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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May 15. 2020

안녕 캄보디아

시엠립

                                                                                                                        


캄보디아 하면 딱 떠오르는 것 하나. 앙코르왓. 동남아 최대의 유적지.


나는 이것 하나 보러 캄보디아까지 가기는 싫었다. 오히려 남들 다 가 본 곳이라 덜 매력적으로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남아 여행만 벌써 세 번째. 캄보디아 빼고는 다 가봤다. 그냥 시간도 남고 방콕에만 있기에는 좀 심심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가보기로 했다. 항상 하던대로 가이드북도 없고 별 기대도 없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주워들은 정보를 토대로 일단 가보기로 했다.


주워들은 정보대로라면 카오산 로드 근처에 있는 아무 여행사나 가서 시엠립행 미니벤을 예약하면 된단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 방법은 새벽 3시쯤 룸비니 공원 근처에 로컬 사람들이 이용하는 카지노 버스를 타고 캄보디아 국경까지 가서 거기서 택시를 타고 시엠립 시내까지 이동하면 된단다. 망설임 없이 나는 후자를 택했다. 여행사에서 표를 끊어서 단체로 이동하면 좀 더 편하고 덜 위험하겠지만 가격도 약간. 아주 약간 더 비싸고 아침 8시 출발이라 시엠립 시내에 도착하면 저녁 6시쯤이 되니까 하루를 버리는 셈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카지노 버스를 타면 가격도 약간 더 싸고 새벽에 출발하는 거라 하루를 버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현지사람들이 타는 것을 타보고 싶기도 했다.


별 기대없이 그냥 가보는 거라 편하고 이미 친구가 많이 생긴 방콕을 떠나기 싫어 발이 잘 안 떨어졌지만 새벽 2시까지 잠 안자고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다 담배하나 피다 하며 기다리다가 작별 인사를 하고 혼자 배낭을 들고 나왔다. 카오산 근처에서 아무 택시나 주워탔다. 새벽에 혼자 가는 거라 뱅글뱅글 돌아갈 수도 있고 여차하면 다른 곳으로 갈수도 있겠다 싶어 최대한 아는 태국어를 총 동원해 택시기사 아저씨와 친해져서 바가지 없이 30분도 안되서 룸비니 공원에 도착했다. 


관광객들이 잘 안가는 곳이라 그런지 새벽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룸비니 공원은 스산했다. 많은 현지 사람들이 공원 옆 육교 밑에 저마다 큰 짐을 들고 버스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 중에는 캄보디아로 장사하러 가는 보따리 장수 태국인들도 보이고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러 가는 캄보디아 가족들도 있는 것 같았다. 이 늦은 시간에 한량같이 배낭 하나 매고 여행하는 외국인은 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힐끔힐끔 나를 쳐다봤다.


3시쯤 넘으니 꽤 큰 카지노버스가 도착했다. 


돈을 내고 버스에 오르니 짐은 밑에다 실으란다. 여행자 하나 없는 이곳에서 짐을 도둑맞으면 큰일이다 싶어 좀 불편하지만 다리 밑에다 배낭을 꾸겨 넣고 다리를 배낭위에 올리고 조금 불편하게 쪼그리고 잠을 청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날이 밝고 아침 10시쯤 되니 내리란다.


국경이 어디있는지도 모르고 도움을 청할 곳도 없어 버스에서 짐을 가지고 내려 어딘가로 열심히 가는 사람들을 무작정 따라갔다. 태국 국경으로 보이는 이곳으로 다들 들어가는 것 같아 따라 들어가 우선 태국 출국 도장을 찍고 나왔다. 그리고 조금더 걸어가다 보니 캄보디아 국경으로 보이는 곳에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일단 아무대나 줄을 서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국경을 넘어서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야 하는데 나는 아무나 배낭을 매고 있는 사람을 붙잡아 말을 걸어서 같이 택시를 타고 가서 같이 부담할 생각이었다. 항상 태국 공항에 도착해서도 아무나 잡고 말을 걸어서 카오산까지 같이 가자고 해서 택시 비용을 같이 부담한다. 그러나 눈을 씻고 찾아봐도 다들 현지인들이다. 외국인은 한명도 없다. 


