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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Jun 15. 2020

여행의 이유

오키나와

아침 일찍 7시 알람에 눈떠 서둘러 준비하고 전철역으로 갔다. 야오역에서 츠루하시역으로 가서 다시 칸사이공항행 열차로 갈아탔다. 다행히 이륙 1시간 반 전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조금 기다렸다 비행기에 올라탔다. 비행시간은 2시간 남짓. 이제 오키나와라니 설레이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이번여행은 항상 했었던 장기여행이 아닌 단기여행인데 장기여행 습관을 못버리고 가이드북도 없고 인터넷 검색도 숙소 예약도 없이 그냥 털썩 비행기로 올라탔다.



공항에 도착하면 무엇을 타고 어디로 가서 짐을 풀어야 하고 오키나와에 가면 어디를 꼭 가봐야하고 무엇을 먹어봐야 하는지 전혀 정보없이 그냥 가는거라 생각이 좀 많아졌지만 어떻게든 되겠지하고 어제 잠을 많이 못자서 눈을 좀 부쳤다.



눈을 뜨니 머리 위 시트벨트 사인에 불이 켜지고 착륙 15분 전이란다. 내 옆자리에는 너무 귀여운 꼬마아이와 부인과 함께 가족단위로 온 인상좋은 일본인 아저씨가 앉아계셨다. 그래서 말을 걸어봤다.


"안녕하세요. 혹시 오키나와에 대해서 좀 아세요? 저는 한국에서 왔는데요 유명한 곳 있으면 좀 가르쳐주세요"


하고 말문을 텄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숙소도 예약 안하고 무턱대고 그냥 온 것을 알고는


"우리 가족은 공항에서 바로 렌터카 해서 드라이브 갈 건데 괜찮으시면 같이 가실래요?"



음. 일단 숙소를 찾아봐야 하지만 재밌을 것 같아서 오케이 했다. 아 역시 어떻게든 되는군.



공항에서 렌터카 픽업 벤을 타고 회사로 가서 차를 빌렸다. 아저씨는 43살 다나카상. 일본 통신회사 도코모의 지점장을 하고 계신단다. 그리고 너무 사람 좋으신 부인 사유리상. 마지막으로 너무 이쁜 애기 네살박이 모모짱. 이런좋은 사람들을 만나다니 역시 나는 운이 좋다. 다나카상은 한국에서 온 나의 여행이야기들을 너무 재미있어하셨다. 일단 배가 고파져 일본 카레 체인점 코코이치방야로 가서 너무 맛있는 치즈 카레 돈까스를 아예 마셔버렸다. 참 오키나와는 날씨도 좋고 밥도 맛있고 사람들도 좋고 천국이다.



지금 블로그 시작한지 얼마 안됐고 다음 여행 나가기전에 책을 낼 거라 하니 다나카상은 아주 좋아하시며


"넬리 어플을 만들어 보는건 어때? 직장인들 잠깐 쉬는 시간 10분, 15분동안 게임하기는 좀 시간 아깝고 짧고 

재밌게 글 읽을 수 있게 연재하면 좋을 것 같은데. 빡빡한 삶에 넬리군 여행으로 대리만족도 할 수 있고. 어플 만들면 내가 1번으로 다운로드 할꺼야 하하하"


기발한 생각인것 같다. 한국 돌아가면 한번 해봐야지. 물론 다나카상 이야기도 나올 것이다.


뒷자리에 앉은 너무 귀여운 모모짱은 잠들었다 일어나면 


"마메 마메 (콩 콩)"


하고 외친다. 콩을 너무 좋아하고 작고 동그란건 다 좋아한단다. 내가 신기하게 생겼는지 유심히 쳐다보다 내가 뒤돌아보면 부끄러운지 엄마 품에 얼굴을 묻어버린다. 



3시간 좀 덜 걸려 도착한 이케이지마 (이케이섬). 이렇게 차를 빌리지 않았으면 나는 절대 못 와볼곳 이었다. 해가 곧 저물려고 해서 해변에 사람들은 거의 없고 물도 차가워졌다. 그래도 해변에 왔는데 발은 담가야지 하고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어올리고 걸었다. 사진에서 보던 파아란 해변은 아니지만 조용하고 낭만 있었다. 무엇보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보이는 풍경. 차안에서 나눈 이야기들. 모모짱의 애교가 오늘을 특별하게 만든 것 같다. 



이제 슬슬 어두워져 다시 차에 올라타기 전 다나카상이 폰으로 숙소를 검색해서 예약 전화까지 해주셨다. 그리고 안전하게 차로 숙소앞까지 데려다 주셨다. 

이런 좋은 만남. 내가 여행을 계속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감사합니다 다나카상. 사유리상. 모모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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