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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낭만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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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May 20. 2020

시엠립 시내둘러보기

시엠립

매일 아침 똑같은 고민을 하며 눈을 뜬다. 

‘아 너무 덥다. 이러다가 진짜 죽을지도 모르겠다. 내일 아침 일어나면 꼭 방 옮겨야지’ 


오늘 아침도 예외는 아니었다. 


“좋은 아침!”

코지와 다이스케가 내려온다. 

“진짜 인간적으로 너무 더운거 같애. 그런데 뭔가 적응되고 있는 거 같지 않냐? 첫날에는 무조건 옮겨야지 했는데 오늘은 그나마 좀 나은 거 같애”

인간의 몸은 위대한 것 같다. 아니 여행자의 몸은 천하무적인 것 같다. 둘 다 생각보다 지낼만 하다는 눈치다.

“그럼 우리 그냥 여기 있자. 돈도 아낄겸 아낀 돈으로 맥주한 한잔 하자”

그렇게 또 아침부터 맥주 한잔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래도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날씨라 일단 샤워를 하러 갔다. 나는 샤워를 하면서 항상 손 빨래를 한다. 

여행자가 많아서 빨래방(?) 혹은 세탁소(?)가 발달되어 있는 동남아시아에서는 대충 빨래 1키로당 1000원 정도면 섬유 유연제 냄세가 풀풀 나고 햇빛에 빠짝 말려 까실까실한 촉감의 빨래를 해준다. 1키로면 거의 5일에서 길게는 1주일 정도의 빨래감인데 나는 그 돈이 아까워서 손빨래를 한다. 사실 여행하면서 항상 돈을 쓰기만 하는데 약간의 노동으로 돈을 번다는 그런 쾌감이 있기도 하다. 


일단 샤워를 해야하니까 옷을 벗고 입고 있던 옷을 세면대에 놓고 한국에서 가지고 온 빨랫비누를 묻혀 열심히 주물럭주물럭 하는데 세면대가 쾅! 하고 떨어졌다. 다행히 빨리 피해서 무릎을 스치면서 약간의 멍이 들고 피가 조금 나긴 했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세면대가 떨어지면서 생각보다 소리가 컸는지 사람들이 다 화장실로 몰려왔다. 화장실 문을 쾅쾅 두드리며

“아 유 오케이? 다이죠부?” 


무릎에 피도 나고 그렇게 오케이는 아니었지만 나는 지금 발가벗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외쳤다. 


“아 임 오케이. 노 프라블럼”

그래도 걱정이 됐는지 


“노 노 오픈 더 도어. 아 유 오케이?”

난 진짜 괜찮다. 제발 여기서 다들 가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한 번 더 크게 외쳤다.

“아 임 륄리 오케이! 아 윌 고 아웃 쑨!”

다행히 문 밖이 조용해지자 수건으로 몸을 대충 닦고 옷을 주섬주섬 입고 다리를 절뚝 거리며 나갔다. 메니저에게 세면대가 갑자기 떨어졌다고 하니 괜찮냐고 하더니 얼른 가서 수리를 한다. 참 2불짜리 방은 별일이 다 있다. 

샤워를 하긴 했지만 뭔가 꺼림칙했다. 오늘은 그냥 쉬엄쉬엄 자전거를 빌려 씨엠립 시내를 천천히 돌아보기로 했다. 어제 방멜리아를 같이 갔던 쿠마상도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오늘은 2인 1조 멤버가 탄생했다. 

툭툭이나 트럭을 타고 돌아보는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천천히 바람을 맞으며 내가 마음에 드는 곳에 잠시 멈춰 서서 한참을 멍하게 있기도 하고 너무 더우니 시원한 음료수도 하나 사 마시고 하며 조금씩 씨엠립 시내를 눈에 담았다. 


확실히 캄보디아는 시골이다. 씨엠립이 수도 프놈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인데 자전거를 타고 15분만 밖으로 나가니 온통 흙바닥인 비포장도로에 허름한 집들이 이어졌다. 캄보디아 건물이 허름하다고 해서 캄보디아 사람들은 결코 허름하진 않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 세상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난 항상 여행을 하면 그 나라의 학교를 가 본다. 학교만큼 그 나라를 잘 나타낸 곳이 없다. 선생님들은 뭘 가르치는지 또 학생들은 뭘 배우는지 혹은 어떻게 가르치는지 또 어떻게 배우는지. 자연스럽게 미소가 나온다. 학교에 외국인은 잘 오지 않는지 다행히 학생들은 우리를 반겨주었다. 반 마다 우리가 지나가면 신기해하며 수업하다 창문으로 와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또 중학생이나 고등학생같은 좀 큰 아이들은 쑥쓰러운지 자기들끼리 소곤소곤 되며 힐끔힐끔 우리를 쳐다본다. 그러다 어떤 선생님이 우리를 자기 방으로 안내한다.

“저는 이 학교의 교장입니다. 어디서 오셨어요?” 


그리고 유창한 영어로 학교 소개와 캄보디아 역사에 대해서 설명해주신다. 역시 학교에 와 보길 잘했다. 신기한 것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질문하고 학생들이 손을 들면 지목된 학생은 일어나 두 손을 모으고 인사를 한 후에 발표를 시작했다. 한번더 이곳은 불교의 나라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곳 여행은 하루에 오랫동안 뭘 할 수 없다. 워낙 느린 나라이기도 하지만 캄보디아의 4월은 너무 덥다. 쿠마상과 나는 간단히 로컬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자전거 머리를 돌려 다시 숙소로 와서 뻗었다.


아침부터 야단법석 이었지만 그런 건 캄보디아에서 좋은 기억에 묻혀 기분 나쁘지도 마음 상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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