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elly park May 18. 2021

탓로 2

어제 술을 꽤 마셔서 괴롭지만 새벽 4시 좀 넘어 깼다. 새벽부터 닭들이 미친듯이 울어댄다. 한시간 동안이나 쉬지않고 계속 울어댄다. 닭들이 좀 잠잠해 지니 이제 개들이 짖고 난리가 났다. 라오스의 작은 시골 마을 탓로의 아침이다. 개들이 짖는게 좀 잠잠해지고 다시 눈을 좀 붙였다가 다시 일어나 빨래도 좀 하고 샤워도 하고 테라스에서 담배 하나 폈다. 아침부터 장난 아니게 덥다. 하늘엔 구름한점 없다. 오늘은 정말 덥겠구나.



매트와 지원이도 슬슬 잠에서 깨어나 아침을 먹었다. 어제 술도 꽤 마신데다 감자 튀김으로 저녁을 때워서 배가 너무 고팠다. 최대한 양이 많은 것을 시키기 위해 푸짐해 보이는 아메리칸 브렉퍼스트를 시켰다. 그러나 생각보다는 양이 적어서 매트와 지원이꺼를 뺏어 먹었다.



커피 농장으로 유명한 탓로에서 정말 맛있는 커피집이 있다고 들어서 좀 걸어갔다. 범상치 않은 포스의 서양인이 인사한다. 영어 억양을 들어보니 프랑스인이다. 다 같이 커피를 시키니 주인장이 직접 원두를 손으로 갈아서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한잔씩 내려준다. 한잔한잔 손으로 원두를 가니 시간은 좀 걸렸지만 역시 향부터 다르다. 맛은 말할 것도 없다.



기분 좋게 좀 걸으며 어제 갔던 폭포보다 좀 더 멀고 큰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산속에 나있는 길을 굽이굽이 따라가니 탁 트인 거대한 폭포가 나온다. 날씨가 너무 더우니 로컬 꼬마들이 수영하고 놀고 있다. 역시 외국인은 우리밖에 없다. 나무로 만들어진 사다리를 조심조심 내려가서 수영할 수 있는 곳까지 내려왔다. 아마 혼자 왔었으면 내려 오지 않았을 것 같다. 여행하면서 최대한 안전하게 여행하자 주의라 위험해 보이는 이런 불안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면 그냥 안전한 길을 찾아 빙 돌아갔던지 아니면 아예 안갔을 것이다. 매트와 다른 일행들이 내려가자고 하니 어쩔수 없이 따라 내려갔다. 



드레드 머리 한지 얼마 안되서 머리가 물에 젖으면 안될꺼 같아 나는 가방을 지키고 앉아 있기로 했다. 매트와 지원이와 어제 한잔하며 만난 네덜란드 친구 쿽은 신나서 수영한다. 


혼자 앉아 있으니 내 머리가 신기한지 꼬마들이 하나둘씩 나에게 몰려온다. 어느순간 꼬마들에게 둘러 쌓여버렸다. 영어가 아예 안통하니 손짓발짓하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어느나라 사람이냐. 머리는 어떻게 만드는 거냐. 머리하는데 얼마냐. 대충 이런 이야기들이었던 것 같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이다. 폭포 사진을 찍었더니 자기들도 찍어달라고 난리다. 계속 포즈를 바꿔가며 또 찍고 또 찍어달란다. 귀여운 꼬맹이들이다. 



물놀이를 끝내고 꼬마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가는 길에 조금 작은 계곡으로 가봤다. 거기에 있는 사람들도 내 머리를 보고 수근수근 난리다. 어떤 라오스 커플이 용기를 내어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한다. 그랬더니 너도 나도 같이 사진 찍자고 몰려온다. 여기는 외국인도 많이 없는데다 머리까지 특이하니 정말 신기한가 보다. 이제 진짜 물놀이를 끝내고 숙소에서 좀 쉬기로 했다.


다들 어제 술을 먹고 아침부터 꽤 걸었더니 피곤한 것 같다. 해먹에 누워 책도 읽고 낮잠도 잤다. 날씨도 너무 덥고 해서 밖으로 나가기 싫었다. 숙소에서 딩굴거리고 있으니 해가 지기 시작한다. 오늘은 숙소에서 패밀리 디너를 한단다. 숙소 주인 가족들이랑 참가하고 싶은 게스트들이 다 같이 보여 밥 먹는 시간이다. 서양 여행자들은 다들 뭔가 식사 준비를 돕고 있다. 채소도 다듬고 테이블 세팅도 하고 접시도 닦는다. 우리만 가만히 있기 미안해서 도울 일 없냐고 물어보니 도와주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괜찮단다.



음식이 하나둘씩 나온다. 계속 나온다. 종류와 양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하나씩 먹어보니 하나같이 다 맛있다. 여기서 요리 하시는 분이 유명하신 요리사란다. 밥을 먹다가 느꼈지만 여기 이 마을에는 프랑스 사람이 정말 많다. 아니 라오스 전체에 프랑스 여행자들이 정말 많다. 우리 말고 같이 밥먹는 여행자들은 다 프랑스인들이다. 



내일은 또 이동해야 하니 오늘은 술 안마시고 푹 쉬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탓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