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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Jul 30. 2020

타이페이

타이페이

어젯밤 집에 들어와서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혹시 내일 점심 시간 되는 사람 낮 12시에 시먼딩 지하철 역에서 만나요’


타이페이에 워낙 친구가 많기도 하고 오래 전에 봐서 일일이 연락해서 만나기도 뭐하고 해서 그냥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평일이기도 하고 바로 전날 밤에 글을 쓴 거라 아무도 안 오면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형이랑 놀아야지 했다.


아침 8시가 되니 어제 몇 시에 잤건 얼마나 피곤하던 상관없이 그냥 형이 나를 깨운다. 


“넬리야 일어나 아침 먹으러 가자”


몸이 다 부서질꺼 같이 피곤했지만 타이완의 아침 메뉴가 너무 맛있어 형을 따라 나섰다. 오늘은 항상 가던 곳 뒷골목에 있는 60년 전통 식당을 찾아갔다.



“여기는 우리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먹던 곳이야. 다른 가게하고는 차원이 다를 거야”


기대하고 따라 갔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은 문을 닫았다. 나보다 형이 더 아쉬워하며 어제 갔던 곳으로 갔다. 뭐 어제랑 다른 메뉴를 시키면 되니깐. 


이름은 모르겠지만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 너무 맛있는 아침메뉴를 먹었다. 물컹물컹한 연유 같은 것을 파보면 짭짤하기도 하고 달달한 소스가 들어있는 정체 모를 타이완 음식. 아침 먹으러 오길 잘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쉴 틈 없이 형은 움직인다.


“넬리야 너 기념품으로 타이완 차(茶) 사고 싶다고 그랬지? 내가 아는 찻잎 공장이 있는데 여기는 진짜 품질도 좋고 직거래라 가격도 저렴해. 오토바이 타고 가자. 얼마 안 걸려”


그렇게 도착한 차(茶) 가게. 형이 아니었으면 여기가 차(茶) 가게인지 식당인지 절대 몰랐을 것이다. 들어가니 엄청난 수의 찻잎을 담는 통과 아기자기한 차기(茶器)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롱차를 좋아한다. 형이랑 가게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향을 맡아보았다. 확실히 지금까지 마셔보았던 우롱차 향과는 달랐다. 녹차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님이 좋아하실 것 같아 부모님것과 내가 집에서 마실 것을 좀 샀다. 포장을 하는 동안 가게 뒤에 있는 공장을 좀 둘러봐도 되겠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허락하신다. 



형과 이곳 저곳 둘러보고 있으니 주인 아저씨로 보이는 분이 오셔서 가이드를 자청하신다. 중국어로 신이 나서 한참 설명하신다. 형이 중간에서 영어로 통역을 해주었다. 너무 장황하게 설명하셔서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찻잎을 굽는 온도와 시간 그리고 말리는 장소와 시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하셨다. 형 덕분에 차(茶) 공장 견학도 잘하고 지금도 집에서 즐겨 마시는 너무 맛있는 우롱차와 녹차를 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11시. 서둘러 오토바이를 타고 시먼딩으로 달렸다. 시먼딩은 서울로 치면 홍대 같은 곳이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가며 쇼핑도 하고 밥도 먹고 영화도 볼 수 있는 그런 곳이다. 밤까지 여기에 있어보지 않아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낮의 풍경은 그러했다. 시먼딩역 만남의 장소에 가니 너무너무 반가운 얼굴. 옌이 보였다. 옌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할 때 손님으로 왔다가 친해진 친구다. 한국에 있을 때 대만에 오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했었는데 정말 나와줄 줄은 몰랐다. 



그렇게 형과 옌 그리고 어제 만났던 시나 마지막으로 일하러 가기 전 깜짝 방문해준 레이첼 누나 이렇게 다섯이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뭐 먹을래?”


난 당연한 듯 말했다.


“대만음식”


우리 다섯은 바로 지하에 있는 로컬 음식점으로 갔다. 여기서도 이름은 모르겠지만 처음 보는 음식들. 말할 것도 없이 너무 맛있다. 



그리고 쇼핑몰을 좀 구경하다가 눈에 들어온 오락실. 바로 뛰어갔다. 대만사람들과 철권을 해보고 싶었다. 역시 난 죽지 않았다. 열 판을 내리 이겼다. 뒤에서 구경하고 있는 친구들한테 미안해서 그냥 일어섰다. 나 이기려고 이미 돈을 넣은 상대편의 대만 사람이 황당하게 나를 쳐다본다. 


‘미안해요’


속으로 말하고 기분 좋게 오락실을 나왔다. 



다음 코스는 타이페이에 유명한 관광지 용산사를 가봤다. 결코 화려하거나 웅장하지는 않았지만 소박한 대만 사람들처럼 소박한 규모와 분위기가 마음을 편하게 했다. 시나를 따라 다같이 향을 들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었다.


‘부모님 건강하게 해주세요. 한국에 가면 바로 일하게 해주세요. 내년에 꼭 여자친구랑 같이 태국 가게 해주세요’



등등 종교도 없고 평소엔 기도 같은 건 절대 하지 않지만 오늘만큼은 엄숙하게 그리고 간절하게 빌었다. 

더운 날에 너무 많이 걸은 우리는 잠깐 카페에 앉아서 쉬다 날이 어둑어둑 저물어가고 옌과 시나 그리고 레이첼 누나와는 헤어졌다. 오랜만에 형과 일찍 집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대로 쉴 형은 아니다.


“넬리야 우리집 바로 근처에 완전 유명한 야시장 있어 너 온 첫날에 가봤지? 원래 이 시간에 가면 맛있는 것도 많고 사람 많아”


또 형을 따라 나섰다.


확실히 먹을 것도 많고 구경 거리도 많다. 신나서 이것저것 사서 먹으려는데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꼬치 종류를 몇 개 사고 편의점에 들러 맥주 한병씩 사서 형네 집에서 먹고 잠들었다. 오늘은 그래도 일찍 잠든 편이다. 밤 12시.



내일은 타이페이를 떠나 타이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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