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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투루판

by nelly park

아침 여덟 시 반에 톰과 갈, 수진누나 그리고 중국인 리옹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 커피 한잔 하고 자전거를 빌려 미나렛이라는 곳으로 갔다. 그저께 걸었던 곳이지만 자전거를 타고 좋은 사람들과 같이 가니 다시 새로워 보이고 좋았다. 문제는 딱 하나 리옹이라는 친구. 이 친구는 이탈리아에서 1년 유학을 하고 이란 여행을 마치고 중국에 온 지 3일 밖에 안됐단다.


이 친구는 뭔가 말이 안 통했다. 어제부터 느낀 거지만 자기 이야기만 하고 무슨 이야기만 하면 이란에서는 이렇다 저렇다 자기는 몇 개 국어를 할 줄 안다. 뭐 그런 말 밖에 없다. 다른 친구들도 뭔가 리옹을 피하는 것 같다. 눈치도 없는 것 같다. 이 친구를 보며 느낀 건 나는 이러면 안되겠다는 거다. 장기 여행을 하고 이렇게 내가 가본 곳을 자랑만 하고 다니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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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정말 뜨거웠지만 곳곳에 보이는 카타르에서 본 듯한 황토색 건물과 아라빅 글씨들을 보며 정말 나는 이곳이 중국인가 아님 다른 나라로 온 것인가 하는 착각이 든다. 핸드폰을 보니 기온은 41도. 살인적인 더위지만 기후가 건조해 그렇게 큰 더위는 못 느꼈다.


다 같이 넙적한 난 빵을 사서 첫날 갔었던 반미엔 식당에 앉아 국수에 난 빵을 먹었다. 역시 여행은 어디를 가는가 보다는 누구와 무엇을 함께 하느냐에 달린 거 같다. 이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부터 중국여행이 또 새롭게 보이는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와 한숨 자고 영화도 보면서 푹 쉬었다. 찌는 듯한 더위에 자전거까지 탔더니 지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저녁 여덟 시 좀 넘어서 톰과 갈을 만나 약속이나 한 듯이 어제와 그저께 갔던 야시장에 있는 양꼬치 가게로 갔다. 이제 주인 아저씨는 우릴 보면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신다. 여기 양꼬치는 크고 맛있다. 가격도 싸다. 화덕에서 갓 구운 난 빵에 양꼬치 기름을 묻혀서 먹는다. 시원한 맥주는 당연히 따라온다. 마지막으로 디저트엔 2원짜리 불량식품같이 생긴 아이스크림까지. 이 생활이 너무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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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루판에서의 마지막 날.


이제 일상이 되어버린 톰과 갈 그리고 수진누나와 존스카페에서의 아침. 커피한잔에 오물렛을 먹으면서 여유로운 아침을 맞았다. 바쁘게 그 도시에서 무언가를 봐야 하고 무언가를 꼭 해야 하는 것보다 이런 좋은 사람들과 보내는 소소한 하루가 좋다.


아침을 먹고 다 같이 우리 숙소로 돌아와 푹 쉬었다 갈은 우루무치에서 오늘밤 아버지를 만나서 모레 기차를 타고 카슈가르로 간단다.


나는 계속 어디로 갈까 고민했다. 카슈가르에서 국경을 넘어 키르기즈스탄을 여행하고 카자흐스탄으로 들어갔다 다시 중국비자를 받아 중국여행을 끝내고 태국에서 친구를 만날지. 아님 원래 계획대로 카슈가르에서 다시 남부로 내려가 중국여행을 마치고 태국에서 인도비자를 받아서 인도여행을 할지. 그것도 아니면 란저우로 내려가 티벳으로 들어가 네팔로 국경을 넘어 인도 여행을 할지. 행복한 고민이다.


생각보다는 인터넷에 정보가 없었다. 아직 카슈가르 여행이 끝날 때까지 시간이 있으니 어디로 가는 게 가장 좋을지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다시 배가 고파져 숙소 맞은편에 있는 약간은 고급스러운 식당에 들어가 죽을 먹었다. 처음 느껴보는 위구르식 향의 이 죽은 정말 맛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후후 불어가며 마셔버렸다.


갈은 버스시간 때문에 작별인사를 하고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와 딩굴딩굴 거리다 톰도 우루무치행 버스시간 때문에 떠나고 남은 수진누나와 나는 항상 먹던 양고기 꼬치 아저씨네로 갔다. 역시 콧수염 아저씨는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셨다.


양꼬치 다섯개에 난 빵까지 사서 마지막 밤 저녁을 맛있게 먹고 오늘밤이 마지막이라고 아저씨께 같이 사진 찍자고 부탁하니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지금까지 밥 먹으러 올 때마다 사진 찍는 걸 정말 싫어하셨는데. 이제는 정이 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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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을 하나 물고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투루판 생각 정말 많이 날 것 같다. 내일은 중국의 서쪽 끝 국경 마을 카슈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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