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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Jun 07. 2020

꼬따오를 떠나며

꼬따오

드디어 오픈워터 다이빙 자격증을 받았다. 간단하게 서류작성하고 가지고 있는 사진도 없어서 그냥 캠코더 같은 사진기로 사진찍어 자격증을 붙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케빈은 올해의 강사에 뽑힐 정도로 유능한 강사였다. 다이빙에 맛을 들인 나는 어드벤스 자격증까지 따고 싶었지만 3일 후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호주로 날라가는 비행기표를 이미 끊고 와서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돈도 없었다. 마틴과 타이먼은 이왕 시작한 김에 어드벤스까지 따고 간단다. 부럽다.  


꼬따오에서 다이빙만 하느라 제대로 이 섬을 즐기지 못한 나는 며칠 더 머무르면서 천천히 둘러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얼른 여행사로 가서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티켓을 알아봤다. 꼬따오에서 쿠알라룸푸르까지는 생각보다 멀었다. 일단 여기서 배를 타고 나가야 했다. 그리고 선착장에서 미니벤으로 여행사까지 이동해야 했고 거기서 또 버스로 갈아타야했다. 그리고 핫야이라는 도시로 가서 다시 미니벤으로 갈아타고 국경을 넘어야했다. 

 


적당한 가격에 티켓을 끊으니 조인트 티켓을 세 장이나 준다. 오늘 밤 버스라 시간이 남아 선착장 근처를 돌아다니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타투를 하기로 했다. 타투샵에 들어가서 얘기했다.

 


발목에 작은 별 세 개를 넣고 싶은데 얼마 정도 할까요?”

 


그렇게 이것저것 상담을 받고 오른쪽 복숭아뼈 부근에 별을 새기기로 했다. 아버지가 없고 외동딸인 어머니와 그리고 동생 하나 밖에는 이 지구상에 가족은 없는 나는 어머니 별 동생 별 그리고 내 별을 새긴다. 첫 타투라 긴장된다.  



그래도 그렇게 큰 크기가 아니라 금방 끝났다. 전혀 아프지도 않았다. 그렇게 내 첫 타투가 완성 되고 숙소로 돌아가 좀 쉬다 저녁이 되어 짐을 싸서 선착장으로 가 배를 탔다. 밤 배라 그런지 신기하게 생겼다. 군대에서 본 듯한 모포와 일자로 된 침대가 있다. 모르는 사람과 그냥 옆에 자는 구조다. 나는 아무데서나 머리만 대면 잘 자는 성격이라 눕자마자 코골며 잠들었다. 그렇게 여섯시간 정도 배를 타고 선착장에 도착했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둡다. 티켓을 확인하더니 나를 포함한 몇 명만 미니벤을 타고 한 여행사 앞으로 갔다. 그리고 한명씩 티켓을 가지고 들어오란다. 내 차례가 되어 들어가니 중국계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있다.

 


일단 여권 카피하고 국경을 넘어야 하는데 오늘 공휴일이라 2000바트 (대략 6만원 정도) 주세요”

 


응? 그런말은 없었다. 주변은 어둡고 아직 잠도 덜 깼지만 이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에도 태국에서 말레이시아 국경 넘은 적 있는데 돈 같은 거 안냈는데요?”

 


그랬더니 그건 몇 년전 이야기고 지금은 법이 바뀌었단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돈 없다고 하니까 얼마 있냐고 물어보길래 500바트 있다고 하니 깎아주겠단다. 더 말도 안되는 소리다. 분명 속고 있는 걸 알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은 나 밖에 없다. 아직 새벽이라 어둡고 밤새 배를 타고 와서 피곤했다. 얼른 돈 줘버리고 버스에 앉아 자고 싶어 그냥 돈 줘버렸다. 그랬더니 뭔가 음흉만 미소를 짓더니 이 아주머니는 오케이 하고 나가서 기다리면 버스가 올꺼란다. 밖에 나가서 조금 기다리니 이 여행사는 금방 불이 꺼지고 아주머니는 어디로 가버린다. 에휴 돈 뜯겼네. 아시아인은 나밖에 없었는데 아시아 호갱 잡았다고 집에 자랑하러 가는 거겠지.

 


그렇게 날이 밝고 태국 남자애가 오더니 버스에 타란다. 누가 봐도 여행사 버스는 아니고 로컬 버스같다. 여행자는 나밖에 없다. 그 남자애가 버스기사한테 수근수근 이야기하더니 돈 얼마를 쥐어 주는 듯하다. 그렇게 그 버스를 타고 또 몇 시간 멍하게 달렸다. 핫야이에 내리라고 하더니 또 다른 여행사 앞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날씨는 덥고 돈 뜯긴 거 때문에 열받고 배는 고프고. 그렇게 또 한 시간 기다렸더니 작은 미니벤이 오더니 타란다. 옆에는 네덜란드 커플이 앉아 있다. 몇 마디 주고 받아 친해져서 또 기분은 다시 좋아졌는데 잠깐 휴식시간에 그 중 남자애가 담배를 핀다. 다이빙 하느라 끊었었지만 그냥 피기로 했다.

 


담배 하나만 줄 수 있어?”

 


담배를 오랜만에 피니 머리가 잠깐 띵하고 어질어질 했지만 금방 또 좋아진다. 그렇게 국경을 넘는데 짐 검사하는 말레이시아 국경 직원에게 물었다.

 


말레이시아 국경 넘는데 돈 내야해?”

 


그랬더니 그 직원은 씨익 웃으며 손을 젓는다.

 


노노”

 


괜히 물어봤다. 더 열받는다. 그리고 국경을 넘어 또 미니벤은 하염없이 달린다. 다시 밤이 되었다. 

  


26시간에 걸려 쿠알라룸프르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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