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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낭만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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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Jul 29. 2020

긴 하루

지우펀

“넬리야 얼른 씻고 나가자. 누워서 빈둥빈둥 거릴 시간 없어”


형은 잠시도 쉴 시간을 안준다. 11시까지 레이첼 누나를 픽업하러 가야한단다. 레이첼 누나도 앨빈형과 같이 호주 다윈에서 살 때 룸 쉐어를 했었던 누나다. 누나는 나에게 정말 각별하다. 기선이와 내가 호주에서 일도 없고 집도 없어서 YHA 백패커에서 살고 있을 때였다. 누나는 그 당시 그 백패커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맨날 방 앞에서 기선이와 같이 쪼그려 앉아서 담배만 뻐끔뻐끔 피고 있을 때였다.


“너희들 어디서 왔어?”


누나가 먼저 말을 걸어 왔다.


“우리 한국에서 왔는데 지금 일이 없어서 일 찾고 있어 그리고 집도 언제까지 여기 백패커에서 비싼 돈 내면서 있을 순 없는데 혹시 어디 살어?”


이렇게 우리는 누나에게 하소연 하듯 우리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나는 지금 쉐어 하우스에 살고 있는데 마침 두 명 자리가 날 것 같은데 생각 있으면 얘기해”


우리는 당장이라도 들어가고 싶다고 얘기하고 그 다음 주 바로 그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다행히 일을 먼저 구해서 일을 시작했는데 기선이가 마땅한 일이 없어서 고생하고 있을 때 기선이 일을 구해준 사람도 바로 레이첼 누나였다. 그 후로도 우리가 귀찮아서 아침에 딩굴딩굴 거리고 있으면 아침도 해주고 백패커에서 일하다 쓸만한 옷가지나 화장품을 발견하면 우리에게 갖다 주기도 했다. 


너무 고마운 레이첼 누나를 다시 만났다. 반가움의 포옹을 하고 우리셋은 호주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웃고 떠들어댔다. 그렇게 형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다 형이 말했다.


“오늘 내 친구 한명도 같이 갈 거야. 전에 얘기했지? 내 친구 중에 한국을 너무 좋아해서 한국어 공부도 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고”


그 친구 이름은 시아. 나보다 한 살 어린 여자애였다. 한국어로 인사를 하고 한국 연예인들 이야기를 하며 친해졌다.



이렇게 모인 멤버 넷이 오늘 가는 곳은 지우펀이라는 곳이다. 지우펀은 일본 에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무대가 되어서 더 유명해진 곳인데 대만 특유의 분위기가 멋진 곳이었다. 그 분위기에 흠뻑 취해 대만의 먹거리들을 즐기며 구경도 하다 한숨 돌리자고 해서 지우펀 거리 전체가 보이는 찻집으로 들어갔다. 내가 차중에 가장 좋아하는 우롱차를 시켜 마셔보았다. 



형은 뜨거운 물을 찻잎이 있는 주전자에 붓고 잠깐 기다렸다 우러나온 물을 버렸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원래 첫잔은 써서 버리는 거야”


새로운 지식을 얻었다. 지금도 대만에서 사온 우롱차잎으로 우러나온 첫 물은 버리고 마신다. 형이 왜 커피를 안마시고 차를 마시는지 알겠다. 대만의 차는 정말정말 맛있다. 깊은 향과 적당히 떫은 맛에 약간 단맛도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여유로운 티타임을 즐기고 다시 거리로 갔더니 원래 거리에 사람이 많았는데 더 많아졌다. 대만여행 온 사람들은 진짜 다 여기로 오는 느낌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을 피해 다시 다음 목적지로 차를 돌려 가다 바다가 나와 잠깐 멈춰서 사진도 찍고 모처럼의 바다를 즐겼다.



다음 목적지 자이.


조용하고 논밭이 쫙 펼쳐진 시골동네다. 여기에 정말 맛있는 대만 정식을 먹으러 왔단다. 그런데 막상 식당에 들어가니 오늘은 휴업.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다시 차를 돌려 이란이라는 곳으로 갔다. 



여기는 대만전체에서 손꼽히는 야시장이 있단다. 진짜 도착하니 엄청난 규모의 야시장에 발 디딜틈없이 사람이 많았다. 여기서 또 한번 느꼈지만 대만은 정말 먹을 것이 많다. 배터지게 이것저것 사먹고 다시 타이페이로 향했다. 이때 시간이 밤 9시쯤.



오늘의 타이트한 스케줄에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하루만에 정말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특히 아침부터 계속 운전한 앨빈 형이 제일 피곤할 것이다. 다들 잠이 와 죽을 것 같지만 일부러 음악을 크게 틀고 운전하는 형이 안 졸리게 말도 걸고 안마도 해주면서 열심히 집으로 향했다. 먼저 시아를 집에 내려주고 다음엔 레이첼 누나 그리고 형과 내가 형 집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벌써 밤 12시. 전날 4시간 반 자고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정말 열심히 여행했다. 그래도 빠질수 없는 하루의 마침표 맥주한잔. 


벌써 새벽 2시가 다 되간다. 내일도 일찍 일어나겠지. 이왕 이렇게 된 거 짧게 온 대만 여행 열심히 여행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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