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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낭만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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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May 29. 2020

다이빙 둘쨋날

꼬다오

또 아침이 밝고 아침형 인간인 나는 모두가 자고 있는 꼬따오를 즐기기로 했다. 밖으로 나와 맥주 한병을 사서 해변에 앉았다. 역시 빈속에 마시는 모닝 비어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짜릿함이다. 전날 먹은 모든 음식이 소화되고 아무것도 없는 위 속으로 탁탁 터지는 탄산 같은 시원한 맥주가 식도를 타고 내려갈 때의 그 느낌. 어쩌면 이 모닝 비어가 내가 여행을 끊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해가 뜨고 사람들이 하나 둘씩 잠에서 깨어 밖으로 나온다.

 

굿모닝”

 


어제 술을 좀 마셨는지 퉁퉁 부운 얼굴로 눈을 비비며 나오는 마틴과 타이먼. 오늘은 리조트의 식당에서 수업을 한다. 여기서 또 다른 뭔가를 느낀다. 나는 외국에서 학교를 나왔지만 그래도 군대까지 갔다 온 한국 남자라 한국 문화에 더 익숙하다. 일단 수업시간에 음료를 하나씩 마시면서 하자는 말에

 

투 비어!”

 


이 친구들은 스스럼 없이 맥주 두 병을 시킨다. 그래도 수업시간인데라는 생각하고 있는 나를 보며 케빈은 말한다.

 

그래도 아침인데 맥주 말고 다른 거 마시면서 하자”  



그렇게 딸기 주스와 함께 수업시작이다. 자유로운 네덜란드에서 온 이 친구들은 케빈이 설명을 해도 잘 듣지도 않는다. 그래도 질문은 많다. 그렇게 케빈과 우리 셋은 즐겁게 이론 수업을 마치고 조금 쉬다 다시 수영장에서 만났다. 

 

오늘은 수영이 아니라 직접 장비를 차고 잠수하는 연습을 할꺼야”

 


케빈을 따라 창고 같은 곳에 가서 다이빙 수트와 고글 등을 가져왔다. 그리고 무거운 산소통은 이미 수영장 옆에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입수전 아까 수업 했던 내용을 한번 더 숙지하고 케빈을 따라 수트를 입고 장비를 착용하고 산소통을 매고 입수 했다. 그래도 아직 바다가 아닌 수영장이라는 생각에 그렇게 긴장 되지는 않는다. 

 


수영장 안에 잠수해서 배운 수화를 연습했다. 지금 괜찮냐는 말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면 이상 있으니 올라가자는 말이니까 오늘 엄지 세우면 벌칙으로 맥주사기로 했지만 다행히 아무도 엄지를 세우지 않고 배운 대로 오케이 사인을 했다. 그리고 물 밑에서 비상사태에 산소가 없을 때를 대비해서 서로 산소 호스 바꿔 끼기, 고글 바꿔 끼기 등을 연습하고 오늘 교육은 끝이 났다.

 


물에 들어갔더니 또 피로가 몰려와 한숨 자고 나왔더니 세미가 달려와 말한다.

 

오빠 자는 동안에 마틴이랑 타이먼이랑 얘기하면서 놀았는데 내가 영어가 짧아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쟤네들 한국도 잘 모르고 뭔가 한국을 무시하는 듯이 말하는 거 같애서 기분 나빠요”

 


호오 그렇단 말이지. 

 


숙소 밖으로 나가서 해변에 누워 있는 타이먼과 마틴을 만나 맥주 한잔 하면서 얘기했다. 한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니 별 생각 없어 보였다.

 

한국? 그냥 아시아에 있는 중국 옆에 있는 조그만 나라 아니야? 북한은 잘 알지. 핵폭탄 때문에 무서운 나라 인거 같애. 사실 잘 몰라”

 


나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너 지금 쓰고 있는 삼성 갤럭시 폰 어때? 어느 나라 회사 인줄 알어?”

 


랬더니

 

이거? 일본 폰이자나”

 


나는 그래서 조금 진지하게 얘기했다.

 

삼성은 한국 회사야. 아마 너네 나라에 가도 우리 나라 회사에서 만든 물건들 많이 쓰고 있을걸? 여기 있는 에어컨 보이지? 이거 LG야 이거도 한국 회사고 아마 네덜란드에서 현대 차 많을 걸? 그거도 다 한국꺼야. 네덜란드 GDP보다 한국 GDP가 훨씬 높아. 인터넷에 한번 찾아봐. 우리 엄청 부자 나라야. 그런데 그것도 한국 전쟁 후에 50년만에 만든 거야. 대단하지 않냐?”

 


내 말을 듣고 나니 이 친구들은 얼이 빠져 보인다.

 

미안해 우리는 한국이 되게 작고 못사는 나라 인 줄 알았어”

 


그렇게 한 방 먹이고 또 다시 위아더 월드가 되어 미친 듯이 마시기 시작했다. 내일은 진짜 바다에 들어가야 하는데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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