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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Jul 28. 2020

안녕 대만

타이페이

대만. 막연하게 생각해서 중국 옆에 있는 작은 섬 나라. 조금 더 역사적으로 깊게 생각해보면 중국이 공산화가 되면서 당시 장제스 장군이 민주주의 정부를 설립하게 되어 생긴 나라. 나는 여행하면서 도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수도를 아예 가지 않거나 머물러도 최대한 짧게 머무른다. 대만에 가기 전 대만의 이미지는 한국과 비슷하게 고도로 발전된 나라였다. 그래도 대만에 가기로 결심한 이유는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를 가 봤는데 이번에 짧은 휴가로 가보지 않으면 평생 갈 기회가 없을 것 같기도 했고 중국 여행을 한 달 동안 하면서 중화권 여행의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난 대만 친구가 많다. 호주 다윈에 살 때 한 집에 나를 포함해 12명이 같이 살았는데 그 중에 8명이 대만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거기서 만난 그리운 대만 친구들을 만나고 싶기도 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면서 한 서양 여행자가 대만 여행자에게 물었다.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뭐야?”


그 대만여행자는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사람”


옆에 있다 우연히 들은 이야기지만 신선하기도 하고 충격적이었다. 과연 세계의 몇 개의 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과연 외국인이 나에게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뭐냐고 물었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점점 대만여행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내 비행기는 밤 10시반쯤. 대만 타오위안 공항 도착시간은 새벽 1시쯤. 호주에 살 때 룸메이트였던 앨빈 형이 고맙게도 공항으로 마중 나오기로 했었다. 일본여행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가보고 싶었던 도시 몇 개는 있었지만 대만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그리고 숙소 예약도 없이 갔다. 그래도 나중에 내가 갔던 곳 이름이 이거구나 할 수 있게 가이드북 하나는 사갔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로 나가니 앨빈 형이 기다리고 있었다. 재회의 포옹을 하고 형의 차를 타고 형의 집으로 갔다. 1년 반 만이다. 서로의 변하지 않은 모습에 웃으며 어떻게 지냈냐는 안부를 묻고 이런저런 추억 이야기도 하며 30분 정도 달려서 집에 도착했다. 


형의 집은 리모델링 중이었다. 그래서 잠 잘 수 있는 큰 침대 하나와 앉아서 맥주 한잔 할 수 있는 소파 외에는 다 포장 비닐로 덮여 있었다. 그런 것 따윈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말 안 통하는 낯선 이 땅에 친한 형이 있다는 것과 잘 수 있는 집이 있는 것에 감사했다. 배고프니까 간단히 야시장가서 요기나 하자 해서 집 바로 뒤에 있는 야시장으로 갔다. 대만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 중에 하나가 야시장이었으니 바로 따라 나섰다.



생각과는 다르게 야시장은 24시간 하는 게 아니었나 보다. 2시 좀 넘어서 갔더니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었다. 다행히 형의 단골집이 열려 있어 자리 잡고 앉아 음식을 시켰다. 뭔지 몰라서 형한테 이거 이름이 뭐냐니까


“#*&^@!”


분명히 들었지만 기억이 안난다. 중국이름은 너무 길고 어렵다. 그럼 이건 뭐냐니까


“챠바케!”


이건 짧고 쉬워서 기억난다. 챠바케는 중국어가 아니고 대만어란다. 다음에 대만 사람 만나면 챠바케 먹었다고 말하면 좋아할 거란다. 챠바케는 우리나라의 계란국 같은데 맛이 오묘한 게 참 맛있었다. 이미 첫 끼부터 대만 음식에 빠지기 시작했다. 형이 시킨 3가지 음식은 정말 하나같이 다 맛있었다. 배가 빵빵해진 우리는 편의점에서 타이완비어를 하나씩 사들고 공원에 앉아 마시고 집에 들어와 내일 일정을 위해 잠들었다. 이때가 새벽 3시 반쯤.



“넬리! 넬리! 일어나”


아침 8시다. 4시간 반 잤는데 형이 깨우기 시작한다. 


“왜 그래 형 지금 몇신데? 뭐야 아직 아침 8시네”


형이 웃으며


“넬리야 오늘 일정 바빠 얼른 일어나 아침 먹으러 가자”


눈이 반쯤 감긴채로 고양이 세수를 하고 옷을 주섬주섬 입고 형을 따라 나섰다. 형은 항상 아침 8시에는 일어난단다. 그리고 아침은 무조건 챙겨먹는단다. 건강을 위해서란다. 나도 그럴때가 있었다. 전형적 아침형 인간. 나도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아침은 무조건 챙겨먹고 출근을 하곤 했었다. 근데 지금은 여행중이잖아. 왜 그래 형.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따로 아침 메뉴가 없다. 대만은 다르다. 형이 항상 아침을 먹는다는 길 건너 이 가게에는 이미 아침을 먹고 있는 사람이 꽤 있었다. 거기다 잠이 확 깰 정도로 맛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메뉴 이름은 어려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때까지는 몰랐다. 매일 아침 8시에 일어나 형을 따라 움직이게 될 줄은. 내 여행 중 가장 빡빡하고 피곤하지만 즐거운 대만 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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