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호수 시카라 타기, 소남막 당일치기
다음 날 아침.
너무 좋지만 비싸고 불편하기도 한 하우스보트를 떠나 짐을 싸서 히피룸으로 옮겼다. 여기는 정말 시간이 허락된다면 몇 달이고 있을 수 있을 거 같다. 단 하나 문제점은 방에 문이 안 잠긴다. 그래서 잘 때 문 앞에 책상이랑 우리 배낭이랑 무거운 것은 다 몰아넣고 자야 했다. 태국 갔으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잤겠지만 여긴 숙소에 우리 빼고는 아무도 없는 인도다. 방심하면 안 된다.
인도여행의 문제점이자 최대의 장점은 멍 때리기다.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별 정보 없이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는 여행자라 특별히 어디를 가야겠다 무엇을 먹어야겠다 하는 생각이 없어 방에서 멍하게 누워있다 카드게임하다 담배 하나씩 물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배가 고파지면 어쩔 수 없이 나가는 이런 여행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인도여행자들이 그럴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보면 인도 여행 기간에 비해서 사진이 별로 없다. 집에서 멍 때리다 집 사진을 찍지 않는 것과 똑같다.
배도 고프고 슬슬 멍하게 있기도 지겨워져 밖으로 나갔다. 간단히 밥을 먹고 호수를 따라 또 걸어봤다. 어제 본 보트트립 호객꾼 들이 우리를 처음 본 것처럼 또 달려든다. 오늘은 시카라를 타고 달 호수를 한번 볼까 하는 작정으로 나와서 무심한듯 별로 관심없는 것처럼 가격만 물어보며 계속 걸어가다 두 사람에 200루피라는 말에 마음속 깊이 차오르는 기쁨을 억누르고
“음. 알겠어요 시카라 한번 보여줘요”
사실 아무거나 타도 상관없지만 최대한 퉁명해야 한다. 그래야 바가지가 최대한 없어진다.
시카라에 야스와 나란히 누워 따뜻한 햇빛을 쬐며 천국을 만끽했다. 정말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조그만 보트를 타고 육지로 나올 때 교통수단으로 탔던 것과는 완전 다르다. 푹신한 매트리스에 누워 달 호수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햇빛이 너무 따스해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햇빛에 달궈진 바닥이 너무 뜨거워 야스랑 자리를 바꿨다 하며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호사를 누려봤다. 신선놀음이 끝나고 노를 저어준 아저씨께 감사한 마음으로 100루피를 더 드리고 기분 좋게 숙소로 돌아왔다.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소남막이라는 곳으로 갔다 오기로 했다. 사진에서 보니 인도로 오기전 여행했던 타지키스탄과 분위기가 아주 비슷했다. 그래서 바람도 쐴 겸 한번 갔다 오자 하고 버스 터미널에서 티켓을 사서 아침 일찍 출발했다. 중간중간에 이곳저곳 정차하며 5시간 정도 걸려서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느낀 감정은 그냥 우와.
지금까지 인도여행 하며 느낀 색깔들이 진한 갈색. 진한 초록. 진한 회색이었다면 소남막은 옅은 흰색. 옅은 연두색이다. 다시 타지키스탄으로 돌아간 느낌에 아직 인도의 색깔이 조금 남아있는 그런 오묘한 곳이었다.
일단 한끼도 안먹어서 오랜만에 카레 3종세트와 짜파티를 주문해서 먹었다. 이상하게 델리에서 맨날 카레만 먹어서 그런지 다른 곳을 여행하면서는 잘 안 먹게 됐었는데 뭔가 여기서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 먹어봤다. 밥 먹고 꼭 마시는 짜이 한잔도 잊지 않았다. 다시 스리나가르로 가는 버스는 4시 반 출발이란다. 아직 2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있어 여기저기를 둘러 보며 오랜만에 사진도 많이 찍었다.
참 남자 둘이서 낭만적이다. 그 멋진 달 호수 위의 하우스보트에서 남자 둘이 앉아있지를 않나 이런 멋진 풍경에 남자 둘이 서로 사진 찍어주고 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스리나가르로 향했다. 우리가 처음 버스를 탄 스리나가르 버스역에 내려줄 줄 알았는데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사람들이 다 내리더니 버스가 고장이 났단다. 이런. 밤은 껌껌하고 비싼 릭샤나 택시는 타기 싫고. 사람들한테 물어봤다.
“달 호수로 가는 버스는 없나요?”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달 호수는 너무 커서 달 호수 어디로 가는데요?”
음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일단 타운! 타운! 이라고 외쳤더니 한 버스가 서더니 타라고 한다. 버스는 거의 만석이다. 버스안에 외국인은 우리 단 둘이다. 우리의 우스꽝스러운 외모를 보며 버스안 인도인들은 우리에게 카메라를 들이밀며 사진찍고 말도 걸고 밖에 지나다니는 사람들한테 야 여기 외국인 있어 하면서 외친다.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건가 하고 조금 불안하기도 했지만 그냥 어떻게 되겠어 하는 마음으로 한 40분을 달렸다. 다행히 타운에서 본 큰 건물이 보여서 여기 내려달라고 외쳤더니 차를 세워 준다. 버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바이 하고 외쳐준다. 무사히 도착. 밤이 어두우니 서둘러 숙소로 들어갔다.
우리 귀여운 야스는 또 한번 무사히 소남막으로 갔다 숙소로 자기를 데려온 나에게 감사한다.
“넬리상 없었으면 무서워서 버스안타고 그냥 택시 탔을거에요”
또 다이나믹 했던 인도에서의 하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