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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Jun 01. 2020

다이빙 마지막 날

꼬따오

아직 꼬따오의 밤은 끝나지 않았다. 리조트에 있는 식당에서 한잔하다 수영장에서 알게 된 호주 게이 친구와 다이빙 마스터 과정을 하고 있는 독일 친구와 다 같이 2차로 다른 바로 가기로 했다. 다들 젊은 나이에 이곳 꼬따오에서 한가하게 다이빙을 하고 있으니 원래 하는 일이 궁금해졌다.

 

넬리 넌 원래 직업이 뭐야?”

 


음 난 원래 직업이 뭐였지. 조금 생각하다 말했다.

 

여기 오기 전에는 카타르에서 왕자 통역관이었어. 그 전에는 한국에서 영어 선생님이었고 그 전에는 해군이었고 또 그 전에는 학생이었나. 몰라 나도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하고 웃어버렸다. 그러자 이 친구들은 깜짝 놀라며 말한다.

 

카타르? 내가 아는 그 카타르 말하는거야? 석유 부자나라? 왕자 통역관이었다고? 어쩐지 영어 잘하더라. 왕자는 진짜 돈 많아? 차는 뭐야? 어떻게 생겼어? 나이는?”

 


그래서 이것저것 설명하다 나도 물었다.

 

너넨 네덜란드에서 레퍼 였다며? 진짜 그걸로 돈 버는 거야?”

 


그러자 타이먼이 진지하게 말한다.

 

그럼 내가 보여줄께. 프리스타일로 지금. 마틴 비트 넣어줘”

 


마틴이 비트박스를 시작한다. 그리고 타이먼이 여유롭게 렙을 시작한다. 프리스타일인데 실력이 대단하다. 그리고 조금은 실망한듯이 말한다.  



영어라 조금 어색한데 이번엔 더치 (네덜란드어)로 보여줄께”

 


하고 무슨 말인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라임이 잘 맞는 멋진 렙을 보여준다.   



그렇게 꼬따오에서의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

 


오늘도 평화로운 아침이다. 숙소에서 나오면 바로 해변이 있다. 타이먼과 마틴과 같이 해변 한켠에 자리잡고 오늘은 같이 모닝 비어를 마셨다. 그리고 오늘도 식당에서 간단한 이론 교육을 했다. 


   

점심 먹고 오후에 바다로 가서 진짜 다이빙 실습을 할꺼야.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좀 있다 봐”

 


케빈은 말한다. 조금씩 긴장되기 시작한다. 

 


후가 되고 각자 다이빙 장비를 배에 싣고 바다로 나갔다. 우리 셋뿐만이 아니라 여러 그룹이 한 배를 타고 각자 다이빙 포인트로 나간다. 바다로 뛰어들기 전 기념 사진도 찍고 장비 없이 그냥 바다로 뛰어들어 수영도 한다.   



넬리야 넌 그때 숨 차서 수영 테스트 다 못 마쳤으니까 지금 하자. 지금 물에 들어 간김에 이 보트 주위로 여덟바퀴 돌면 돼”

 


오케이 하고 열심히 돌았다. 드디어 입수의 시간이 왔다. 배로 올라가 수트를 제대로 입고 고글도 하고 오리발도 꼈다. 서로 산소탱크 매는 걸 도와주고 입수다. 케빈이 먼저 입수 시범을 보여준다. 티비에서 본 것처럼 머리 먼저 뒤로 입수 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냥 걷듯이 한 발을 앞으로 내밀고 한 손으로는 고글이 안벗겨지게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중요한 부위를 가리고 뛰라고 한다. 

 


바다위에 둥둥 떠서 마지막으로 약간의 교육을 하고 입에 산소 호스를 물고 조끼의 바람을 빼고 하나둘씩 천천히 바다 안 속으로 들어간다. 다이빙 포인트에는 긴 밧줄이 연결 되어 있어 그것만 잡고 천천히 밑으로 내려 가면 된다. 막상 바다속으로 들어가려니 긴장되긴 하지만 천천히 따라 들어갔다.

 


케빈을 따라 들어간 바다속은 뭐랄까. 어머니의 뱃속이랄까. 아니면 우주 공간을 떠돌아 다니는 느낌이랄까. 중력 없이 발차기와 손짓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이 느낌이 너무 신기하다. 바다 속을 한참 헤엄치다 보면 한번씩 깨 닿는다.

 

아 맞다. 여기 바다속이지’

 


입에 산소 호스를 물고 있어서 숨 쉬는게 무리가 없으니 바다속인지 땅 위인지 까먹게 된다. 이 날은 운이 안 좋아 이렇다 할 멋진 바다 생물을 못봤다. 고래 상어도 못봤고 거북이도 못봤다. 그래도 니모는 봤다. 니모가 사는 산호초를 손으로 살짝 툭 쳤더니 니모 한마리가 나오더니 내 손등을 사정없이 물고 간다. 벌에 쏘인 느낌이다. 나중에 물위로 올라가 손등을 보니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다행히 독이 있는게 아니었다. 그리고 케빈은 니모한테 물렸냐며 크게 웃는다. 심각한게 아닌가 보다.

 


이렇게 오픈 워터 다이빙의 모든 과정을 끝내고 다시 보트를 타고 육지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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