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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Jun 10. 2020

친구와의 재회

쿠알라룸푸르

쿠알라룸푸르의 밤은 아니 쿠알라룸푸르 차이나타운의 밤은 조금 위험하다 들었다. 지난 쿠알라룸푸르에서의 숙소가 차이나타운에 있어서 일단 거기에서 묵기로 했다. 꼬따오에서 26시간에 걸려 차이나타운에 도착하니 벌써 시간은 11시를 넘어간다. 대부분의 상점은 불이 꺼져 있고 거리에는 술 취한 사람들이 몇 명 보인다.

 


전에 묵었던 숙소인 레게바를 찾아가봤지만 이미 불은 꺼져있고 문을 닫은 듯 하다. 마침 앞에 술이 꽤 취해 보이는 듯한 서양 여행자 둘이 지나간다.

 


혹시 이 근처에 아는 숙소 있어? 너네는 어디서 묵어?”

 


그랬더니 웃으며 약간은 풀린 눈으로 대답한다.

 


다른 숙소는 모르겠고 우리 묵는 숙소가 엄청 싸. 도미토린데 15링깃 (5천원 정도) 이야”

 


일단 거기서 묵기로 했다. 전에 묵었던 숙소가 22링깃 정도 였는데 말레이시아에서 엄청 싼거다. 이 친구들을 따라 숙소로 들어갔다. 허름한 외간에 걸어 올라가는 계단은 액션 영화에나 나오는 그런 곳처럼 낡고 어두웠다. 도착한 방은 6인실 방에 에어컨은 없고 각자 짐이 이곳저곳 흐트러져 있었다.

 


지금 메니저는 없는 것 같고 일단 자고 내일 돈 내. 같이 한잔 하러 갈래?”

 


태국에서 장시간 달려오느라 피곤하고 씻고 싶기도 해서 거절하고 내일 보자고 했다. 일단 짐을 내려 놓고 씻었다. 조그만 화장실에 샤워기만 간신히 붙어 있긴 했지만 땀에 찌든 내 몸 하나 씻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너무 피곤해서 일단은 누웠다.

 


이 6인실에 이미 두 명 정도가 자고 있었다. 이 친구들도 피곤했는지 술에 취한 건지 코를 엄청 곤다. 에어컨이 없는 이 방은 샤워를 하고 누워 5분도 되지 않아 다시 땀 샤워를 하게 만든다. 나 빼고 서양 남자 여행자들만 있어서 그런지 서양인 특유의 암내가 진동을 한다. 그래도 일단은 누워 눈을 감고 있어본다. 그러다 너무 더워서 일어나 바람 쐬며 담배도 하나 피고 다시 누워 자려고 노력해봤다.

 


잠깐 잠이 들려고 하니 아까 술 마시러 갔던 애들이 들어온다. 술에 많이 취했는지 자고 있는 사람들 따윈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한참을 방에서 얘기하더니 씻지도 않고 골아 떨어진다. 거의 한숨도 못잤다. 그래도 위험했을지도 모르는 이 곳에서 날이 밝을 때까지 씻고 누워 있을 공간을 찾았음에 감사하며 날이 밝자마자 메니저에게 돈을 내고 다시 가방을 메고 밖으로 나왔다.  



역시 말레이시아의 아침은 또 새롭다. 특유의 낡은 누런빛의 건물들과 아침을 여는 활기찬 사람들이 나를 반긴다. 다시 땀을 뻘뻘 흘리며 숙소를 찾아 나섰다. 낡은 건물들 사이에 깨끗한 간판이 돋보이는 숙소에 들어갔다. 역시 숙소도 깨끗하고 잘 정돈 되어 있었다. 가격은 예상했던 거보다 비쌌다. 32링깃 (만 천원 정도). 어젯밤 묵었던 숙소보다 두 배 이상이지만 그냥 편하게 쉬기로 했다.

 


그냥 그대로 뻗어 자고 싶지만 만날 사람이 있었다. 1년 전 한국에서 우연히 알게 된 동갑내기 말레이시아 친구들 수와 릴리안. 한국으로 여행왔던 이 친구들과 알게 되고 페이스북으로 종종 연락하다 오늘 드디어 만나기로 했다. 알고보니 둘 다 엄청난 엘리트였다. 한국에서 처음 만났을 때 너무너무 유창한 영어에 놀라기도 했지만 이 둘은 말레이시아의 서울대, 말라야 대학교 출신에 릴리안은 국제 변호사 그리고 수는 말레이시아 대기업의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었다.   



다행히 지금은 수가 일을 쉬고 있어 오전부터 시간이 된다고 해서 게스트하우스까지 와주었다. 이미 쿠알라룸푸르는 저번 여행 때 왠만한 곳은 다 봐서 어디가지 하다 수가 말한다.

 


우리집 가볼래? 지금 아버지 계시는데 한국 친구 오면 좋아하실꺼야”

  


그렇게 나는 뜬금없이 수의 집으로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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