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틴 알라샨
딱딱한 나무바닥의 식당 바닥에서 잤더니 뻐근했다. 열두 시간 거리를 말도 안되게 여섯 시간만에 달려온 탓에 피곤하기도 했었다. 해가 뜨니 한사람 두사람 식당으로 내려와서 밥을 먹기 시작해서 우리도 자동적으로 눈을 떴다.
그 자리에 껴서 같이 밥을 먹고 다들 가방을 둘러 매고 산을 돌아 정상으로 간다고 한다. 우리의 목적은 여기에 유명하다는 온천으로 가보는 것이어서 가방을 맡겨놓고 근처에 있다는 온천으로 가봤다.
어제 낮에 입구에 도착해서 이곳을 잘 못 봤는지 이른 아침의 알틴 아라샨은 정말 눈이 부셨다. 저 멀리 만년설이 보이고 여전히 하늘에 닿을 듯 솟아있는 뾰족뾰족한 침엽수들을 병풍으로 그 앞에는 물이 흘렀다.
냇가를 쭈욱 따라 걸으니 한 구석에 조그맣게 노천 온천이 있었다. 손을 담가보니 엄청 뜨거울 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딱 적당한 약간 미지근한 온도의 물이었다. 이거다 싶어 다들 옷을 벗고 탕으로 들어갔다. 한적한 곳이라 사람도 없었을 뿐더러 우리는 그다지 주위를 신경 쓰는 스타일이 아니라 팬티까지 다 벗고 알몸으로 탕으로 들어갔다.
눈 부신 주위의 풍경을 보며 좁디 좁은 이 탕 안에 건장한 남자 셋이 알몸으로 앉아 있으니 기분은 이상했지만 뭐 어떤가 과연 평생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탕에서 나와 몸을 닦고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다시 쭈욱 걸어 진짜 온천탕이 있다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관리인 아저씨가 탕 하나 대여 두 시간에 400솜으로 해주신다. 오케이 하고 돈을 지불하고 탕 안으로 들어갔다.
알몸으로 뜨끈뜨끈한 물에 들어가 그 동안의 피로 때문에 눈이 자꾸 감기는데 아키가 갑자기 카메라를 꺼내더니
“사진 찍자!!”
하고는 타이머를 맞춰놓고 탕으로 뛰어 들어온다. 당황한 우리는 중요한 부분만 얼른 가리고 사진을 찍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사진을 찍었다. 목욕탕에서 알몸으로 사진이라니.
탕에 누워 있다 너무 뜨거우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풍경을 보고 좀 쉬다 다시 들어갔다를 반복하며 어제 트레킹을 하며 쌓인 피로를 풀었다. 이것이 중앙아시아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다.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초자연적인 매력.
다시 옷을 챙겨 입고 하산을 하기로 했다. 어제 그렇게 열심히 올라온 길을 그대로 다시 내려가기는 싫었지만 내리막길에다 어둡지 않아 생각보다 금방 내려왔다. 올라갈 땐 여섯 시간. 내려올 땐 세 시간. 우리 셋 중에 제일 젊은 나도 하산하니 이렇게 무릎이 아픈데 나랑 띠 동갑인 사토시상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고 물어보니
“너네들이 나 버리고 갈까 봐 진짜 죽을힘을 다해서 너네들 따라온 거야!”
나는 빼빼 마른 사토시상이 의외로 체력이 좋구나 했었는데 다 나 혼자만의 오해였나 보다.
이렇게 고생해서 왔는데 바로 비슈케크로 돌아가긴 싫어 근처에 있는 카라콜로 가보기로 했다. 택시를 잡아타고 다시 악수로 가 미니벤으로 카라콜로 갔다. 카라콜은 생각보다 정리가 잘 되어 있고 깨끗한 도시였다. 멋진 풍경과 정겨운 사람들의 미소는 덤이었다.
산을 내려올 때는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지만 일단 오늘은 쉬기로 했다. 론니플레닛을 보니 생각보다 여기에 게스트하우스가 많이 있어서 몇 군대를 둘러보고 가격 대비 제일 좋은 곳을 찾아 짐을 풀고 씻었다.
마을을 둘러보고 밥도 먹고 여유로운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아침.
아키가 말한다.
“여기 동물원이 있대. 거기 가보자”
별로 땡기지는 않지만 사토시상도 관심 있는 눈치다. 숙소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라 가봤더니 생각보다 규모가 너무 작았다. 중앙아시아에는 어떤 동물이 있을까 하고 호기심도 있었지만 낙타. 야크. 새들. 파충류 전시관 등이 있었다. 가격은 단 돈 20솜이라 돈이 아깝지는 않았다. 오히려 덕분에 시간도 잘 보내고 구경도 잘했다.
오후 네 시쯤에 있는 미니벤을 타고 다시 비슈케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