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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Jun 18. 2020

나하

오키나와

오늘 아침 9시랑 10시에 아카지마 행 페리가 있다고 해서 8시쯤 일어나 방안에서 뒹굴뒹굴 거리다 택시를 잡아타고 토마린 항구로 갔다. 가서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 오늘은 9시 페리밖에 없다고 한다. 당황한 나는 다른 창구로 가서 당일치기로 갈 수 있는 섬 없냐고 물어보니 모든 배가 9시에 출발해 버렸고 다음 배는 오후 4시에 있단다. 절대 안타는 택시까지 타고 왔는데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 하다니 허무해졌다. 정보의 부족이다. 할 수 없지 뭐 하고 터벅터벅 걸어서 숙소까지 왔다. 덕분에 나하 시내 길을 많이 알게 되었다. 



고쿠사이 도오리 (방콕의 카오산 로드같은 곳, 카오산보다 10배 정도 길다)를 몇 번 왕복하다 배가 고파져 아침을 먹으려는데 문을 연 마땅한 곳이 없어 아무거나 먹자하고 들어갔다. 사진에 맛있어 보이는 타코라이스를 시켜서 먹었는데 또 깜짝! 놀랄만큼 맛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타코라이스도 오키나와의 명물 중 하나란다. 



갑자기 오늘 아무것도 할게 없게 되었다. 그래도 오키나와 왔는데 바다가 보고싶어 숙소 사장님한테 가까운 해변없냐고 하니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에 해변이 있다고 한다. 별로 볼것도 없고 물도 그렇게 깨끗하지는 않다고 하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다. 사장님이랑 얘기하다보니 친해져서 데려다 주겠단다. 


그렇게 남자 둘이서 해변으로 갔다. 진짜 조그만 해변이었다. 사람도 거의 없지만 날씨도 너무 좋고 조용해서 바다보면서 맥주 한잔하기 딱 좋았다. 



“지금 저도 한국에서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는데 연합 게스트하우스 만들려고 하고 있거든요. 한국 제주도랑 태국에 방콕, 치앙마이에 아는 게스트하우스 사장님들이 있어요. 오키나와에 여기 마호로바도 같이 하시면 어때요?”


사장님은 함박 웃음 지으며


“저야 좋죠! 이렇게 외국인이랑 이렇게 오래 이야기 한 것도 처음이네요 하하하 넬리군은 이럴 때 가끔씩 아 한국인이었구나 하고 놀랜다니깐 하하하”


한시간 반정도 사장님이랑 이런저런 얘기하다 사장님은 볼일이 있어 먼저 떠났다. 사장님이라고 해봤자 두 살 많은 요기상. 원래 직업은 힙합 댄스 강사라고 한다. 볼일도 댄스 레슨이 있어서 먼저 간다고 했다. 어쩐지 간지 나더라.


요기상이 떠나고 바다보면서 멍하게 앉아있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한 세 시간정도는 침대위에서 뒹굴거린거 같다. 그러다 깜빡 잠들었다 일어나서 베란다에서 담배 하나 물고 있으니 뒤에서 사람소리가 들려왔다.


"곤니찌와"


오예. 사람이다. 아주 어려보이는 일본인 남자 한 명이 들어왔다. 반가웠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말했다.


"저녁 안 드셨으면 같이 저녁 먹으러 가실래요?"


다행히 지금 엄청 배고프단다. 류노스케군이 없었다면 귀찮아서 숙소앞 편의점에서 도시락 세트 하나 사서 그냥 먹었겠지. 그래도 내가 이틀 먼저 와봤다고 코쿠사이 도오리를 안내했다. 그러다 맛있어 보이는 카레집으로 들어갔다. 오키나와 특제 돼지고기가 들어있는 인도풍의 카레였다. 왜 이렇게 모든 음식은 맛있는지. 



다행이다. 아무것도 안하고 뒹굴뒹굴 거리다가 오키나와 마지막 밤이 끝날뻔했다.


https://resyogi9.wix.com/guesthousemahoroba 여긴 숙소 홈페이지! 오키나와 가면 꼭 가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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