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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즈스탄 여행의 막바지

오슈가기

by nelly park

다시 비슈케크에서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제 멤버들 대부분이 여기서의 비자 문제를 해결하고 타지키스탄으로 떠날 날이 얼마 안 남았다. 얼떨결에 여기로 와서 또 타지키스탄으로 따라 가게 되었지만 설레는 마음은 감출 수 없다.


아직 아제르바이잔 비자를 신청하고 기다리는 중인 나츠코와 사토시상 때문에 여기에 이틀 더 머무르기로 했다. 맨날 숙소에서 여러 여행자들과 이야기하고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 일상도 좋지만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이곳을 좀 더 돌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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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섯 명이 다 같이 비슈케크 시내를 돌아보기로 했다. 시내를 돌아보니 역시 구소련에 속해 있었던 나라라 그런지 건물 자체도 웅장하고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키르기즈스탄의 영웅으로 보이는 말을 탄 남자의 동상이 곳곳에 보였다. 길을 가다 목이 마르면 길거리에 파는 음료수로 목도 축이고 하며 계속 걷다 영화관이 보였다. 우리가 아는 영화다.


“엑스맨 더 울버린!”


반가운 휴 잭맨의 얼굴이 있는 영화 포스터가 걸려있어서 극장으로 들어갔다. 영화 표를 끊고 영화를 보는데 충격적인 반전. 영화 전체가 러시아어 더빙이다. 미국영화라 영어니까 아무 문제 없겠지 하고 보러 간 영화가 러시아어 더빙이라니. 다들 당황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액션영화라 많은 걸 이해할 필요는 없다는 점과 ‘엑스맨 더 울버린’은 일본 배경이었다. 일본어가 중간중간에 나와 조금은 영화가 이해가 되었다.


허탈함에 허허허 웃고 나온 우리는 배가 고파 시내에 있는 큰 식당으로 가봤다. 라그만과 비슈테크를 알지만 또 새로운 음식을 먹고 싶어진 나는 방콕여행하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형님이 기억났다. 그 형님은 키르기즈스탄에 이민을 가서 15년 넘게 살다 방콕으로 여행 온 형님이었는데 오랜만에 연락을 해봤다.


키르기즈스탄 추천 음식이 뭐냐고 물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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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오르만 라그만”


라그만 종류인데 국물이 없는 볶음 라그만 이었다. 너무너무 맛있었다. 맛있는 음식들을 배터지게 먹은 우리는 숙소로 와서 내일 여행 계획을 세우고 마지막 비슈케크의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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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다 보니 3주 이상을 보낸 사쿠라게스트하우스와의 작별의 시간이 왔다.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고 어떻게 보면 조금은 위험할 수도 있고 정보도 많이 없는 이 비슈케크에서 안전하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각자 가방을 싸서 나왔다. 결국 타쿠야는 우즈베키스탄 서류에 이름 스펠링을 잘못 썼는지 비자를 거절당하고 타지키스탄에서 받기로 하고 비슈케크를 떠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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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터미널로 가서 오슈행 미니벤을 잡아탔다. 오슈에서 비슈케크로 올 땐 분명히 다섯 시간 정도 만에 왔는데 갈 때는 두배 인 열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미니벤에 올라탔다.


열심히 달리고 달려 가다 밤이 깊어 새벽이 되었는데 갑자기 차를 갓길에 세우더니 멈춘다. 야간 버스라 잠을 좀 자야 한다나 뭐라나. 그래. 졸음 운전하다 다 죽는 것 보다는 낫겠지. 다들 골아 떨어져있는데 나는 스트레칭도 할 겸 담배도 하나 필 겸 차 밖으로 나왔다.


키르기즈스탄에 한 달 정도 있으면서 일출은 처음 본다. 어떻게 저렇게 빨갈까. 한참을 보고 서 있었다. 자고 있는 일행들을 다 깨워서 보여주고 싶었지만 입을 벌리고 코골고 자고 있는 친구들을 깨우기 뭐해서 혼자만 이 장관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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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차에 올라 오슈 도착!


오슈에서 국경을 넘어 타지키스탄으로 가는 지프를 예약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인터넷으로 알아본 여행사도 같이 하는 숙소로 갔다.


오슈의 숙소는 아파트를 개조한 숙소였다. 일반 아파트의 방에 이층 침대를 몇 개 두고 가족이 운영하는 듯했다. 가자마자 지프 가격을 흥정하고 그제야 각자 침대로 가 잠이 들었다. 아침 일곱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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