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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Jun 11. 2020

친구와의 재회 2

쿠알라룸푸르

나는 전에 말레이시아에 왔을 때 항상 먹던 것만 먹었다. 여행 와서 크게 먹는 것에 신경쓰지 않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뭐가 맛있는지 모르는 이유가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수를 따라 지하철 역으로 가면서 길거리에 주스를 파는 곳을 발견했다.   



저건 룡안 이라는 건데 영어로 하면 ‘드레곤 아이’야. 버블티 같이 주스 안에 알맹이가 들어있어. 저거 하나 사먹자”

 


덥고 목도 마른데 잘 됐다 싶어 사먹었다. 신세계다. 나는 왜 항상 말레이시아에서 콜라나 커피만 사 먹었을까 하는 후회가 든다. 그렇게 룡안을 하나씩 손에 들고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을 가서 수의 집 근처 역에 내렸다.  


역시 관광지와는 다르게 조용한 주택가가 나타난다. 공원에는 애들이 놀고 있고 동네 어르신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장기 비슷한 것을 두고 있다. 한국이랑 비슷한 풍경에 미소가 지어진다. 수 집으로 가는 길을 따라 여행지가 아닌 진짜 말레이시아의 풍경을 구경하며 가는데 먹구름이 끼어 있던 하늘에서 비가 한 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침 안 먹었지? 비도 피할 겸 밥 먹으러 가자”

 


수는 집 근처에 진짜 맛있는 식당이 있다며 따라 오란다. 로컬 맛집이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인도인 아저씨가 길거리에서 뭔가 팔고 있다. 그리고 맛있어 보인다.  



수! 저건 뭐야?”

 


그랬더니

 


저거 로작이랑 첸돌이라는 건데 여름에 시원하게 맛있어. 저거 하나 먹어볼래?”

 


그렇게 아저씨 노점상 앞 조그만 테이블에 앉아 사이좋게 먹고 수가 자신있게 소개하는 로컬 맛집 도착.  



깔끔한 간판에 분위기 있는 테라스가 눈에 띄는 곳이다. 일단은 자리 잡고 앉아 마실 걸 시켰다. 혼자 왔으면 아마 콜라나 아이스커피를 시켰겠지만 수가 과일 주스를 시켜준다. 주문을 하고 음료가 나오니 이건 뭔가 비쥬얼부터 다르다.   



그리고 수가 시킨 음식이 나온다. 음식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지금까지 말레이시아에서 볶음밥만 먹은 내가 한심하게 느껴진다. 너무 맛있다.



계속 감탄하며 식사를 끝내고 드디어 수의 집으로 간다. 머리가 새하얗게 센 수의 아버지가 나를 반겨준다. 중국계 화교인 수의 집은 무슬림이 국교인 말레이시아 집이라기 보다 중국 영화에서 본 듯한 그런 느낌의 집이었다. 수의 아버지는 영어가 유창하지는 않지만 더듬더듬 나에게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셨다. 

 


수의 할아버지가 중국 민주화 전쟁 때 말레이시아로 와서 정착해 지금 수는 화교 3세라고 하신다. 내가 좋아하는 삼국지 이야기도 해주시고 나는 궁금해 하시는 남한 북한 이야기를 해드렸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이제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나서야 릴리안이 일을 마치고 차로 수 집까지 데리러 왔다. 반가움의 포옹을 하고 다음 행선지를 정한다.

 


부킷빈탕 가자! 거기가 쿠알라룸푸르에서 제일 식당도 많고 술집도 많아”

 


이제 우산 없이는 걷기 힘들만큼 비가 쏟아지지만 차를 타고 이동하니 편하기도 하고 그렇게 낭만적일 수가 없다. 비오는 평일 밤이라 생각보다는 사람이 없었지만 지금까지 갔던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젊고 활기찬 느낌의 거리다. 비가 잘 보이는 테라스에 앉아 얼른 음식을 시켰다. 메뉴를 봐도 뭐가 뭔지 전혀 알 수 없는 나를 위해 수와 릴리안이 알아서 맛있는 걸 시켰다.

 

오랜만에 만났고 비도 오는데 맥주 한잔은 빠질 수 없다. 역시 로컬 친구들과 같이 오니 동남아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가 많은 곳은 태국이었는데 말레이시아로 바뀌려고 한다. 인도요리 말레이시아요리 그리고 중국요리까지 먹을 거리가 너무 많다. 

 


배가 터져서 움직이지 못할 만큼 먹고 이제 분위기 좋은 바로 이동했다. 재밌는 이름의 바다.

 


‘Never mine Its yours’  



그래서 넬리 넌 이제 어디로 갈꺼야?”



수가 묻는다.

 


이제 내일 아침 비행기로 호주로 갈꺼야. 그 다음엔 모르겠어. 호주에서 1년 정도 여행하면서 일하고 또 그 다음은 나도 모르지.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 그런데 말레이시아는 꼭 다시 올꺼야”

 


그랬더니 갑자기 릴리안이 종이를 하나 꺼내더니 뭔가를 잔뜩 쓴다. 그리고 중간에 각자의 이름이 있다. 

 


여기에 싸인해. 여기에 싸인하면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거야”  



역시 국제 변호사다. 꼭 다음에 넬리는 말레이시아에 와서 셋이서 같이 여행 할 것. 등을 포함해 위반할시 벌금 얼마. 상세하게 써놨다. 물론 장난이지만 셋이서 술도 먹었겠다 웃으면서 각자 이름 밑에 싸인을 했다. 그 후 나는 아직까지 말레이시아에 가지 못했다. 그 동안 수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고 릴리안은 더 잘나가는 국제 변호사가 된 듯하다.

 

다음에 꼭 보자는 아쉬움의 말을 하고 헤어졌다. 

  


다음 날 아침 비행기로 나는 호주로 날아갔다. 주머니에는 이제 돈이 거의 없다.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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