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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낭만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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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Jan 12. 2021

고마운 친구들

타카사고

“히메지는 전철타고 가요”


좋다. 오토바이로 가기에는 너무 멀다.


“히메지까지 가는 전철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어제 우리가 탄 거고 또 산요라고 로컬 전철이 있어요. 그거 타면 좀 돌아서 가긴 하는데 시골 풍경이 잘 보일 거에요”


카즈키 예뻐죽겠다. 내가 시골 보고 싶어 하는 건 어떻게 알고 또 이렇게 제안을 한다. 진짜 오래된 듯한 또 하나의 소네역으로 갔다. 난 왜 이렇게 시골이 좋은지 모르겠다. 마음이 편안해 진다.


전철 맨 앞칸에 타서 시골 풍경을 구경하며 천천히 히메지역으로 달렸다. 운전사 아저씨는 더운지 연신 땀을 훑었다. 계속 앉아 있으니 배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일본 사람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배만 뽈록하게 나와있다. 



히메지 역에 도착하니 역에서 나오자 마자 정면에 하얀 히메지 성이 보인다. 그리고 역시 날씨는 푹푹 찐다. 히메지 성으로 가기 전 큰 쇼핑몰로 가봤다.


“넬리형이 하고 있는 선글라스 멋있어 보여요 저도 선글라스 하나 살래요”


귀여운 꼬맹이다. 키는 나보다 커도 띠동갑이 넘는 나이차이다. 내가 골라주는 오렌지 색깔 테의 까만 선글라스를 사고 만족하며 다시 길을 나섰다. 체내에 있는 수분을 다 빼내는 듯 땀을 흘리며 히메지 성에 도착했다. 성 앞에는 푸른색의 해자가 있었고 그 곳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문을 통과하니 예쁜 공원이 있다.



수학여행으로 이곳을 많이 찾는지 단체로 온 학생들이 많다. 우리는 히메지 성 앞까지 가서 사진만 찍고 다시 발을 돌렸다. 입장료는 한국돈으로 무려 16000원 정도다. 나는 관광지 특히 성 안은 잘 안 들어간다. 비싸게 돈 주고 들어가도 역사를 공부하고 오지 않으면 감흥도 없는데 돈만 날리는 기분이기 때문이다. 


다시 전철을 타고 타카사고로 돌아가 오토바이를 타고 쇼토 (SHOT)로 가서 미친듯한 쇼핑을 했다. 뭐 이런 싼 곳이 다 있나 할 정도다. 아이러브 효고나 히메지는 없었지만 멋진 한자로 쓰여진 티 몇 장과 바지를 샀다. 티 네 장과 바지까지 단 돈 3200엔에 샀다. 싱글벙글 하며 밖으로 나왔다.


“이제 슬슬 배 고프지 않아요?”


카즈키가 묻는다. 생각해보니 좀 허기지고 지치기 시작한다. 


“제가 일하는 스시집으로 가요. 저랑 가면 직원 할인돼서 쌀 거에요”


그렇게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스시집으로 갔다. 꽤 고급스러운 가게다. 기본은 회전초밥식인데 주문하면 바로 스시를 만들어준다. 갑자기 배가 너무 고프기 시작해 보이는 대로 입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가격 걱정이 되긴 했지만 일단 먹고 봐야겠다.



스시에 사시미에 맛있는 건 다 시켰다. 점점 접시가 쌓여가고 더 이상 먹으면 죽겠다고 느낄 때까지 먹었다. 지갑을 꺼내려는데 카즈키가 말린다.


“넬리형. 이건 제가 살께요. 제가 사면 그렇게 비싸지도 않아요. 형이 와서 이것저것 재미있는 구경도 하고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이건 제가 사게 해주세요”


그래도 한참 나이 어린 동생한테 얻어먹기 그래서 계속 괜찮다는데 끝까지 사양해서 얻어 먹고 말았다. 그래서 10월쯤에 한국 놀러 온다는데 그때 배터지도록 먹여주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그 약속은 지켰다.


마지막으로 카즈키의 모교에서 지금 마쯔리 (축제)를 한다고 해서 잠깐 들렀다. 온 마을 어르신들이 기모노를 입고 둥글게 돌아가며 천천히 춤을 추신다. 역사도 모르고 춤의 의미도 모르지만 이렇게 마을 전체에서 다 같이 힘을 모아 이런 축제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대단한 것 같다.



그렇게 집에 가는 날 아침이 밝아오고 유스케까지 소네역까지 마중을 나왔다. 카즈키는 계속 산노미야까지 배웅 하겠다는 걸 말렸다. 나 때문에 일찍 일어나기도 하고 지금까지 이 둘에게는 신세를 너무 많이 져서 이미 너무 고마웠다. 작별의 포옹을 하고 기념으로 사진도 한 장 찍고 헤어졌다.



한국을 워낙 좋아하는 친구들이라 곧 한국에서 볼 것 같다. 꼭 은혜를 갚아야겠다. 고맙다 얘들아.


다시 산노미야로 가서 버스를 타고 칸사이 공항으로 그리고 다시 피치항공을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짧았지만 강렬했던 일본 휴가. 벌써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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