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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낭만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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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May 16. 2020

앙코르왓

시엠립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아니 새벽부터 몇 번이나 잠에서 깼다 다시 잠들었다를 반복하다 아침 일찍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원래 여행가면 아침 일찍 일어나 그 나라의 아침을 즐기기 위해 혹은 설레임에 눈을 뜨긴 하는데 이번엔 너무 더워서 잠에서 깼다. 확실히 2불짜리 방이라 그런지 에어컨은 당연히 기대할 수 없고 작은 창문에 4인실이라 방은 좁은데 4월이라 너무 더워서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다. 바닥에 작은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서 네 명이 자는데 얼굴에 땀이 주륵주륵 흐르고 등에는 땀 범벅이 되어 이미 이불이 축축해져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1층에 식당을 겸해서 하는 이 숙소의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아서 아침일찍부터 시원한 맥주 한잔을 시키고 담배를 뻐끔뻐끔 피면서 열기를 삭혀봤다. 아침 9시쯤 넘으니 친구들이 하나둘씩 내려오기 시작했다. 다들 잠을 설쳤는지 얼굴에 피곤이 가득했다.  

“얘들아 잘 잤어?” 

내가 물었다. 그러니 인상을 쓰며 

“아니 너무 더워서 진짜 어제밤에 죽을 뻔했어 너는?”

“나도 계속 자다가 깼어 우리 이러다가 죽는 거 아냐?” 

하고 장난으로 얘기해봤다.  

“우리 방이 2불이고 뭐고 세 명이서 좀 시원한 방으로 돈 합해서 옮기자. 이건 도저히 못할 짓이야” 

그렇게 얘기하다보니 시계는 벌써 10시 40분쯤. 체크아웃 시간이 11시니 짐을 얼른 싸고 나오면 되긴 하지만 셋 다 이미 귀찮다.

“우리 내일은 꼭 방 옮기자”

그렇게 말하고 하루를 시작했다. 

이렇게 아침부터 죽을 상하고 있는 어제 캄보디아 국경에서 우연히 만난 일본 친구들. 한명은 코지. 나랑 동갑이다. 일본에서 핸드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잠깐 일주일 휴가 내서 동남아 여행중이란다. 다른 한명은 다이스케. 우리보다 세 살 어린 친구다. 일본 유명대학에서 우주공학을 전공하고 취업하기 전에 세계 일주중이란다.  

오늘은 뭐하지 하다 캄보디아에 왔으니 앙코르왓을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다이스케는 별로 관심이 없는지 자전거로 혼자 여기저기 둘러보겠다고 한다. 일본친구들이랑 여행할 때 가장 좋은 점인것 같다. 같은 여행멤버라도 각자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절대 강요하거나 혼자 개인행동한다고 눈치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코지와 둘이서 툭툭 하나를 10불에 하루종일 대여하기로 흥정하고 출발했다. 


아직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은 아침 선선한 공기를 맞으며 앙코르왓으로 향했다. 앙코르왓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곳으로 가는 길에 이미 취해버린 것 같다. 나무 모양과 색깔이 다른 동남아시아 그리고 다른 어떤 나라와도 달랐다. 여행할 때 귀찮게 카메라는 필요없다 생각하고 스마트폰 하나 달랑 가져 온 것이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찍어도 내가 느낀 감동의 반에 반도 담기지 않았다. 일단 혹시나 앙코르왓이 너무 마음에 들어 또 오고 싶을 수도 있으니 3일 입장권을 끊고 툭툭 기사에게 기다리라고 하고 안으로 입장했다. 


또 하나 후회되는 것이 앙코르왓에 대해 조금만 공부하고 올 걸 하는 것이다. 조금만 더 알았다면 감동이 몇배는 더 컸을 텐데. 아쉬웠다. 앙코르왓이라는 유적지는 한 곳이 아니고 몇 곳에 걸쳐져 있는 엄청나게 큰 유적지라는 것을 알았다.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지금까지 살면서 본 적도 없는 특이한 건축물을 보고 감탄사를 자아내긴 했지만 얼마 가지는 않았다. 결국 그 안에 유적지가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탓도 있겠지만 푹푹 찌는 엄청난 더위 탓에 아마 우리는 지쳤나보다. 앙코르왓이 얼마나 대단한 유적지인지 모르고 와서 그냥 스쳐지나가며 봐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 

어느 유명한 관광지나 다 그렇듯 여기도 호객꾼들이 많았다. 하나 특이한 점은 아직 초등학교도 안들어 갔을 법한 꼬마 아이들이 엽서나 팔찌들을 들고 와서 

“3개에 1불! 잘생긴 오빠들 이거 사줘요”

하며 다가왔다. 근데 일본어다. 10명 넘게 다가왔는데 다 하나같이 일본어다. 그래서 생각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다 일본어를 잘 하는구나’ 


그런데 나중에 한국 사람들 만나서 캄보디아 사람들은 다 일본어로 호객행위 한다고 했더니 자기들한테는 무조건 한국어로 말했다고 한다. 나한테 ‘안녕하세요’ 한마디만 했었어도 아마 팔에 팔찌 몇 개 감고 다녔을 것이다.

점심시간이 좀 지나 덥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일단 툭툭 기사에게 식당으로 가달라고 했다. 볶음밥에 맥주한캔씩 마시고 노곤해져서 그냥 숙소로 돌아가자고 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툭툭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생각해보니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우리 둘다 너무 더워서 물 1.5리터짜리 사서 들고 다니면서 각자 4병씩 마셨는데 한번도 화장실을 안갔다. 너무 더워서 다 땀으로 흘려보냈나 보다. 숙소에 돌아와보니 검은색 반팔티가 땀에 있는 소금기 때문인지 하얗게 변해있었다.

뜨거웠지만 즐거웠던 캄보디아 앙코르왓 여행.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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