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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한 사람들

꼬콩

by nelly park

에메랄드 빛 바다와 여유로운 해변의 휴양지로 유명한 시하눅빌에서 이 유토피아 게스트하우스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 밖으로는 거의 나가지 않았다. 둘째 날 잠깐 해변에 간 것. 그리고 너무 아침 일찍 일어나 숙소 안의 식당이 문을 아직 안 열어서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가 물을 사러 갔던 게 다다.


익숙함을 버리고 떠날 때가 온 것 같다.


“데이빗. 너는 이제 어디로 갈꺼야?”


“나는 바탐방이라는 도시로 가보려고. 톤레삽 호수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도시래”


이제 데이빗과도 작별의 시간이 왔나 보다. 나는 태국으로 가는 국경 도시인 꼬콩으로 가야 한다. 이제 태국으로 들어가서 슬슬 이 긴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가야 할 때가 왔다.


유토피아 앞에 있는 여행사에서 각자 목적지로 가는 미니벤 표를 끊고 돌아와서 다시 하루를 쉬고 다음 날이 밝았다.


“남은 여행 즐겁게 하고 언젠가 길 위에서 만나자”


데이빗이 먼저 미니벤을 타고 바탐방으로 떠나고 나는 두어 시간 있다 꼬콩으로 가는 미니벤에 올라탔다. 생각보다 거리가 있어서 여섯 시간 좀 넘게 걸린 것 같지만 가는 길에 지나가는 소들도 보고 높게 뻗은 나무들을 보면서 그렇게 지루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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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콩에 대한 정보도 없고 지도도 없고 동행자도 없지만 일단은 미니벤에서 내려서 걸어보기로 했다. 꼬콩은 작은 도시라 그런지 버스 터미널 근처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역시 익숙하게 오토바이 호객꾼이 왔다.


“게스트하우스? 게스트하우스? 2달러. 2달러”


꽤 장시간 미니벤에 있어서 씻고 싶기도 하고 꼬콩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으니 일단은 오토바이를 타고 게스트하우스로 가기로 했다. 물론 2불에서 1불로 깎았다.


도착한 게스트하우스는 2층에서 바다가 잘 보이는 조금은 낡아 보이지만 깨끗한 곳이었다. 꼬콩은 여행자가 거의 없는지 나 혼자 밖에 이곳에 없는 것 같았다. 따로 도미토리가 없는 것 같아 그냥 10불 내고 혼자 방을 쓰기로 했다. 원래 12불 이라는 것을 3일 동안 머물 예정이라고 말하고 깎았다. 이제 캄보디아 여행도 마지막인데 가만히 혼자 앉아서 생각 정리도 할 겸 조용한 이 곳에 있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방에 짐을 내려놓고 좀 씻고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에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한잔 시켜서 자리잡고 앉았다. 숙소 밑으로 아까 버스 터미널에 내렸을 때 본 동양인 여자와 서양인 남자 커플도 지나가고 예쁘게 생긴 흑인 여자도 지나간다. 그러다 나를 발견하고 다들 여기로 들어온다. 아무래도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니 여기는 괜찮은 숙소인가 보다 하고 들어온 것 같다. 나라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 가는 것 보다는 사람이 있는 곳을 택했을 것이다.


체크인을 하고 테라스로 와서 하나 둘 자리 잡는다. 말을 걸어보니 흑인 여자는 프랑스인 프리실라. 커플인 줄 알았던 이 둘은 여자는 타이완인 위니. 남자는 벨기에인인 마크. 다들 국경 도시로 온 걸 보니 여기에 있다 태국으로 갈 생각인 것 같다.


다행히 혼자 외로울 것 같던 꼬콩에서도 친구가 생겼다. 다 같이 밥도 먹으러 가고 산책도 하고 맥주도 한잔씩 했다.


캄보디아 마지막 여행지인 꼬콩의 석양은 왜 이렇게 아름다운지. 많은 생각이 든다. 아무 생각 없이 여행하며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이나 하러 가자는 생각으로 이 곳에 와서 뜻밖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너무 즐겁게 여행했다. 그 동안 만난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르면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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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실라도 마침 나랑 같은 날에 태국으로 간다고 한다. 태국은 한번도 안 가봐서 내가 방콕 카오산로드로 데려가기로 했다. 일단 태국으로 가는 국경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가기로 했다. 꼬콩에서 방콕으로 바로 가는 여행자 버스가 있긴 하지만 조금 비싼 것 같아 직접 국경을 넘어서 태국에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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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타고 1시간 좀 덜 걸려 국경에 도착해서 태국 도장을 받고 밖으로 나갔다. 태국으로 들어오니 갑자기 조용하던 캄보디아와 너무 다르게 도시가 펼쳐진다. 세븐일레븐도 있다. 성조가 없는 캄보디아어와 다르게 높낮이가 심한 태국어를 들으니 반갑다. 열심히 ‘삽사바이’ 하고 인사하다 이제는 ‘싸와디캅’이다.


국경 옆에 있는 식당에서 오랜만에 태국 고기 국수를 먹었다. 그리고 조금 걸으니 미니벤이 기다리고 있었다.


“뜨랏? 뜨랏?”


하고 물어본다. 뜨랏은 우리가 방콕으로 들어가기 위해 버스를 타야하는 도시다. 그래서 가격을 적당히 흥정하고 오케이 하고 미니벤에 올라탔다. 그리고 뜨랏에서 내려 다시 버스표를 끊고 방콕 북부버스터미널 모칫으로 향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이동만 하는 날이다.


모칫에서 내려 다시 카오산행 버스를 타고 이제 거의 다 왔구나 하는데 버스기사가 외친다.


“카오산 내리세요”


그래서 내렸더니 내가 항상 내리던 곳이 아니다. 알고 보니 지금 태국은 시위 중이라 카오산까지 못 들어가고 카오산보다 한참 전에 내려준 것이다. 프리실라에게 나만 믿어 하고 데려왔는데 당황했다. 버스가 못 들어가면 다른 교통수단도 못 들어간다는 말이 된다. 하루종일 이동해서 피곤했지만 둘이서 열심히 배낭을 메고 물어 물어서 2시간 동안 걸어서 드디어 카오산에 도착했다.


긴 하루였다.


캄보디아를 같이 가서 좋은 사진을 찍어주신 션형. 캄보디아에서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들어준 루도와 동동. 그리고 캄퐁참 섬에서 최고의 경험을 선사해준 벤과 요바나 커플. 어쩌면 한국에서 이미 일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낌 아저씨. 캄폿과 시하눅빌까지 외롭지 않게 방 쉐어를 하고 말 동무도 되어주었던 데이빗. 꼬콩에서부터 태국까지 함께 고생한 프리실라. 다들 너무 보고 싶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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