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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Jul 31. 2020

먹고 또 먹고

타이중

이틀 연속 강행군 후 미친 듯이 잤다. 그래 봤자 아침 8시에 잠이 잠깐 깬 것 같다. 벌써 형 생활 패턴에 익숙해진 것 같다. 나도 그런 때가 있었는데 몸이 예전 같지 않다. 너무 피곤하다. 다시 눈을 감고 잠들었다. 9시쯤. 이번엔 위층에서 리모델링 공사한다고 건물을 다 부수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앨빈형이 소리친다.


“넬리야 너 너무 많이 자는거 아니야?”


누구 때문에 피곤한건데. 짧은 일정으로 대만에 온 나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형의 마음은 알겠지만 나는 느린 혹은 게으른 여행자다. 평소 여행을 가면 하루에 한 곳 혹은 두 곳 아니면 숙소에서 아무것도 안 할 때도 많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열심히 아주 힘껏 돌아 다닌다. 아침을 무조건 먹어야 하는 형을 따라 형집 근처 식당에 또 갔다. 두유와 빵 그리고 대만 특제 샌드위치를 먹었다. 역시 대만은 정말 정말 먹을 것이 많다.



집으로 돌아와 짐을 싸고 나왔다. 형 스쿠터로 타이베이 버스터미널로 왔다. 다행히 타이중으로 가는 버스는 10분마다 계속 있단다. 온 김에 여기 백화점이나 둘러보잔다. 이 형 참 체력이 넘친다. 그 때 시간이 10시 56분이라 아직 들어갈 수가 없어서 밖에서 담배 하나 피고 11시 땡 하고 들어갔다. 그러자 온 직원이 각자 매장 앞에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서 있다 우리가 지나가면 허리를 숙이며 “환인광니”하고 외쳤다.


‘하.. 우리는 이런 비싼 데서 살 것은 없는데 하필 우리가 여기 제일 첫 손님이라니‘



뭔가 미안해서 2층까지만 둘러보고 그냥 버스를 타러 갔다.


표를 끊고 버스를 타자마자 바로 출발했다. 승객은 우리 포함해서 네 명 정도 밖에 없다. 우리나라 버스보다 넓고 깨끗한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다가 잠들어서 깨보니 벌써 타이중에 도착했다. 피곤하긴 피곤했나 보다. 2시간 40분 동안 한번도 안 깨고 자리에 앉자 마자 잤으니. 옆에서 형이 안 깨웠으면 다섯 시간은 더 자지 않았을까 싶다.



타이중에 내리고 나서 든 첫 이 도시의 느낌. 


‘깨끗하다. 조용하다. 그리고 너무 덥다.’


일단 녹차와 우롱차를 너무 많이 사 무거워진 짐을 내려놓기 위해 오늘 하루 머물기로 한 형네 할아버지 댁으로 갔다. 확실히 도시를 벗어나니 조용하고 하늘이 멀고 새파랬다. 타이베이의 그 뿌연 하늘은 다 공기 오염 때문이었나 보다. 타이중의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할아버지 댁에 짐만 내려놓고 쇼핑과 먹거리의 천국이라는 타이중 1번가로 갔다. 그다지 살 건 없었지만 세 네 시간을 빙글빙글 돌았다. 물론 맛있는 건 너무 많았다. 


둘다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 피곤한데 형이 안 피곤할 리가 없지 않다. 첫날에 혼자 하루 종일 운전까지 했는데. 그래도 타이중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야시장으로 가려고 버스를 잡아 탔다. 그리고 나는 또 기절했다. 눈뜨니 형이 빨리 내리잖다. 타이완은 야시장이 정말 많은 것 같다. 타이중에서 유명하다는 생새우 꼬치구이를 먹었다. 살아있는 새우를 그 자리에서 꼬치에 꽂아 구워준다. 형이 말했다.


“나 이거 전에 맛있어서 10갠가 먹었는데 여자친구가 좋아하더라”



음 나는 부질없으니 두 개만 먹었다. 또 한 두 시간 빙글빙글 돌면서 먹고 구경하고 먹고 구경하고. 이제 진짜 피곤해져서 버스를 타고 다시 할아버지 댁으로 돌아왔다. 그냥 집으로 들어가기는 아쉬워 집 앞 벤치에 앉아 맥주 한병씩 사들고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이제 왠지 야시장은 안가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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