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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May 26. 2020

꼬따오 가기

꼬따오

일단 카오산 골목 어딘가에 있는 여행사로 들어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오늘 밤 비행기로 한국으로 가야하는데 제 티켓이 오픈 티켓이에요. 혹시 날짜를 일주일 후로 바꿀 수 있나해서 왔어요”


인상좋게 생긴 아저씨는 일단 ‘노 프라블럼’ 을 외친다. 그리고 컴퓨터로 이것저것 찾아보고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태국어로 통화하더니 말한다.

“스케쥴이 당장 오늘밤이라 일단은 티켓을 바꾸는데 수수료가 조금은 발생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일주일 후로 날짜를 변경해야 하는데 지금 당장은 자리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조금 더 조정해볼께요. 오후에 다시 한번 더 와주실 수 있으세요?”


티켓을 그냥 버리려고 했는데 수수료만 발생하고 날짜를 바꿀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일단 희망을 얻고 다시 람부뜨리 바깥쪽 도로에 있는 슈가 트레블로 갔다. 슈가 트레블은 내가 처음 여행할 때 찾은 제일 싼 여행사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꼬따오 다이빙에 대해 물어보니 이것저것 설명해주신다.


“일단 다이빙 회사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제일 추천하는 거 몇 개만 보여드릴께요. 일단 가격은 대부분 비슷해요. 9100바트 (당시 환율로 25만원정도) 에요. 그리고 3박 4일 일정이고 방콕에서 꼬따오까지 가는 교통수단이랑 숙소는 다 포함되어 있는 가격이에요. 한국인이라구요? 내일 한국인 강사한테 예약 잡아드릴 수 있구요. 그리고 이거는 8300바트 짜린데 이건 교통수단이랑 숙소는 따로 내야해요”


음. 예상치 못하게 폰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지출이 생각보다 심해서 더 가격에 신경을 많이 써야했다. 그래서 다른 람부뜨리 골목 이곳저곳 여행사를 또 돌아다녀봤다. 항상 밥먹으러 다닐 때 보이던 세븐 일레븐 바로 옆에 왠지 비싸보이는 여행사도 들어가봤다. 그게 신의 한수였다.


“3박 4일 일정이고. 8100바트 (당시 환율로 22만원 정도) 짜리가 있어요”


‘뭐라고? 8100바트 짜리가 있다고?’


“그럼 이건 숙소랑 교통수단은 따로 내야 하는건가요?”


나는 의심의 눈초리로 물어봤다. 그랬더니 직원은 웃으면서


“아니요 여기에 숙소랑 교통수단은 포함된거에요. 아 맞다 한국인이시죠? 한국인 강사는 내일 당장은 예약이 풀이고 모레는 되야 가능한데요 하루 더 기다리시겠어요?”


나는 환하게 웃으며


“아니요 한국인이든 미국인이든 일본인이든 다 좋아요. 내일 가능한 강사 아무나 예약해주세요”


좋다. 오늘 밤 바로 출발이다. 기분좋게 8100바트를 결제하고 조인트 티켓 세장을 스테이플로 찍어서 준다. 


그리고 픽업 시간 7시 반. 7시부터 가서 길거리에 앉아 맥주 한병을 사마시며 기다렸다. 역시 8시 반이 되어서야 픽업 버스는 나타난다. 역시 하던대로 새미에게 가방을 지키라고 하고 바로 버스 안으로 1등으로 뛰어 들어가 계단 바로 앞 넓은 자리를 잡았다. 역시 버스안은 어마어마한 에어컨 때문에 추웠고 그에 대비해서 긴바지와 긴팔을 입고 버스에서 제일 넓은 자리에 앉은 우리는 아주 푹 자고 일어났다.  



도착하니 정확히 어딘지는 잘 모르겠지만 항구 어딘가이다. 해는 아직 뜨지 않았고. 섬으로 들어가는 배는 세시간 있다가 들어온다고 기다리란다. 날씨도 너무 뜨겁지 않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에어컨 삼아 배낭을 땅바닥에 내려놓고 배게 삼아 한숨 자고 일어났다. 



이제 해가 뜨기 시작한다. 항구에서 노숙하고 보는 일출은 경관이다. 이제 옆에서 같이 코골고 자던 서양 여행자들이 하나 둘 움직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배가 들어 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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