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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Jan 06. 2021

타케노하마 당일치기

타케노하마

간밤에 더워서 계속 깼다. 유스케가 분명히 내가 일본으로 오기 전 몇 번이나 물어봤었다.


“저희집 에어컨 없는데 진짜 괜찮아요?”


일본보다 더 더운 나라에서도 에어컨 없이 잘 잤는데 얼마나 덥겠어 하며 괜찮다고 했다.


문제는 집 구조였다. 유스케네 방에는 정말 큰 창문이 있었다. 따사롭기 보다는 뜨거운 햇빛이 들어왔고 시골이라 그런지 매미소리가 우렁찼다. 그래서 어제 새벽 3시 넘어서 잤지만 8시쯤 눈이 떠졌다.


아침에 눈을 떠 1층으로 내려가니 유스케 어머님이 아침식사를 준비해 놓으셨다. 온화한 미소의 어머님은 연신 김치 잘 먹겠다고 고마워 하신다. 이렇게 유스케 집에 신세 진 것도 너무 고마운데 지금 세탁기 돌리니 어제 입은 옷들 빨아 주신다고 가지고 오라신다. 너무 감사하다.



10시에 소네역에서 카즈키를 픽업하기로 했다. 그렇게 카즈키까지 합류해서 바다로 떠나기로 했다. 일 때문에 바빠서 올 여름엔 한번도 바다를 못 갔었다. 부산 사나이인 나는 바다를 너무 좋아해서 유스케에게 바다로 가자고 하니 오케이라고 한다.



“효고는 남쪽이라서 태평양 쪽 바다가 가깝긴 한데 완전 더러워요. 그래서 오늘 일본해 (동해) 쪽에 있는 타케노하마라는 곳으로 갈 거예요. 거기는 물도 깨끗하고 가족 단위로 가는 곳이라 조용하고 좋을 거에요”


우리나라 빼고 전 세계가 동해를 일본해 또는 Sea of Japan 이라 부르니 어쩔 수 없다. 그래도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우리는 동해라고 부른다고 말해줘야겠다. 우리나라에서 동쪽에 있는 바다라 동해라고 부르지만 일본에서는 서쪽에 있으니 동해라고 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좀 그렇고 일단 그냥 알려주기만 해야겠다.


일본에서 대중교통인 버스나 기차가 아닌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달려보긴 처음이다. 그래서 물어봤다.


“일본도 휴게소 같은 거 있어? 한국은 휴게소가 엄청 크고 잘 되어 있어서 차로 여행가면 휴게소 가는 재미도 쏠쏠하거든”


그랬더니


“있긴 한데 완전 작아요. 도쿄쪽이나 큰 도시는 클지 모르겠는데 여기는 시골이라 조그매요”



진짜 편의점 비슷한 게 하나 있다. 그 뒤는 논밭이다. 일본 하면 큰 도시가 떠오르는데 시골이라 신선하기도 하고 재미있다.


편의점을 벗어나 조금 더 달리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바다 간다고 텐트도 들고 가고 수영바지도 입고 가는데 큰일 났다.


“괜찮아요. 여기 언덕 지나면 비 그칠 거에요”


신기하게도 진짜 언덕을 넘으니 비가 그치고 다시 쨍쨍하다. 


타카사고에서 2시간 좀 넘게 걸려 도착한 타케노하마. 일본 전통 가옥이 주욱 늘어서 있는 고풍스러운 도시다. 그리고 거길 벗어나 길 따라 10분 정도 더 달리니 푸른색 바다가 펼쳐진다.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고 해변 위 한쪽에 미니 텐트를 세웠다. 해운대만 해도 보기 흉할 정도의 파라솔 숲과 전국에서 온 사람들에 외국인들까지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한데 여기는 유스케 말대로 조용하다. 다들 각자 텐트를 치고 물놀이를 즐기는 것 같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해서 식당으로 들어가 이것저것 먹고 맥주도 한 캔씩 마셨다. 기분도 좋고 평화로운 이 분위기도 좋아서 맥주가 계속 넘어간다. 3캔씩 마셨다.


바다로 뛰어 들었다. 동남 아시아처럼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색은 아니었지만 가만히 서 있으면 발이 보일 만큼 깨끗했다. 수영 대결도 하고 숨 오래 참기 내기도 하고 해변에 가만히 누워 선탠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지간하게 놀다 지친 우리는 다시 타카사고로 돌아가기로 했다. 조수석에 앉은 나는 혼자 운전한다고 피곤할 유스케를 위해 안 자려고 필사적으로 버텼지만 기절하고 말았다.


미안해 유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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