초조해하며 점점 줄이 줄어가는 것을 따라 가다 저 앞쪽에 배낭을 맨 남자 두 명이 보였다. 아시아인이다. 좀 더 가까이 가서 둘이 말하는 것을 귀기울여 들어 봤더니 일본인이다. 너무 반가워서 다짜고짜 말을 걸었다.


“니혼진 데스까?”


일본인이 맞다. 어디가냐고 물어보니 시엠립 시내까지 둘이 택시나 버스가 있으면 타고 갈 생각이란다. 그래서 나도 시엠립까지 가는데 세명이서 같이 택시타고 가는 건 어떠냐 물어보니 오케이란다.



역시 난 운이 좋다. 난 여행할 때 어디를 가도 혼자가 아니다. 세명이서 이것저것 즐겁게 여행이야기를 하며 캄보디아 국경을 통과하고 기념사진도 한방씩 찍고 택시 흥정에 나섰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배낭을 맨 여행자 세명이 나오니 택시기사들이 우리들에게로 몰려든다.


“시엠립? 시엠립? 웨얼유고 마이 프렌드?”


동남아 어디서든 우리는 그들의 친구인가 보다. 무조건 마이 프렌드이다. 세명이니 한명당 15불에 가자고 한다. 정가를 모르지만 일단 우리는 거절했다. 그랬더니 한명이 13불! 다른 한명이 12불! 그러더니 어떤 아저씨가 잠깐 따라오라 그래서 갔더니 한명당 10불에 하고 다른 사람들한테는 비밀로 하고 가자고 한다. 


“오케이 콜! 근데 아저씨 다른 사람 태우지 말고 우리셋만 지금 바로 출발 할꺼에요. 다른 사람태우면 우리 바로 내릴꺼에요 오케이? 그리고 지금 당장 출발해요. 롸잇나우!”


오케이 하고 타란다. 출발해서 조금 가더니 속도를 늦추고 창문을 내리더니 


“시엠립! 시엠립!”


하고 외친다. 역시 다른 사람을 더 태울 생각인가 보다. 그래서 우리가 그냥 내릴 시늉을 했더니 ‘쏘리쏘리’ 하더니 바로 가겠다고 한다. 그렇게 20분쯤 가다가 쏘리쏘리 하더니 자기 가족들한테 잠깐 트렁크에 있는 짐만 내려다 주고 가면 안되냐고 묻길래 담배도 하나 피고 좀 쉴겸 오케이 했다.


차에서 내려서 처음보는 캄보디아의 시골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동남아 어디에서도 못 본 엄청난 크기의 나무들. 카메라로 제대로 표현이 안 되는 새초록 빛깔의 나뭇잎들. 눈이 탁 트이는 강 혹은 호수. 이미 캄보디아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차에 올라타 20분 정도 더 가서 시엠립 시내에 도착했다. 일본친구들이 원래 갈려고 했던 일본인 게스트 하우스 타케오는 생각보다 허름하고 작아서 타케오에서 걸어서 2분거리에 있는 야마토 게스트 하우스로 갔다. 가장 싼 방. 도미토리는 하루에 얼마냐고 물어봤다.


“2달러”


2불? 하루에 2000원이라고? 장난치나 싶어 다시 물어봤다.


“2달러”


진짜인가보다. 근데 세 명다 같은 방은 지금 없다고 해서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내가 1층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고 다른 둘은 2층방으로 갔다. 1년중에 가장 더운 푹푹찌는 4월에 캄보디아로 간 우리는 일단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시원한 맥주 한잔을 했다. 그리고 새벽부터 출발한 우리는 낮잠을 자고 좀 있다 보기로 하고 일단 눈을 좀 붙였다. 



5시쯤 되니 이제 그나마 날씨도 선선해지고 피로도 좀 풀리고 해서 앙코르왓에서 일몰을 보러 가기로 했다. 셋이서 툭툭을 대여해서 선셋 포인트로 갔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이미 사람들이 많이 와서 해가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가 잘 보이는 가장 높은 바위 위로 올라가 우리도 해가 지기를 기다리다 마침내 해가 힘을 다하고 점점 저물어 갈 때 어마어마한 감동을 받으며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다시 툭툭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캄보디아 잘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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