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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마지막 생일 파티

비슈케크

by nelly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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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의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


아키는 일본을 아주 사랑하는 평범한 일본 청년이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게 된다. 영어없이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농장에서 일하다 우연히 식당에서 접시를 닦게 되었다. 거기서 같이 일하는 프랑스 할아버지 셰프가 요리를 조금씩 가르쳐주었다고 한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유럽 여행을 하다 막바지에 남은 돈으로 스페인에서 스페인어 어학연수를 잠깐 하게 된다.


이제 돈도 다 떨어지고 어떡하지 하는 찰나에 어학원에 같은 반에 있는 그리스인 할머니가 대뜸 요리 할 줄 아느냐고 물었는데 할 줄 안다고 했더니 그리스에 있는 5성급 호텔에서 지금 부지배인을 맡고 있는데 호텔에서 셰프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에 갑자기 그리스로 가게 된다.


급여도 좋고 숙식도 해결되어 돈을 꽤 모아 거기서 반년 동안 모은 돈으로 남미여행을 1년하게 된다. 남미에 있는 나라는 단 하나도 빠짐없이 여행한 아키는 이제 돈이 다시 떨어지게 된다. 또 여행 막바지에 만난 어떤 일본인 부부. 그 부부는 캐나다에 이민을 해서 정원을 하고 있는데 캐나다에 와서 정원일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에 바로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캐나다로 가서 정원일을 하게 된다.


거기서 모은 돈으로 지금 여행을 하다 나를 만난 것이다.


그리고 더 신기한 것은 거기서 만난 브라질 여자친구. 이미 캐나다 영주권을 받아 유명한 건축회사에서 일하고 있단다. 이 여행을 끝나면 결혼할 생각이란다. 그렇게 되면 아키는 자동 캐나다 영주권 취득.


“캐나다에서 만난 일본 친구들이 진짜 열심히 영주권 따려고 이 도시 저 도시 이동하고 학교 등록하고 하는데 나는 딱히 영주권 딸 생각은 없었는데 우연히 캐나다 사람 되게 생겼어”


하고 허허허 웃는다.


이렇든 여행은 우연의 연속. 만남의 연속. 그 조각조각들이 모여 한 편의 여행기가 완성되지 않나 싶다.


호주로 떠나기 전 사진 전문 대학에서 사진 전공을. 아르바이트로 카누 조교, 트레킹 가이드, 페러글라이딩 조교를 했다고 한다. 이만큼 여행을 하기에 완벽한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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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각자 숙소에서 쉴 사람은 쉬고 비자 신청을 해놓은 사람은 비자를 받으러 가고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방에 처박혀서 외장하드에 있는 영화를 보며 하루를 보냈다. 갑자기 아키가 방에 들어오더니


“넬리야 비슈케크에 완전 멋진 호수 있대. 거기서 수영도 하고 사진도 찍어줄게”


“아 싫어. 오늘은 귀찮아. 집에 있을래. 아 근데 이상하다. 너가 웬일이야. 갑자기 사진도 찍어준다 그러고. 어디 아파?”


사진을 잘 찍는 아키에게 가끔씩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지만 웃으며 돈 내라고 하면서 항상 거절했었다. 그러다 못이기는 척 사진 몇 장 찍어주곤 했었다. 그런데 먼저 사진 찍어준다고 하니 이상했다.


아키와 타쿠야는 끈질기게 설득하다 내가 안 간다고 하니 그럼 갔다 온다고 하고 나갔다. 나는 방에서 계속 쉬다 배가 고파 1층 키친으로 가 밥이나 해 먹을까 했는데 이미 멤버들이 다 모여 있었다. 같이 파스타나 해먹자고 한다.


오케이하고 요리해 밥을 먹고 배가 불러 의자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불이 꺼지더니 아키가 케이크에 불을 붙여 가지고 온다.


“해피 버스데이 투유”


생일 축하 노래가 퍼진다. 내일이 내 생일이다. 다들 나 몰래 깜짝 파티를 준비한 것이다.


원래 작전은 아키와 타쿠야가 나를 유인해서 밖으로 나가고 남은 멤버들이 케이크를 사고 생일 카드를 적고 요리를 해서 준비하는 것이었는데 예상 밖으로 내가 밖으로 나가지 않자 두 명은 생일 케이크를 사러 가고 룸메이트인 사토시상은 내가 밖으로 나오나 망을 보고 나츠코가 요리 재료를 사고 준비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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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는 사장님한테 부탁해서 나 몰래 아키방으로 운반을 해놓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주었다.


감동적이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에게 축하 받는 내 20대 마지막 생일. 행복하다. 이것이 내가 여행을 계속 해야 하는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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