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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슈케크의 일상

비슈케크

by nelly park

타지키스탄 비자와 파미르 고원 퍼밋 그리고 카자흐스탄 비자까지 다 받고 이번엔 우즈베키스탄 비자를 받으러 가봤다. 나와 아키만 중국에서 같이 오고 다른 멤버들은 먼저 키르기즈스탄으로 와서 이미 신청을 다 해놨단다. 블로그 소년 타쿠야도 우리가 이식쿨에 간 사이 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인터넷에 나와있는 정보대로 버스를 타고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으로 갔다. 대부분의 비자 신청조건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거의 비슷해서 따라갔는데 한국인인 나는 우즈베키스탄 비자를 신청하려면 초청장이 필요하단다. 그게 뭐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대사관 사람들도 영어를 못한다. 괜히 헛걸음 했다.


아키는 비자를 신청하고 나는 숙소에서 우즈베키스탄 비자 신청 조건을 찾아보니 현지에 아는 사람이 초청장을 보내던지 아니면 여행사를 통해서 받아야 한다. 조금 더 알아보니 타지키스탄에서 신청하는 게 더 빠를 수도 있다는 정보를 보고 나는 그냥 타지키스탄에서 신청하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와 다 같이 전통 시장으로 가봤다. 비슈케크 최대의 시장답게 규모가 꽤 컸다. 딱히 살만한 물건은 없었지만 이국적인 이 시장을 보는 것이 즐거워 이곳 저곳 돌아다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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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또 한번 느꼈지만 키르기즈스탄 사람들은 정말 덩치가 크다. 러시아권에 속해서 그런 건지 유목민 특유의 민족특성인지 미소가 없는 남자들은 왠지 모르게 꽤 위협적이다. 다들 효도르 같은 덩치다.


시장을 지나가다 옷 가게 앞에 세 명의 남자가 복싱을 하는지 잽을 연습하며 웃고 있었다. 그 옆을 지나가며 그냥 눈이 마주쳤는데 다짜고짜 내 얼굴에 잽을 날린다. 거기서 한판 붙어버리면 시장 사람들이 다 나와 우리가 불리해질 것 같아 그냥 웃고 지나가버렸다. 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낀 건 대부분의 나라들이 자국민 보호가 꽤 강하다. 그 나라 사람들과 시비를 붙으면 나만 손해다. 그냥 지나가는 게 상책이다.


이 시장에 라그만으로 유명한 맛집이 있단다. 키르기즈스탄에 들어와서 1주일 정도 거의 라그만으로 배를 채워서 살짝 질리려고 했지만 사실 라그만은 정말 맛있는 음식이다. 사람이 꽤 북적북적한 식당으로 들어가 이것저것 음식을 시켰다.


옆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이 먹고 있는 게 맛있어 보여 저건 뭐냐고 했더니


‘비슈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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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즈스탄식 스테이크덮밥 같은 거란다. 먹어보니 맛이 기가 막힌다. 라그만 외에 또 시킬 수 있는 음식이 생겼다. 거기다 서빙하는 아가씨가 너무 예쁘다. 아키와 사토시상과 나는 꼭 다시 여기 시장 와서 밥을 먹기로 결심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키르기즈스탄은 물가에 비해 은근히 밥값이 비싸서 대부분의 끼니를 숙소에서 요리해 먹었다. 아키는 아무래도 여행을 위해 태어난 것 같다. 요리를 아주 잘한다. 놀라운 건 옛날에 잠깐 호텔에서 셰프를 했었다고 한다.


재료만 있으면 이것저것 뚝딱뚝딱 잘도 만들어 낸다. 설거지는 당연히 남은 우리 담당. 나름 나도 호주에서 보조 셰프 일을 하면서 칼질을 곧잘 한다. 그래서 가끔씩 나는 설거지 당번 제외. 블로그만 잘 쓰는 타쿠야가 대부분의 설거지를 도맡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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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고기 요리를 하자는 아키의 말에 나츠코와 사토시상 그리고 나는 집 앞의 슈퍼로 갔다. 고기를 찾으러 정육 코너로 가니 고기는 다 빨갛다. 영어로 아무리 물어봐도 말은 통하지 않는다.


“비프? 치킨? 포크?”


이렇게 물어봐도 정육점 아주머니들은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으로 손을 젓는다. 그러자 사토시 상은 머리에 뿔을 그리며 음메 음메 하며 비프? 비프? 하고 물어보니 아주머니들은 그제서야 웃으면서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나츠코는 팔을 위아래로 저으며 꼬끼오 꼬끼오 소리를 내며 치킨? 치킨? 하니 그것도 아니란다. 마지막으로 내가 손가락으로 코를 누르며 꿀꿀 소리를 내며 포크? 포크? 하니 아주머니들은 박수치며 그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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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사기에 성공한 우리들은 각종 채소들과 돼지고기를 사서 의기양양하게 숙소로 돌아가 아키 셰프의 지휘아래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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