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유일하게 한국에서 로밍 서비스를 받아온 영목이의 구글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하카타에 위치한 숙소에서 타규까지는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배고파도 그냥 셋이서 외국 같지 않은 이 외국의 거리를 걷는 다는 자체가 좋았다. 서울처럼 밤의 찬바람도 없었다. 기선이와 영목이는 밤이니까 추워질 것 같다고 한국에서 입고 온 패딩 점퍼를 그대로 입고 나는 그냥 맨투맨 티 하나만 입고 걷기 시작했다. 아직은 초저녁이라 그런지 내가 옳은 것 같다. 이 친구들은 좀 걷더니 더워한다.
고기 굽는 냄새가 이끄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드디어 도착. 역시 유명한 고깃집답게 앞에는 몇 팀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는 현지인들한테도 유명하지만 특히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듯하다. 기다리는 사람들도 식사를 하고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들도 한국인들이 많았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후쿠오카 맛집에는 꼭 이 곳 타규가 있었다.
나는 여행 하면서 먹거리를 찾아 다니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다. 물론 맛있는 것을 먹으면 좋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식사는 배만 부르면 된다는 주의이다. 이 친구들 생각은 좀 다른 듯 하다. 특히 기선이는 오로지 먹기 위해 일본을 온 것 같다. 하루에 6끼는 꼭 먹고 싶다고 했다.
타규에 줄 서 있는 팀이 우리 앞에 5팀 정도가 있었다. 나는 먹기 위해 식당 앞에서 기다리는 것을 싫어한다. 아니 이해가 안 간다고 하는 표현이 맞겠다. 밥 먹을 곳은 많은데 굳이 여기에서 기다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너네들 여기서 기다려서 먹을래? 나는 여기보다 모츠나베가 다 땡기는데? 일본친구들한테 후쿠오카 간다고 하니까 하나 같이 다 모츠나베 먹으러 가냐고 그러더라고. 나 혼자 가서 먹고 올게”
나는 말했다. 그러자 기선이가
“야 여기서 기다려서 조금만 먹고 모츠나베도 먹으러 가면 되지. 조금씩 다 맛보면 되자나”
나한테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배 부른데 또 먹자고? 그래도 같이 온 김에 조금만 기다려서 여기 타규에서 야키니꾸를 먹기로 했다.
마침내 우리 웨이팅 번호 30번이 불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연기가 자욱한 이곳에는 한국인 몇 팀이 보이고 중국인들 그리고 동남아시아인 얼굴을 한 사람들도 보인다. 정작 일본인은 거의 안 보이는 듯하다.
‘여기는 홍대로 치면 수정 옥돌 생소금 구이 같은 곳인가? 홍대 사는 우리는 정작 가지도 않는. 하지만 지나갈 때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 서서 먹고 있는. 뭐 그런 곳인가?’
일단 상갈비랑 상등심를 3개씩 시키고 생맥주 한잔씩 시켰다. 그리고 담배를 하나 물었다.
“일본 식당은 우리 같은 흡연자들한테 천국이야. 그냥 가게 안에서 담배 피워도 돼. 한국처럼 밖에 왔다 갔다 안 해도 돼. 그래 고깃집에서는 담배 좀 피워 줘야지!”
이 친구들은 너무 좋아하며 너도나도 담배 하나씩 물고 불을 붙인다. 그리고 기다리던 고기가 나온다. 숯불 판에 고기를 세 점 올려봤다. 그리고 몇 초 있다가 다시 뒤집어 내가 제일 먼저 먹어봤다. 입에 넣자마자 그냥 혀 위에서 녹는다.
“야 이거 뭐야! 진짜 장난아니다 얼른 먹어봐!”
나는 흥분하며 말했다. 얘들도 먹어보고는 스르르 미소가 번진다. 그리고 맥주 술잔을 들고 또 한잔 부딪힌다.
“야 너 아까 안 먹는다며. 맛있지? 이거 봐 유명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니까”
기대를 전혀 안하고 먹어서 그런지 진짜 너무 맛있었다. 시원한 일본 생맥주도 맛있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 고기도 맛있다. 배고픈 우리 세 남자는 정말 ‘우와 맛있다. 장난 아니다’ 이 말만 반복하며 순식간에 다 해치워 버렸다. 너무 맛있어서 더 먹고 싶었지만 모츠나베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하고 나가기로 했다. 일본 첫 끼 대성공이다.
그리고 모츠나베 가게로 가기까지는 거리도 조금 있고 소화도 시킬 겸 타규에서 모츠나베 가게가는 길 딱 중간에 있는 하카타 역 근처에 있는 큰 몰 요도바시 전자상가 구경을 좀 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