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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May 14. 2020

카오산 벗어나보기

방콕

송크란도 끝났고 생각보다 할일도 없다. 지니네 게스트하우스 1층에서 이리딩굴 저리딩굴 하다 오랜만에 할일이 생겼다. 


“좀 있음 은진이 생일이래! 넬리야 선물도 살 겸 짐톰슨 아울렛 한번 가볼래?”


은진이는 게스트하우스 사장님 재호형 딸 이름이다. 이제 막 걸으려고 힘껏 일어나는 은진이는 천사다. 은진이의 미소는 방콕의 가장 더운 시즌에 시원한 팥빙수 같다. 지금 어떤 선물을 사도 지금 한참 자라나는 은진이에게 곧 못 쓰는 물건이 되겠지만 그래도 선물을 사러 가야겠다.


에어컨 밑에 있다가 밖으로 나가니 푹푹 찐다. 나도 무작정 수혁이형을 따라 나선거라 어디에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형도 블로그 어디서 본거라 정확한 건 아니지만 일단 람부뜨리 근처에 있는 보트 선착장에서 배를 타러 가야한단다. 저번 여행 때 배를 탔을 때 기억이 너무 좋아서 흔쾌히 따라 나섰다. 태국인들한테는 이 배가 단지 교통 수단에 지나지 않겠지만 우리 같은 여행자들에게는 더운 이 날씨에 배를 타고 맞는 이 바람이 시원한 자연 에어컨이고 카오산처럼 여행자들이 모여 있는 어떻게 보면 가짜 같은 태국이 아닌 진짜 태국인들의 삶을 볼 수 있는 유람선 같은 배다.


배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진짜 태국을 한 20분 정도 감상했던 것 같다. 



태국에서 교통의 요지라는 사판탁신 역에 내려서 BTS로 갈아탔다. 잘 타진 않지만 BTS를 탈 때마다 느낀다. 태국에 이렇게 발전된 전철이 있다는게 새삼 안 믿긴다. 어떻게 보면 한국 지하철보다 깨끗하고 밖은 찔듯이 덥지만 전철에 오르자마자 너무 쾌적한 에어컨 바람이 나를 반긴다. 


그렇게 BTS를 타고 이름도 생소한 방짝 역에 내려서 조금 걸어가니 짐톰슨 아울렛이 보인다.



사실 나는 짐톰슨이라는 브랜드도 오늘 처음 알았다. 태국에 오면 나라야 (이것도 태국에 와서 처음 알게 된 브랜드)랑 같이 꼭 사야하는 게 짐톰슨이란다. 뭐 아무튼 생일 선물 사러 왔으니 아울렛에 들어갔다. 뭔가 고급스럽다. 그래서 에어컨이 빵빵한 이곳이 좋다. 가난한 여행자들에게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긴 하지만 천사 은진이를 위해 옷을 하나 샀다. 


열심히 쇼핑하고 슬슬 배가 고파진 우리는 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컴퓨터랑 친해서 이것저것 정보가 많은 수혁이 형이 또 물어본다.


“여기서 조금만 가면 쏨분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거기는 태국오면 무조건 가야할 정도로 맛있대. 너 게커리 먹어봤어? 이왕 먹을꺼면 맛있는데서 먹자”


그렇게 또 수혁이 형을 따라나섰다. 카오산로드가 좋아 카오산을 벗어난 적이 없는데다 길치인 나는 그냥 형이 가자는대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정확하게 어느 전철역에 내렸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그렇게 땡볕에서 한시간 정도는 식당을 찾아다녔나보다. 자신있게 따라오라는 수혁이 형이 당황한다.


“엇. 분명히 여기에 있어야 하는데 없어졌나봐. 어떻하냐. 이게 체인점이라는데 다른데도 분명히 있을꺼야”


하고 그냥 택시를 잡아타고 갔다. 처음부터 택시를 탔으면 이렇게 고생 안했겠지만 낯선 곳에서 땀 뻘뻘 흘리며 이렇게 돌아다니는 거도 재미있었다. 그렇게 고생고생해서 찾아간 쏨분 씨푸드 식당. 수혁이형은 블로그에서 본대로 능숙하게 주문한다. 그렇게 나온 음식들.



태국전체에서 먹은 음식 중 제일 맛있다. 어떻게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을까. 음식도 워낙 맛있지만 고생고생해서 찾아간 곳이라 더 맛있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고생한만큼 힘껏 음식과 맥주한잔을 즐기고 나오니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다시 처음 내린 사판탁신 역으로 택시를 타고 돌아가 배를 탔다.


밤에 배를 타긴 처음이다. 낮보다 더 멋진 경험이다. 날씨도 덜 덥고 배 위에서 본 태국의 야경은 눈이 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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