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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May 22. 2021

라오스의 물축제 피마이

시판돈

오늘도 아침 5시 좀 넘으니 눈이 떠진다. 사실 이 잠깐의 아무도 없는 조용한 아침은 내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다.


어제 다들 비 맞으며 하루종일 카약킹해서 그런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다. 그래서 아침을 먹고 다같이 또 늘어진다. 분명히 송크란축제날인데 생각보다 주위가 너무 조용해 좀 알아보고 싶었다. 담배도 살 겸 타운으로 걸어가봤다. 역시 이 섬은 길따라 그냥 걷기만 해도 너무 아름답다.


꽃보다 청춘에 라오스편이 나오기 훨씬 이전인 7년전의 방비엥과 많이 닮았다. 강따라 나있는 길에 식당과 바들이 모여있다. 그리고 섬이라 그런지 넓은 광장이 거의 없는 내가 태국에서 제일 좋아하는 피피섬과도 많이 닮았다. 아무것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탓로도 너무 좋았지만 라오스에 살아야 한다면 아마 여기에 자리잡고 살지 않을까.


그렇게 10분정도 걸어서 타운으로 가봤지만 아직 조용하다. 아직 아침이라 시작하지 않았나보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니 라우라가 말한다.


“이따가 오후 3시부터 저기 템플에서 물축제 시작한대”


그래서 카드게임하며 푹 쉬며 3시까지 숙소에서 시간을 보냈다.


난 잠깐 잠이 들었다 3시 반쯤 다 같이 타운으로 걸어갔다. 팍세에서 만난 독일 커플이 ‘lily’s bar’에 있다고 해서 일단 그쪽으로 가봤다. 다른 바들은 조그맣게 다들 음악 틀고 놀고 있는데 여기는 벌써 꽤 신나있는 분위기다. 음악틀고 춤추고 물뿌리고 난리다. 일단 배가 고파 근처에 식당을 둘러보며 한국 메뉴가 있는 곳을 발견했다. 사장님 얼굴을 보니 누가봐도 인상 좋은 한국 아저씨다. 계속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이동하고 어제는 카약킹도 해서 피곤한지 오랜만에 신라면이 너무 땡긴다.


한국인인 나와 지원이 그리고 한국을 우리만큼 좋아하는 매트까지 신라면을 하나씩 시켰다. 한국을 전혀 모르는 라우라는 햄버거를 시켰다. 그러자 사장님은


“여기는 저 혼자 다 해서 시간이 좀 걸릴꺼에요”


사장님은 오랜만에 한국인이 와서 반가운건지 원래 인상이 좋은건지 요리를 하며 계속 웃고 계신다. 어떻게 하다 중년의 한국 아저씨가 여기까지 와서 혼자 식당을 하게 됐는지 그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사장님 말씀대로 음식은 꽤 늦게 나온다. 한 30분은 걸린거 같다. 우리보다 먼저 온 테이블에 혼자 요리해서 다 갖다 드리고 그 다음 우리 음식을 요리해서 그런가보다. 주방을 보니 한국에서 가져온 듯한 냄비 두 개 올라가면 끝인 가스레인지 하나밖에 없어 보인다. 


역시 신라면은 언제 어디서 먹어도 맛있다. 한국에서 먹을때보다 약간 물이 많아서 싱거웠지만 그래도 땀을 뻘뻘 흘리며 밥까지 말아서 뚝딱 해치워버렸다. 


이제 배도 부르니 파티를 즐겨야겠다. 식당 바로 뒤에 있는 Lily’s bar는 아직 한창이다. 거기에 합류해서 미친듯이 춤추고 놀았다. 모르는 사람에게 물을 뿌려도 아무도 화내는 사람은 없다. 오랜만에 맨발의 넬리로 돌아가 춤췄다. 여기 바는 주인이나 메니져가 영국인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힙합이나 팝보다는 신나는 기타 연주의 브리티시 밴드 음악만 나온다. 별로 좋아하지도 듣지도 않는 이런 음악에 내가 춤출 수 있다는 거에 놀랐다. 지금은 음악이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춤추며 바에서 내내 웃고 있으니 사람들이 그렇게 좋냐고 묻는다. 


“어떻게 너는 계속 그렇게 웃고 있어?”


이 순간을 몇 년 동안 기다려 왔는데 안 좋을 수가 없다.

렇게 한 4시간 정도 미친듯이 물 맞으며 뛰어다니고 어제 갔던 ‘adam’s bar’에서 2차로 한잔 더하기로 했다. 거기서 맥주 몇 병 더 마시고 다들 얼큰하게 취해서 어두운데 걸어서 숙소를 지나쳐버렸다. 아무리 걸어도 우리 숙소가 나오지 않는다.



“엇 이상하다. 우리 숙소가 이렇게 멀었나?”


다들 취해서 거리 감각도 없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 숙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들 뻗어버렸다.

내 인생 가장 즐거웠던 순간 중 하나. 


※일반적으로 동남아에서 물축제는 태국의 물축제 송크란이 제일 유명하다. 라오스에서는 피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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