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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안에서의 보드카 파티

이식쿨

by nelly park


“Where are you from?”


앞자리의 무리 중 한 명이 우리에게 오더니 물어본다. 아무래도 특이한 옷 차림과 머리스타일의 우리가 신기했나 보다. 나는 말했다.


“까레야츠”


카레야츠는 러시아어로 한국인이라는 말이다. 다들 한국인이냐고 물어보니 나 빼고 다른 친구들은


“야뽄스키”


일본인이라는 말이다. 일본인과 한국인인 우리를 만나서 즐거워하며 자기들은 카자흐스탄에서 왔고 다 같이 은행에서 일하고 있는데 지금은 야유회 비슷하게 키르기즈스탄으로 여행을 왔다고 한다.



몇 명은 영어를 못해서 웃고만 있지만 다들 너무 선한 인상의 친구들이다. 다들 나이도 우리와 비슷했다. 카자흐스탄을 굳이 안가도 카자흐스탄 사람들을 만날 수 있구나.


그 중 한 명이 묻는다.


“보드카 좋아해?”


우리는 합창했다.


“YES!!!”


기다렸다는 듯이 가방에서 보드카 몇 병을 꺼내더니 우리에게 플라스틱 컵을 나눠준다. 그리고 술을 따라주더니 건배! 하고 외치고 다들 원샷하고 갑자기 이 버스는 술 파티가 되어버렸다. 미니벤이긴 하지만 대중교통 안에서 보드카 파티라니. 러시아 문화권 사람들은 소문대로 역시 화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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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이 켜져 있긴 했지만 더운 여름날씨에 버스 안에서 보드카를 미친 듯이 마셨더니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여자애들은 그만 마신다고 하고 기절해 버리고 나름 소주로 단련된 한국남자인 나는 끝까지 남아서 마셨다.


카자흐스탄 친구들도 너무 유쾌하고 밖의 풍경은 또 왜 이렇게 아름다운지. 덜컹거리는 미니벤안에서 취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두 시간 동안 마시고 웃고 떠들고 그 친구들은 목적지가 이식쿨 가기 바로 직전이라 먼저 내린다. 너무 아쉬워하며 여기 숙소를 이미 예약하고 와서 어쩔 수 없이 간단다. 숙소만 예약 안 했었으면 우리 따라 이식쿨까지 가고 싶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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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작별의 포옹을 하고 우리는 이식쿨에 내렸다. 광란의 네 시간이었다. 내린 곳은 허허벌판의 도로. 이건 또 뭐지. 여기서 우리는 또 어떻게 해야 하지. 숙소를 예약한 것도 아니고 길을 아는 것도 아니고. 다들 술은 마실 대로 마셨고.


허허벌판의 도로 위에 서 있으니 우리가 타고 온 미니벤 기사 아저씨가 오더니


“슬립? 슬립? 호텔? 호텔?”


이라고 물어보신다. 키르기즈스탄에서는 기본적으로 영어로 대화하는 것은 포기하는 게 좋다. 그래서 우리가 ‘예쓰!” 라고 했더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한다. 그러고 근처에 있는 택시기사 아저씨랑 얘기를 하더니 아저씨를 따라가란다.


다들 가난한 배낭 여행자라 택시타는건 좀 그런데 하고 생각하는 차에 아저씨가 말한다.


“나는 택시 기산데 우리집이 게스트하우스도 같이 해. 내 택시비는 안받을게. 우리 게스트하우스 가서 보고 결정해”


오! 영어 할 줄 아신다!


아저씨의 택시를 타고 일단 가서 보기로 했다. 깨끗한 방에 저녁이 되어 쌀쌀해지는데 핫샤워도 된다고 한다. 다만 문제는 도미토리 방은 없고 트윈룸이나 더블룸은 너무 비쌌다. 너무 비싸다고 하니 인상 좋은 주인 아주머니는 잠깐 생각을 하더니 따라 오란다.


따라갔더니 집 뒤쪽에 넓은 방이 있었다. 여기는 손님용은 아닌데 여기라면 싸게 해준다고 하셔서 그렇게 하기로 하고 우리 다섯은 그냥 한 방에 이불 깔고 같이 자기로 하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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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도 잡았겠다. 잠깐 밤 산책 겸 저녁을 밖에서 저녁을 먹고 광란의 이식쿨 도착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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