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낭만휴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elly park Jun 16. 2020

슈리성

오키나와

아무도 없는 내방. 


어제 다나카상이 찾아준 이 숙소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는 듯하다. 5인실 도미토리에 하룻밤 1200엔. 일본 물가치고는 엄청 싼 숙소다. 다른 곳과 다르게 가정집을 개조해서 게스트하우스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여기서 친구를 만들고 정보를 얻어서 여행하겠다는 계획은 실패한 것 같다. 사실 아무도 없는 이 게스트하우스에 혼자 있어서 어젯밤엔 좀 무섭기까지 했다.



어제 혼자 게스트하우스 밑에 있는 바에서 맥주 한잔하다가 점원한테 물어봤다.


"오키나와에서 가 볼 만한데 어디가 있을까요?"


점원은 잠깐 생각하더니.


"음. 오키나와에 살고 있다 보니 오히려 잘 모르겠어요. 가까운 슈리성 가보는 건 어때요? 옛날 건물들이 아직 남아있어서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 마음 이해할 것 같다. 나도 서울에 살면서 어디 가야해요? 하고 물어오면 잠깐 생각하게 된다. 북촌이나 인사동을 추천하긴 하지만.


그래서 모노레일을 타고 슈리역으로 갔다. 오사카에 있다가 오키나와의 모노레일을 타니 한 라인 밖에 없어서 알기 쉬웠다. 역에 내려서 지도를 보고 서서 슈리성쪽으로 걸어갔다. 길치에 방향치인 나도 알기 쉬운 길이었다. 



도착한 슈리성은 옛날 오키나와 (류쿠왕국)가 일본에 합병되기 전 만들어진 성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의 다른 건축 양식과는 많이 달랐다. 오히려 동남아시아랑 더 가까운 느낌이다. 날씨도 마침 화창하고 풍경도 좋고 바람도 기분 좋게 불었지만 혼자 다니니 사진 찍어줄 사람도 없고 좀 심심하던 차였다. 그러던 중 혼자 걸어 다니는 여자분을 발견했다. 종이에 도장을 찍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을 걸어봤다.


"이거는 뭐 하는 거예요?"


마유코라고 자기를 소개한 여자분은 다행히 밝게 웃으며 이것저것 설명해주었다. 나중에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니 깜짝 놀래주시는 것도 잊지 않으셨다. 자연스럽게 이것저것 말을 하다 친해져서 목도 마른데 앉아서 시원한 커피나 마시자고 하고 같이 슈리성을 여행하게 되었다.



역시 혼자보다 둘이 같이 돌아다니니 즐거웠다. 같이 사진도 찍고 스탬프도 같이 찍으러 다니면서 열심히 걸어다녔다. 아무 정보없이 오키나와로 온 나에게 많은 정보도 주었다. 가이드북이랑 메모장을 꺼내서


"어제 여기 갔다왔는데 진짜 좋았어요 꼭 가보세요. 아카지마라는 섬이에요. 스노클링도 하고 자전거 빌려서 돌아다니기도 했는데 여기 진짜 대박이에요"


오케이. 나는 내일 여기로 간다. 두시쯤 되서 배가 고파져 뭐 먹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배 안고파요? 코쿠사이 도오리에 있는 평화시장 안에 유명한 오키나와 요리 식당이 있는데 거기서 점심먹어요"



그래서 숙소가 있는 코쿠사이 도오리로 가서 오키나와 요리 정식을 먹었다. 참 일본은 맛있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네시에 약속이 있다고 해서 마유코짱이랑은 작별인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역시 나는 혼자 여행 와도 항상 누군가 옆에 있다. 운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의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