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캄보디아에서 어이없게 스마트폰을 소매치기 당하고 얼른 다시 사야했다. 두번째 동남아 여행을 마치고 세번째인 지금 굳이 무거운 디카가 필요없다는 걸 깨닫고 카메라를 가지고 오지 않았었다. 그런데 유일한 카메라인 스마트폰이 없는 지금 여행을 하면서 아무런 기록이 없게 되는게 싫어 최대한 빨리 스마트폰을 사야했다.
일단 방콕에 도착하자마자 지니네에 짐을 풀었다. 그리고 난 이런 어이없는 경험을 마치 영웅담인듯 사람들에게 늘어놓았다.
“캄보디아 여행할 때는 무조건 조심해야 되요. 참나 어이가 없어서.. 맨날 주머니도 없는 알라딘 바지 입어서 항상 크로스백에 폰이랑 지갑이랑 넣고 다니다가 원래는 입지도 않는 딱 하나 면바지 가져 온 걸 클럽 간다고 입고 뒷주머니에 폰을 넣고 걸어가다가 레이디 보이 형들 세 명 팀워크에 완전 당했다니까요. 쥐도 새도 모르게 슬쩍 폰을 가져가요. 진짜 대단해요 대단해”
그래서 물론 캄보디아에서 방콕에 도착해서 새 폰을 사기 까지는 사진이 없다.
다음 날 아침.
날씨도 덥고 나가기 너무 귀찮지만 어쩔 수 없이 폰을 사러 밖으로 나갔다.
“태국에서 폰 살려면 어디서 사야해요?”
그랬더니 재호형이 말한다.
“방콕에는 MBK (마분콩) 가 제일 커. 우리나라로 치면 용산 전자상가 같은 건데 설명하기 어려우니까 일단 씨암센터까지 가서 거기서 툭툭이나 택시잡아 타고 가. 돈 얼마 안나올꺼야”
씨암센터야 몇 번 가봤으니 능숙하게 간다. 카오산에서 밖으로 나가 큰 길에서 3번 버스를 타면 된다. 나는 백화점이나 몰 가는 걸 정말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버스에서 내려 물어물어 조금 걷다보니 초록색으로 MBK라고 적힌 큰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몰은 생각했던 것 보다 어마어마하게 컸다. 길치인 나는 거의 길을 잃을뻔 했다.
내 첫 스마트폰은 대만회사인 HTC폰이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이제 살 수 없지만 굳이 해외 배송해서 지금도 HTC폰을 쓰고 있다.) 그래서 당연히 HTC코너로 갔다. 생각보다 최신폰은 너무너무 비싸다.
‘뭐 2만 바트????? (한국돈으로 대략70만원) ‘
가난한 배낭여행자인 나에게는 너무 큰 금액이었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호주로 날라가 워킹 홀리데이를 시작해야 한다. 과연 나는 이걸 사고 남은 돈으로 무사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내려가 1주일 후 호주로 날라갈 수 있을까?
모르겠다. 일단은 급격하게 변하는 이 세상에서 폰은 무조건 최신을 사야했다. 그냥 사버렸다. 역시 최신폰이라 그런지 뭔가 빠르고 갑자기 사진 퀄리티가 올라가는 느낌이다. 일단은 기분 좋다. 그리고 이후 호주에 도착해서 주머니에 거의 돈이 안남은 걸 알게 되고 절망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폰을 새로 사고 카톡을 다시 설치하니 캄보디아에서 만난 새미에게 연락이 온다.
“오빠 저도 방콕 왔어요”
새미는 방콕에 나랑 같은 날 도착했지만 다음 날 바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였다.
새미가 한국으로 가기 몇 시간 전.
카오산 로드에서 만났다.
“오빠 그냥 저 오빠 말대로 비행기표 찢고 좀 더 여행하다가 갈래요”
그렇게 우린 같이 꼬따오로 가게 되었다. 호주로 가려면 태국 남쪽 나라인 말레이시아로 내려가야 하는데 꼬따오는 지도상 가는 길에 있다. 항상 해보고 싶었던 다이빙도 이번 기회에 한번 해볼 겸 새미 비행기표도 연기할 수 있는지 물어볼 겸 같이 여행사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