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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May 21. 2020

소매치기 당하다

프레야힐즈

                                                                                                                                                                                                                                                     

오늘 아침은 견딜만 할 줄 알았다. 왜냐하면 어제 아침 이미 더위에 좀 적응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더위를 잘견디며 자다 새벽 5시쯤. 양옆으로 이층침대가 있고 그 중간에 작은 선풍기 하나에 의지하며 자던 중. 갑자기 쾅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 그 작은 선풍기가 열심히 일하다 지쳤는지 폭발했다. 선풍기 커버는 그대로였는데 안쪽에 있는 날개가 두 동강 나서 이리저리 부딪히고 있었다. 얼른 침대에서 나와 일단 선풍기 스위치를 끄고 코드를 뽑았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안났다. 


다시 자리로 돌아가 잠을 자는데 그 작은 선풍기마저 없으니 정말 더웠다. 땀을 뻘뻘 흘리며 억지로 잠을 청하다 안되겠다 싶어 밖으로 나와서 또 멍하게 앉아있었다. 같은방을 쓰는 쿠마상도 더워서 안되겠는지 밖으로 나왔다.


“아 오늘도 날씨가 참 덥네”

쿠마상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뭐 할 계획이세요? 저는 자전거로 한번더 시엠립 시내를 돌아볼까 하는데” 


쿠마상도 동의한다. 어차피 쿠마상은 시엠립에만 한 일주일 정도 더 있으면 천천히 쉬면서 둘러볼 생각이라 같이 가잔다.


일단 시간도 이르고 하니 쿠마상이랑 아침을 먹으면서 좀 쉬기로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 야마토 게스트하우스는 밥이 너무 맛있다. 날씨도 너무 덥고 상대적으로 좀 외각에 위치해 있어서 밖에 나가기도 귀찮은데 밥이 맛있으니 천국이다. 


그렇게 여유롭게 좀 앉아있다 또 쿠마상과 함께 자전거를 빌려서 나갔다. 오늘은 어제 안 가본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야마토에서 나와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가다보면 큰 사거리가 있는데 거기서 우회전 하면 나이트 마켓이고 좌회전 하면 앙코르왓이 나온다. 둘 다 가 본곳이라 우리는 그냥 직진을 해보기로 했다. 


역시 조금만 가니 금방 비포장 도로의 시골 마을이 나온다. 너무 좋다. 어제와 비슷하지만 색다른 풍경에 열심히 페달을 밟으며 나아갔다. 


그렇게 몇시간 달렸다 멈췄다 구경하다를 반복하다 지쳐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바로 뻗었다. 일어나서 좀 멍하게 있으니 해가 저물려고 한다. 다이스케가 오더니 오늘 전에 라오스에서 만났던 한국친구들 만나기로 했는데 같이 갈꺼냐고 한다. 


흔쾌히 오케이 했다. 


약속시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어 낮잠을 좀 자러 가기로 했다. 한 시간 반정도 눈을 붙였나 보다. 자고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니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와 있었다. 쿠마상과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서로 아는 사람인가보다. 


쿠마상이 묻는다.


“넬리야 내일 프레야힐즈라는 곳 투어 가기로 했어”


“거기가 뭐 하는 곳인데요?”


쿠마상은 특유의 인자한 미소로 말한다.


“몰라 여기 온 사람들 옆 숙소에서 온 사람들인데 좀 먼 곳이라 사람수가 안맞으면 출발을 못한대. 그래서 여기서 같이 갈 사람 구하나봐. 나랑 너랑 둘 다 가기로 했어”


나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아 저도 가는거에요? 그럼 뭐 알았어요”


역시 여행은 아무 계획이 없이 그냥 있어도 계획이 생긴다.


이제 다이스케와 함께 한국 친구들 만난다고 해서 같이 나갔다. 한국 남자 두명 그리고 여자애 한명. 같이 밥을 먹고 클럽가서 미친듯이 놀고 헤어졌다. 시간은 벌써 밤 12시. 나이트마켓을 조금만 벗어나면 불빛이 거의 없이 어두컴컴했다. 그래도 숙소까지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큰 길따라 쭉 올라가면 되는 길이라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그러자 다이스케가 질색하며


“넬리상 그냥 우리 툭툭타고 가요 한사람당 1불밖에 안해요. 너무 컴컴하자나요 위험해요 진짜”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야 그냥 걸어가면 금방인데 왜 돈을 써 그냥 가자”


그러자 다이스케는 쭈뼛쭈뼛하며 따라 걷기 시작했다. 반쯤 도착했을때였나 다이스케가 뒤를 돌아보더니 말했다.


“넬리상 넬리상 저기 멀리 여자 두 명이 우리 따라오는 것 같애요 그냥 툭툭타요”


나는 정색하며


“야 거의 다 왔어. 그리고 여자 두명이면 한명씩 싸우면 우리가 이기자나 그냥 따라와”


그렇게 좀 더 걷다 다시 다이스케는 뒤를 돌아보고는 말했다.



“넬리상 넬리상 아까 그 두 명이 이번에 세명이 됐어요 진짜 어떻해요”


나는 웃으며


“이제 진짜 조금만 더 걸어가면 돼 알았어 그럼 내가 여자 두명 맡고 니가 한명이랑 싸워 알았지? 얼른 가자”


그렇게 계속 걷다 거의 다 와가는데 뒤에서 오던 여자 세명이 우리쪽으로 뛰어오기 시작했다. 가까이서 보니 여자는 아니고 뭔가 덩치가 우람한 트렌스젠더들 같았다. 한 명씩 양쪽에서 내 팔짱을 끼고 다른 한 명은 뭐라뭐라 캄보디아어로 말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어 그냥 ‘노노’만 외쳤다. 그러자 한 2,3분 그러더니 사라졌다.


나는 의기양양해하며


“이것봐 별일 없자나”


숙소에 도착하니 별일 있었다. 뒷주머니에 넣어놨던 스마트폰이 없어졌다. 한 명이 앞에서 시선을 끌고 다른 두 명이 팔짱을 낀척하면서 슬쩍 귀중품을 훔치는 소매치기였던 것이다. 너무 분해서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절대 못찾을 것이다. 이번 여행은 카메라가 무거워서 그냥 스마트폰으로만 사진을 찍었었는데 그 스마트폰을 도둑맞은 것이다. 그래도 정말정말 운이 좋았던것은 어제 컴퓨터에 사진을 백업을 해놓은 것이다. 평소에 백업같은 건 절대 안하는 타입이지만 왜 그랬을까 어제는 괜히 사진을 옮겨놓고 싶었다. 정말 다행이다. 잃어버린 건 오늘찍은 사진 몇 장 밖에 없다. 


다음 날 


다행히 쿠마상 카메라가 두 개라 하나를 빌려서 프레야힐즈로 갔다. 프레야힐즈는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에 있는 곳인데 언덕에 올라가 태국과 캄보디아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경관이 일품이었다. 캄보디아에서 갔던 투어 중 가장 멋진 곳이었지만 어제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해 맘놓고 즐기지 못하고 다음 날 태국으로 가는 버스를 예약하고 씨엠립을 떠났다. 태국에서 다시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떠나기 싫었지만 갑자기 떠나게 된 캄보디아. 그래서 다시 오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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