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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May 31. 2021

삼겹살에 소주는 역시

시엠립

시엠립에 가기 전부터 매트에게 말했었다.


“시엠립에 가면 대박식당이라고 한국 삼겹살집이 있는데 거기 싸고 맛있어. 소주도 있어. 시엠립 가면 소주 한잔하자. 한국 생각도 하면서”



전에 클럽에만 만난 한국 동생들이랑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러 간다고 하니 매트는 숙소에서 다른 친구들이랑 맥주 마시고 있는다고 갔다오란다. 그래서 7시까지 대박식당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6시 반쯤 숙소를 나섰다. 아까 자전거를 타고 대박식당까지 가는 길을 익혀놨었다. 몇 년전 여기 와봤었지만 지금 숙소에서 오는 길은 헤깔려서 확실히 길을 체크해놨었다. 6시 50분쯤 도착해 식당 앞에 도착해서 기다렸다. 7시 10분이 되서도 이 친구들은 안보인다. 슬슬 뭔가 이상하다. 나랑 술 한잔 꼭 싶어하는 것 같았는데 이렇게 늦게 올 리가 없다. 설마하고 가게에 들어가 물어봤다.


“사장님. 혹시 대박식당이 여기 말고 또 있나요?”


주인 아저씨는 웃으며 말한다.


“아 여기 말고 왼쪽으로 주욱 걸어가다 삼거리가 나오면 또 좌회전해서 가다보면 나올꺼에요. 걸어서 5분 정도면 갈꺼에요”


몇 년만에 대박식당 2호점이 생긴거다. 여기서 와이파이도 안되고 거기다 나는 현지 심카드도 안사서 연락이 안되니 얼른 아저씨가 말씀하신대로 걸어가니 다른 색깔의 대박식당 간판이 보인다. 이 친구들도 나를 기다렸는지 밖에 나와서 두리번거리고 있다. 드디어 만났다. 얼른 식당안으로 들어가서 삼겹살 3인분과 소주 한병을 시켰다.



사이 좋아보이는 이 친구들은 26살 동생들 희원이와 민규. 같이 해병대 장교를 전역하고 세계일주를 나왔단다. 해병대를 나와서 그런지 예의도 바르고 재밌는 친구들이다. 그리고 패기가 넘친다. 둘 다 세계일주 시작한지 한달도 안됐다. 내 여행 얘기를 해주니 ‘크으~ 크으~’ 하는 추임새를 넣으며 너무 좋아한다. 


“친한 친구 둘이서 여행하면 좋지만 그만큼 싸울 기회도 많이 생길꺼야. 평소에 친한거랑 여행을 같이 하는 건 정말 다르거든. 연인끼리 여행하는 것도 마찬가지야. 여행하면 정말 사소한 것이 안맞을수도 있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 저녁에 늦게 자는 사람. 밥을 먹고 싶은 사람. 면을 먹고 싶은 사람. 샤워를 오래 하는 사람. 샤워를 금방 끝내는 사람. 이런 저런 예를 들면 끝도 없이 많지만 정말 별거 아닌건데 24시간 붙어 있다보면 그 다름이 쌓여서 불만이 될 수가 있거든. 그럴땐 따로 여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지금은 같이 여행하고 있지만 결국은 내 여행이거든. 누군가에 맞추면서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없는 거야. 여행은 누군가를 신경 쓸 필요없이 완벽한 자유를 위해서 하는거라고 생각하거든. 그러니 싸우는 일이 생기기 전에 풀고 아니면 서로의 여행 스타일을 존중해 주는게 중요해”


이 친구들은 내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를 노트에 필기할 기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소주병이 금방금방 비워진다. 처음에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한병으로 셋이서 나눠먹는걸로 하자하는데 어느새 두병째가 끝이 나간다. 그리고 희원이와 민규랑 같은 숙소를 쓴다는 한국여자애 소리도 왔다. 



“그리고 지금은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생각하기 어렵겠지만 여행을 하면서 여행을 왜 하는지 여행의 이유와 목적에 대해서 고민해봐.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야”


그렇게 소주 세병째도 끝이 났다. 소리는 술을 안마셔 결국 한명당 소주 한병씩을 비우고 이렇게 헤어지긴 아쉬워 처음 만난 클럽으로 가서 또 미친듯이 놀았다. 우리는 소주 한병씩을 마셨지만 꽤 이른 시간이라 클럽에서 춤을 추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각자 테이블에 앉아 술만 마시고 있다. 우리는 이미 흥이 올라 스테이지에서 미친듯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나둘씩 사람들이 나와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몇시간 동안 흔들어도 흥이 안끝난 우리는 밖으로 나가 길거리 칵테일바로 가서 또 칵테일 한잔씩을 손에 들고 길거리에서 또 미친듯이 춤을 췄다. 


나는 어쩔수 없는 한국인인가보다. 삼겹살에 소주는 왜 그렇게 맛있는지. 오랜만에 한국어를 쓰는것도 왜 그렇게 좋은지. 


그렇게 각자 여행 잘하고 또 길 위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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