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낭만휴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elly park May 06. 2021

후쿠오카 맛집 기행 2

후쿠오카

원래는 잠깐 구경할 생각으로 들어간 거였다. 쇼핑을 좋아하는 기선이와 영목이는 신났다. 없는 게 없는 여기에 오니 신기한가 보다. 아니 처음으로 일본에서 몰에 들어 간 거 자체가 신기한가 보다. 게임 포스터들도 많고 전자기기도 많다. 기선이가 좋아하는 건담 프라모델도 있고 우리 초등학교 때 한참 하던 미니카도 아직 여기엔 있다. 초등학교 동창인 영목이와 나는 잠깐 추억에 잠긴다.


“우와 일본은 오타쿠가 생길 수 밖에 없는 나라네. 진짜 잘되어있다. 이렇게 종류도 많고 할게 많은데 오타쿠가 안 될 수도 없겠구만”


기선이가 말한다. 평소에 핸드폰에 게임 12개를 넣고 다니며 게임을 돌려가며 하고 건담 프라모델을 사고 싶어하는 기선이는 아마 일본에서 태어났으면 백 프로 오타쿠가 되었을 것이다. 


3층에 올라가니까 오락실도 있다. 우리나라랑 규모 자체가 다르다. 별 희한한 게임이 다 있다. 일본 드라마에 가끔씩 등장하는 게임 오타쿠 들도 보인다. 게임 하나 하는데 새삼 진지하다. 외롭게 혼자 앉아서 파칭고 하는 아저씨도 있다. 나는 돈 아까워서 그냥 구경만 하고 나오려고 했는데 이미 영목이와 기선이는 동전을 바꿔서 각자 하고 싶은 게임에 앉았다. 영목이는 인형 뽑기 삼매경이고 기선이는 파칭고에 도전한다. 물론 둘 다 꽝이었다.



생각보다 우리를 오래 머물게 한 요도바시 전자상가를 나와 하카타 역으로 갔다. 역전에는 뭔가 축제를 하는 분위기다. 온 사방이 불빛으로 반짝거리고 길거리 상점들도 나와있다. 저기 멀리에서는 라이브 공연도 하나보다. 노래 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조금 시간을 보내다 보니 다시 배가 조금 꺼진다. 밥을 또 먹어야 할 만큼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우리는 모츠나베를 먹으러 가야 한다.



숙소에서 나오기 전에 메니저한테 물어봤었다.


“모츠나베 먹으러 가고 싶은데 유명한 곳 말고 현지인들한테 인기 있는 곳이나 개인적으로 추천할 곳 없어요?”


그러니 한 곳을 추천해준다. 하카타 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 버스 타고 가는 것을 추천했었지만 그냥 소화도 시킬 겸 걷기로 했다. 이제 밤이 되니 슬슬 쌀쌀해진다. 


하카타 역에서 영목이의 구글맵을 보고 주욱 직진을 하니 우리가 찾는 모츠나베 가게가 나온다. 


‘오오이시’



외관부터 뭔가 포스가 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더 포스가 있다. 밖에서 본 것 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사람도 많고 왁자지껄한 분위기다. 우리가 들어가니 카운터에 있는 아주머니가 묻는다.


“예약하셨어요?”


우리는 순간 당황한다. 


“여긴 예약제라 예약 안 하셨으면 좀 어려워요”


그래서 난 필살기를 쓰기로 했다. 


“저희 한국에서 이거 먹으러 여기까지 왔어요. 예약해야 되는지 모르고 일단 왔는데 꼭 먹고 싶어서요. 어떻게 안될까요?”


유창한 일본어로 나는 말했다. 그러자 조금 난감해 하시더니 자리를 만들어 주신다.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훗. 역시 안 되는 건 없다.


모츠나베 기본으로 3인분을 시키고 하이볼도 세 잔 시키고 담배를 하나씩 물었다. 여기는 단체 손님이 많은 것 같다. 대부분 수트를 입은 회사원들이 회식을 하는 듯하다. 그리고 외국인은 우리밖에 없는 것 같다. 잘 왔다.



모츠나베가 나왔다. 모츠나베는 우리나라로 치면 곱창 전골이다. 그대신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빨간 국물이 아닌 맑은 흰색 국물이다. 나도 일본은 정말 많이 와봤지만 이건 처음 먹는다. 그만큼 기대도 많이 했다. 일단 셋 다 국물을 한번 먹어봤다. 그리고 셋이서 동시에 외쳤다.


“우와!!!!!”


별로 배가 고프지 않은 상태에서 갔지만 진짜 맛있다. 진짜 너무너무 맛있다. 곱창도 쫄깃쫄깃하고 같이 나오는 두부도 맛있고 쌉쌀한 우엉도 좋다. 셋이서 미친듯이 먹고 우동 사리도 추가해서 먹었다. 


휴.. 이거 안 먹었으면 정말 후회할 뻔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후쿠오카 맛집 기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