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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Jan 09. 2021

타카사고의 일상

타카사고

밤새고 길바닥에 자고 타카사고 소네 역에 도착하니 아침 7시쯤다. 아침인데 이미 햇볕은 뜨겁다. 어제 술 마시러 간다고 자전거를 타고 역에 세워놨던 자전거를 다시 타고 유스케네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1초라도 일찍 집에 들어가서 씻고 자고 싶은데 하필 유스케 자전거 체인이 망가졌다. 그래서 중간쯤부터 열심히 자전거를 밀고 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얼른 샤워를 하고 선풍기를 틀고 자리에 누웠다. 매미 소리가 엄청난 머리맡의 큰 창문으로 햇빛이 내리 쬔다. 피곤해서 그런지 바로 기절해 잠이 들었다.


그나마 길바닥에서 눈을 붙여서 인지 더워서 인지 몰라도 1시쯤 넘어서 눈이 떠졌다. 생각보다 피곤하지도 않다. 유스케가 기지개를 켜며 말한다.


“넬리형. 생각보다 안 피곤해요. 배 안고파요? 밥 먹으러 가요! 전에 쇼핑할 거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일단 나가요”


그렇게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 간단하게 밥을 먹고 일본 최고의 잡화상 체인점인 돈키호테로 갔다. 돈키호테에서 기념품이랑 선물도 사고 무엇보다 효고현이라고 적혀 있는 티셔츠를 사고 싶었다. 나는 여행을 가면 그 지역에서만 파는 티셔츠를 모으는 게 취미다. 그래서 오키나와에서도 티셔츠를 하나 샀다.


돈키호테에 도착하니 또 유스케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형. 저 여자친구랑 잠깐 전화 좀 하고 금방 따라갈게요. 먼저 올라가 계세요”


뭔가 분위기가 좋지 않다. 유스케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갔다 온지 얼마 안됐는데 거기서 여자친구를 사귀어 6개월 정도 됐단다. 그리고 유스케가 먼저 일본으로 돌아오고 연락도 잘 안하고 하다 여자친구가 모레 일본으로 돌아오는데 여자친구는 카나가와라는 곳에 산단다. 한국으로 따지면 서울이랑 부산 정도의 거리다. 헤어질지도 모르겠다.


차안에 유스케를 남겨두고 혼자 돈키호테로 올라가서 이것저것 보는데 티셔츠는 없다. 선물로 사갈 생각이었던 동그라미 모양의 파스도 없다. G-Shock 시계도 사려고 했는데 괜찮은 모델도 없다. 실망하고 있는데 유스케가 올라온다. 표정이 시무룩해 보인다.


“유스케. 혹시 헤어졌어?”


유스케는 어두운 표정으로


“네…”


결국 아무것도 못 사고 유니클로 보다 더 싼 옷을 판다는 GU라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지유는 일본어로 자유라는 뜻이다. 이름 잘 지었다. GU로 가는 동안 차에서 신나는 음악을 틀고 따라 부르며 유스케 기분을 달래줘 봤다. 


“야 어제 밤새고 들어와서 오늘은 절대 술 마시지 말자 결심했는데 여자친구랑도 헤어졌고 한잔하자!”


유스케는 환하게 웃으며


“당연하죠! 가요!”


GU에서 내 옷이랑 선물로 다른 옷 몇 가지를 더 사고 다시 소네역에서 카즈키와 모였다. 오늘은 히메지로 가기로 했다. 히메지는 나름 효고현에서는 큰 도시란다. 옛날에는 고베보다는 다들 히메지에서 놀았단다.


“히메지에 비어가든이라고 있는데 3000엔만 내면 술이랑 음식이 무한 리필이래요! 옥상에 있고 사람들이 셀프로 음식이랑 술을 먹어서 사람이랑도 어울릴 수 있어서 좋을 거 같아요” 


그래 히메지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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