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리나가르에서 레로 가는 길

by nelly park

낙원 그 자체인 스리나가르를 떠나 무계획 인도 여행의 유일한 목적지 레로 간다. 로컬버스로 가면 가격은 조금 더 싸지만 중간에 까길에서 1박을 하고 그 숙소값은 우리가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레 도착이란다. 그럴 바엔 조금 더 비싸지만 총알 지프가 낫다는 판단을 하고 어제 레 행 지프를 예약해놨다.



스리나가르에 도착한 그날부터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레로 가는 시간이랑 가격을 알아보러 다녔었다. 그때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태우려고 안달이었다. 비수기이긴 진짜 비수기인가보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인도인이 아닌 외국인이라곤 우리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우리를 태우는게 인도인을 태우는 거 보다는 조금은 더 돈이 될 것이다.



적당하게 흥정을 하고 아침 7시에 숙소앞으로 픽업 벤을 보낸단다. 그래서 벤을 타고 다시 정류장으로 가서 1시간 정도 더 기다렸다. 이제는 그냥 익숙한 사람 다 찰 때까지 기다리기. 그냥 짜이 한잔에 담배 하나 물고 야스랑 카드게임하면서 기다린다.



드디어 사람이 대충 차고 출발한다. 처음 흥정한 조건과 아저씨의 말이 달랐다. 분명히 우리말고 일본인과 한국인 둘이 탄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를 가운데 자리에 타게 해준다고 했다. 야스는 그 말 듣고


“넬리상! 이 정도면 대박이잖아요. 우리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일본인이랑 한국인 한번도 못봤잖아요. 거기다 여자래요. 이쁘면 어떡해요 후하하하하”


나는 야스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그래 우리도 이제 여자랑 이야기도 하고 그렇게 여행해야지. 이 조그만 벤타고 12시간 간다는데 중간자리로 가는거도 진짜 대박이다. 좋아 잘하고 있어”



라고 하며 차를 탔지만 우리는 맨 뒷자리로 보내지고 여기에 탄 사람이라곤 머리에 히잡같은 걸 뒤집어 쓴 무슬림 여인들과 인도인 아저들뿐이었다. 사실 처음 얘기할 때 믿기지 않긴 했는데 역시나여서 그런가보다 할 수도 있었지만 이런건 액션을 좀 취해줘야 한다.


“야 야스. 우리 내리자. 가방 챙겨”


운전 기사 아저씨는 당황하며


“저기 미스터 왜 그래요?”


나는 화 난척하며


“한국인이랑 일본인 여자애들 오늘 탄다며요. 그리고 우리 중간 자리 준다며요. 그래서 좀 더 싼 가격에 준 다는 차 안타고 이거 탔는데 됐어요. 우리는 시간 많으니까 내일 딴 거 타고 갈거에요”



아저씨는 울상이 되어


“그 여자애들 오늘 갑자기 아프다고 못 온대요 그리고 무슬림 여자분들이 가운데 앉아야 한다고 해서 이렇게 됐어요 죄송해요 200루피 깎아드릴게요”



못 이기는 척 하고 그냥 가기로 했다. 예스! 200루피 세이브.



레로 가는 길은 아름다웠다. 어제 갔던 소남막을 통과해 점점 주위가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눈 때문이 아니라 도시 자체가 건조해 색깔들이 다 연한 빛을 띠었다. 중간에 내려서 밥도 먹고 체크포인트에 내려서 여권검사도 한번 하고 하며 12시간 정도가 걸려 저녁 8시쯤 레에 도착했다.



P1040185.JPG
P1040186.JPG
P1040189.JPG
P1040191.JPG


어두워서 뭐가 뭔지 모르겠어서 레 왕궁 밑에 있는 숙소로 가기로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길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어떤 아저씨가 숙소 전화번호가 뭐냐고 물어보길래 인터넷에서 찾은 번호를 보여줬더니 직접 전화도 해주신다. 아. 역시 레는 다른 인도와 다르다. 그렇게 열심히 찾아간 숙소. 체크인하고 짐을 풀고 보니 열쇠가 고장나 문이 안잠긴다.


“아저씨. 여기 열쇠가 고장나서 문이 안잠겨요”


아저씨는 웃으며 말한다.


“여기는 라다크 사람들이 사는 곳이야. 아무 일도 안일어 날 거야 걱정마 노 쁘라블럼. 노 쁘라블럼”



다음 날 진짜 아무일도 안일어나서 놀랬다. 그 이후로 라다크 사람의 친절함과 순수함에 계속 놀라게 되었다. 꿈에 그리던 레에 무사히 도착!


P1040192.JPG
P1040193.JPG
P1040197.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