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베인 이 습관은 어쩔 수 없나보다. 분명히 피곤하고 술도 좀 마시고 잤는데 5시쯤 넘으니 눈이 떠진다. 더 자려고 억지로 누워있다 6시쯤 다시 일어났다. 담배나 하나 피려고 테라스로 나가니 스님들이 줄을 이어 탁발을 하고 있다. 남들은 아침 일찍 알람 맞춰 놓고 탁발을 보려고도 한다는데 운이 좋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8시쯤 넘어 매트와 지원이도 일어나고 숙소에서 아침을 먹었다. 음식 찾아다니기도 귀찮고 배는 고프고 무엇보다 얼른 커피한잔을 하고 싶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짐을 싸서 나왔다. 팍세는 분명 아기자기하고여유로운 도시지만 할 것도 많이 없는 것 같고 얘기하고 놀 다른 여행자들도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탓로라는 작은 마을로 가보기로 했다. 셋이서 툭툭을 잡아타고 일단 남부 터미널로 갔다. 터미널에 역시 외국인이라고는 우리밖에 없다. 거기다 내 머리스타일이 신기한지 자꾸 쳐다본다. 그래서 눈이 마주치면 내가 먼저 웃으며 ‘사바이디’ 하면 부끄러운지 도망간다.
탓로는 정말 관광객이 안가는 숨겨진 도시인가 보다. 왠만하면 다른 도시로 가는 여행자용 버스나 미니벤이 있을텐데 정말 작은 터미널에서 현지인들만 바글바글한 로컬버스 티켓을 끊었다. 영어도 안 통해 몇시에 출발하는지 물어보려고 시계를 가리키며 손가락을 펴보이니 10시에 출발한단다. 물어본 시간이 9시 52분. 담배하나 딱 피고 버스 타면 완벽한 타이밍이다.
담배를 피고 10시 정각에 버스에 올라타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역시나 버스안에는 우리 말고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항상 그렇듯이 버스에 사람이 다 차면 출발할 것이다. 대충 11시면 출발하겠지. 한 시간쯤 버스안에서 기다리고 11시가 좀 넘으니 대부분의 자리가 차고 버스는 출발한다. 영어도 안통하고 안내방송도 없어서 알아서 잘 내려야 한다.
창가 자리에 앉아 멍하게 밖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한국에서는 출근할 때 홍대에서 강남까지 40분 동안 멍하게 있으면 너무 심심해서 꼭 이어폰을 가지고 나온다. 집을 나와 지하철역에 도착했는데도 이어폰을 안 가져온 걸 알면 출근 지하철 시간이 빡빡해도 뛰어서라도 다시 집에 갔다가 이어폰을 가지고 나온다. 여기서는 멍하게 그냥 앉아 있는데도 3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간다. 창밖을 보며 멍 때리며 3시간 좀 넘으니 ‘Tad lo’ 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그래서 얼른 내렸다. 지도를 보니 우리가 내린 곳에서 탓로 타운까지는 2키로 정도. 그냥 걸을까하고 있는데 조그만 트럭기사 아저씨가 우리를 맞이한다. 적당한 가격에 흥정하고 트럭 위에 대충 플라스틱 의자를 놓고 앉았다.
도착한 마을은 정말 작고 조용한 시골 마을이다. 길거리에 개, 고양이는 물론이고 돼지, 염소, 닭까지 어울려 논다. 진짜 라오스에 온 것 같다. 오기전 인터넷으로 찾아본 숙소 몇 개를 둘러보고 제일 분위기 좋은 숙소에 자리를 잡았다. 방도 크고 화장실도 크고 개인 테라스에는 해먹도 걸려있다.
출출한 우리는 일단 밥을 먹고 좀 걷기로 했다. 앞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주욱 올라가니 조그만 폭포가 나온다. 얼른 신발을 벗고 발을 담갔다. 계곡에 있는 돌 위에 멍하게 앉아 있으니 매트가 말한다.
“인터넷에서 봤는데 여기 3시 반부터 상류에 있는 댐을 열어서 우리가 앉아 있는 여기로 물이 밀려 올꺼야. 그 전에 나가야 해”
시간을 보니 3시 10분. 얼른 다시 신발을 신고 다시 걸어 숙소로 가서 좀 쉬다 아까 지나가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 맥주 한잔하니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인다. 맥주를 먹다보니 계속 더 마시게 돼 꽤 취한다. 숙소로 가서 또 바로 기절.
내일은 숙취땜에 괴롭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