복의 기원이란다. 


한바탕 놀고 잠깐 쉬러 들어왔다. 2차전을 기대하며 숙소에 오자마자 형이랑 뻗어버렸다. 2시간 정도의 달콤한 휴식 후 다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뭔가 고급스러운 식당이었다. 손님이 많았는지 음식은 한 시간이 지나서야 나오고 가격은 평소 먹는 밥값의 세배 정도가 나왔다. 그리고 다시 거리로 나갔다.


이미 해가 지고 어둡지만 아직 물놀이는 끝나지 않은 듯했다. 나간지 5분도 안되서 온몸이 흠뻑 젖어버렸다. 날씨가 어두워지니 이제 슬슬 춥기도 하고 해서 람부뜨리에 자리를 잡고 맥주 한잔에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흥겨운 음악이 나오고 술도 먹었으니 클럽으로 가서 미친듯이 흔들어댔다.


그리웠던 방콕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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