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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Jan 08. 2021

산노미야의 밤

고베

물놀이도 했겠다 날씨는 또 푹푹 찌고 거기다 자동차로 장거리 이동했으니 집에 오자마자 뻗었다. 에어컨은 없지만 각자 머리맡에 선풍기를 틀고 한 두 시간 푹 잤다. 그리고 다시 7시 반에 소네역에서 카즈키와 만나기로 했다.


“요즘 칸사이 지방에서 가장 핫한 곳이 고베에 산노미야에요. 그 다음이 오사카에 난바. 세번째가 우메다 정도려나. 아무튼 오늘은 산노미야에서 놀아요”


나름 놀러 간다고 유스케는 머리에 왁스도 바르고 카즈키는 청바지도 입었다. 나는 여행자라 태국에서 산 허름한 바지에 구멍이 뽕뽕 뚫린 크록스 신발 밖에 없어서 그냥 간다. 이런 게 나한테 가장 잘 어울리니까 뭐 괜찮다. 이 친구들한테는 경기도에 살다 오랜만에 홍대나 이태원에 놀러 가는 기분 이려나. 


유스케집에서 항상 차를 타고 이동했었는데 오늘은 술도 한잔해야 돼서 자전거를 타고 역으로 갔다. 이것도 현지에 친구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시원한 밤공기를 가르며 자전거를 타고 유스케 동네를 돌아다니니 너무 좋다. 절로 미소가 나온다.



소네역에서 산노미야까지는 40분 정도다. 목요일 밤이라 칸사이에서 가장 핫한 곳치곤 그렇게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강남에서 매일매일 사람이 많은 걸 봐서 그런가 보다. 생각보다 한산하게 느껴졌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덥고 습한 공기가 훅 들이닥친다. 땀이 쏟아진다. 일단 어딘가 들어가야겠다.


길거리에는 캬치 (Catch) 들이 우리를 잡아 끈다. 일본에 올 때마다 느끼지만 대부분의 번화가의 술집이나 노래방 앞에는 캬치들이 있다. 가게 홍보를 하는 사람들이다.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와서


“술 무한 리필 3000엔 어때요? 오늘 물 좋아요”


하거나 그냥 길거리에서


“오늘 노래방 어때요?”


라고 외치는 등등 멘트는 다양하다. 우리는 이자카야 (선술집) 보다는 간단하게 맥주 한잔 하며 음악도 듣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바로 가고 싶었다. 사실 우리라고 하기 보다는 전적으로 내가 거길 가자고 했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열심히 땀 흘리며 물어 물어 갔더니 우리가 생각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허탈하고 더워 죽겠고 목도 말라 아무데나 일단 들어가자 하는데


‘International Bar 1134’ 


라는 작은 입간판이 보인다. 외국인 바다. 한국에서도 셋이서 외국인 바에 자주 갔었다. 들어갔더니 동양인은 딱 우리 셋. 다 서양인들이다. 심지어 바텐더도 서양인이다. 규모는 작았지만 음악도 괜찮고 다들 즐겁게 웃고 있다. 들어가서 술 하나씩 시키고 바에 앉았다.


다들 여기에 자주 오는 것 같았다. 서로 다 알고 있는 분위기다. 술이 조금씩 들어가고 우리도 다 같이 어울리기 시작했다. 음악은 신나는 음악으로 바뀌고 다 같이 스테이지로 올라가 춤추며 뛰어 놀고 게임도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막차 시간이 되어 하나 둘씩 자리를 빠져나가고 우리는 그냥 내일 아침 첫차로 집에 가기로 하고 조금 더 있다 나왔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다르다. 막차 시간이 지나고 나니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태원에 놀러 오면 그 다음날 집에 갈 생각으로 놀러 오는 거 아닌가. (나만 그런건가.) 아무튼 2차로 한잔 더 하려고 술집을 찾아 다녔지만 적당한 술집도 없고 더워 죽겠고 해서 3시쯤 산노미야 역 앞으로 갔다. 첫차는 5시 40분이다.


길 바닥에 그냥 엉덩이 깔고 앉았다. 덥고 피곤하다. 그러다 그냥 누워 잤다. 여행에 익숙해서 그런지 길 바닥에 잘 잔다. 바닥이 좀 딱딱했지만 좀 자고 일어나 전차를 타고 다시 타카사고로 돌아왔다. 피곤해서 정신이 몽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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