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올해만 벌써 두 번째 일본행이다. 같이 사는 룸메이트 기선이가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혼자서 집에서 멍하게 있는 게 안타까워 데리고 나가 바람이라도 좀 쐬게 해줘야겠다 하고 비행기표를 찾다 우연히 찾은 엄청나게 싼 후쿠오카행 티켓. 편도 3만원이다. 그리고 다른 항공사에서 찾은 나가사키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편도 티켓 9만원. 이거다. 이거면 짧게라도 가서 기분전환이라도 좀 하고 오겠다.
그리고 내 가장 오래된 친구이자 당시 기선이의 회사 대표 영목이한테 이 사실을 말했더니 흥분하며
“야! 나는? 왜 너네만 같이 가는데?”
그렇게 남자셋이서 후쿠오카로 떠나게 되었다.
오후 3시 50분 인천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라 나는 12시에 강남에서 일을 마치고 바로 버스를 타고 인천으로 달렸다. 공항 체크인 카운터에서 셋이서 바로 만나 체크인을 같이 하고 담배 하나 피고 이 친구들은 면세점에서 살 거 있다며 얼른 게이트로 들어가자고 한다.
나는 평소 여행하면서 면세점에서 쇼핑해 본적이 없다. 기껏해야 여행가서 필 담배 한 보루 정도다. 이 친구들은 알뜰살뜰하게 면세점 쇼핑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쿠폰 같은 걸로 할인까지 받아 이미 주문을 해놨단다. 나는 그런 거 할 줄 모른다. 사실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제일 외국 경험도 많고 영어 강사인 내가 제일 잘 알 거 같지만 나는 반대로 문명과 가장 먼 사람인 듯 하다.
쇼핑을 마치고 드디어 비행기에 올랐다. 사실 비행기에 올라서도 도저히 실감이 안 난다. 급하게 정한 여행이기도 하고 (사실 여행이기 보다는 짧은 휴가에 가깝긴 하지만) 이 멤버로 외국으로 떠날 거라는 건 상상도 못했다. 나는 마음 한 켠에 부담도 되고 걱정도 되긴 했다. 나는 일본 여행 경험이 꽤 많다. 이번에 가는 후쿠오카는 벌써 세 번째고 나가사키는 두 번째다. 그리고 내 일본어는 한국어와 비슷한 원어민 수준이다. 반면에 이 친구 둘 다 일본은 처음이다. 물론 일본어도 못한다.
‘아 이러다 내 여행은 못하고 통역하고 가이드만 하다 스트레스만 받고 끝나는 건 아닐까. 이러다 폭발해서 싸우고 한국 돌아와서 제일 친한 친구 둘을 잃는 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 반과 ‘제일 친한 친구 둘과 가면 진짜 재미있겠지. 또 언제 이렇게 셋이서 떠나보나’ 하는 설렘 반이었다.
인천에서 후쿠오카 공항까지는 정말 얼마 안 걸린다. 1시간 좀 넘게 걸려서 도착했다. 아무도 수화물을 안 붙여서 수월하게 입국심사를 통과해서 공항을 빠져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6시가 다 되어 벌써 어둑어둑하다. 일본 무사 입국을 자축하며 편의점에서 마실 거리 하나씩 사서 담배 하나씩 폈다. 추운 서울에 있다가 따뜻한 남쪽 도시로 오니 덥다. 입고 온 자켓을 벗어 가방에 넣고 공항 리무진 버스에 탔다.
버스 안은 방금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들과 짐으로 꽉꽉 채워져 힘겹게 출발했다. 출발하고 좀 지나고 기선이가 말한다.
“엇 분명히 숙소 가는 길은 버스 타는 곳 2번에서 A번 버스 타라고 했는데 이 버스 A번 아니잖아. 어떡하지? 내려야 하나?”
나는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하카타 역으로 가는 거 같은데 거기까지 가면 어떻게 되겠지. 야 이런 데서 길 잃는 거도 재미있어. 그냥 가면 되지. 정 안되면 세 명이서 돈 모아서 택시타면 되니까 걱정하지마”
다행히 버스는 우리가 가려고 하는 미즈호 정류장에 내려준다. 그리고 숙소 가는 길에 적혀 있던 데로 정면에 보이는 혼다랑 호토모토 사잇길로 걸어가서 우회전 하니까 숙소가 보인다.
‘도착이다!’
얼른 체크인을 하고 가방을 내려놓고 밥을 먹으로 가기로 했다. 영목이는 우리에게 일본 출발하기 전부터 말했었다.
“나는 후쿠오카에서 타규라는 데서 야키니꾸가 제일 먹고 싶어. 나는 그거만 먹으면 돼”
오케이 일단 배고픈데 밥 먹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