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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낭만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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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Jan 11. 2021

카코가와 강

타카사고

전날 밤과 다르게 한번도 안 깨고 정말 푹 잤다. 땀에 젖어서 깨지 않고 오히려 추워서 깼다. 눈 뜨자마자 담배에 불을 붙이고 카즈키를 깨웠다. 


“배 안고파? 밥 먹으러 가자”


카즈키는 예스맨이다. 내가 하는 말에 ‘노’ 라고 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역시 카즈키도 눈을 뜨자마자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음악을 튼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딩굴딩굴 하다가 도저히 배가 고파 못 참을 정도가 되어서야 터벅터벅 밖으로 나왔다.


역시나 밖은 덥다. 유스케가 차가 있다면 카즈키는 오토바이가 있다. 오토바이를 너무 좋아해서 벌써 3년째 타고 있단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무사고란다. 더워 죽겠지만 얼굴을 다 덮는 헬멧을 쓰고 식당으로 향했다. 어디 갈지 고민하다 꽤 고급스러워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넬리형은 아침에 밥 먹어요? 빵 먹어요?”


나는 외국 생활은 오래 했어도 입맛은 토종 그 자체이다.


“당연히 밥이지!”


카즈키는 좋아하며


“그렇죠? 역시 아침은 밥이죠? 저희 가족은 저 빼고 다 아침에 빵 먹어요. 저희 부모님도 아침에 빵 먹어요. 이상하죠? 아침은 역시 밥인데”


그런데 당황스럽게 식당에 밥 메뉴가 없어 대충 시켜 먹고 나왔다.


“나온 김에 아침 산책이나 좀 하고 들어가실래요?”



다시 카즈키 뒷자리에 올라타서 달렸다. 중간에 기름도 넣고 하며 꽤 달렸다. 바로 앞이라더니 20분은 달린 것 같다. 일부러 나보고 시골 구경하라고 멀리 돌아서 왔단다. 센스 있는 친구다.


타카사고의 평화로운 시골 풍경에 오토바이 위에서의 시원한 아침 바람은 덤이었지만 카즈키가 꽤 쌔게 달리는 바람에 사진 찍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사진이 없다. 아쉽다. 중간중간에 좀 서서 사진 찍을 걸 그랬다.


그렇게 달려서 도착한 곳은 카코가와강. 여기 하구에 있는 공원에서 카코가와강과 태평양 바다가 만난단다. 내려가서 물 맛이 짠지 안 짠지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그냥 참았다. 괜히 쓸데없는 짓 했다가 배탈 나기 싫었다. 


역시 살인적인 더위다. 오토바이에서 내려 공원에 나 있는 길을 따라 걷는 동안 또 땀이 쉼 없이 흘러내린다. 일본에 있는 내내 이상 기후로 36도란다. 체감온도는 40도를 가리킨다. 웬만한 더위에는 끄떡없는 내가 이 정도로 더위를 타는 게 이상했었다. 이 정도 온도라면 내가 헥헥 거릴만도 하다.



덥기도 하고 아침부터 돌아다녔더니 피곤하기도 해서 일단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카즈키네 방 에어컨이 필요하다. 이렇게 더운데 괜히 땀 흘리며 돌아다닐 필요가 전혀 없다. 다시 샤워를 하고 천국에서 잠이 들었다.


대충 2시쯤에 눈을 뜬 것 같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일본에서의 마지막 하루다. 내일 아침 일찍 공항으로 가야 하니 오늘은 해야 할게 많다. 일단은 쇼핑을 해야 했다. 기념으로 티셔츠도 못 샀고 어머니 드릴 동그라미 파스도 못 샀다. 그리고 원래는 유명한 관광지 같은 거 안가도 그만 하는 성격이지만 어제 밤에 빛나던 히메지는 한번 더 가보고 싶어졌다.


“아이러브 효고나 아이러브 히메지 같은 티셔츠는 어디 팔아?”


카즈키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한다.


“쇼토 (SHOT) 이라는 유니클로나 지유보다 더 싼 옷 가게가 있어요. 거기에 아마 다 있을 텐데. 아니면 넬리형 히메지 한번 가볼래요?”


그렇게 해서 어젯밤에 실망했던 히메지를 낮에 또 한번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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