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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May 30. 2021

시엠립에서의 일상

시엠립

오늘도 몸이 가려워 몸을 긁으며 눈을 떴다. 라오스에서 사 온 타이거 밤은 별로 효과가 없는 듯하다. 그나마 시원한 방에 있어 땀을 안흘려 좀 낫다. 방에 누워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게 있다 그래도 바람을 좀 쐐볼까 하고 밖으로 나왔다. 자전거를 빌려 옛날에 가던 일본게스트하우스로 놀러 가보기로 했다. 지도를 보니 지금 숙소랑은 꽤 떨어져 있다. 거기에 머물때는 길을 훤히 알겠는데 여기에 머무니 어디가 어딘지 아직 감이 안잡힌다. 지리도 익힐 겸 좀 돌아다녀봐야겠다. 


자전거를 빌리러 숙소 앞 호텔로 갔다. 우리 숙소에는 자전거 렌탈이 없는지 스태프에게 물어보니 맞은편 호텔로 가란다. 호텔로 가서 자전거를 빌렸다. 여권을 맡기고 돈을 지불하며 무의식중에 팔을 계속 긁었더니 카운터에 아주머니가 물어본다.


“모기 물렸어? 한번 봐봐”


티셔츠 어깨를 걷었더니 생각보다 심한 모기 자국에 놀라며 서랍을 열어 다른 브랜드의 타이거 밤을 주시며 바르란다. 항상 하던데로 조금씩 덜어 옅게 펴바르니 아주머니가 직접 밤을 덜어서 발라주며


“이건 넓게 펴바르는게 아니고 이렇게 덩어리 채로 위에 올려 놓는게 효과가 더 좋아”


아주머니 말대로 조금 있으니 밤을 바른 부위 전체가 갑자기 화하며 시원하다. 역시 현지인들이 사용하는게 좋구나. 자전거를 빌려 바로 약국으로 가서 아주머니가 발라준 똑같은 밤으로 샀다. 이 밤은 여행 끝날때까지 정말 요긴하게 썼다. 자전거를 타고 숙소에서 봐둔 지도를 떠올리며 조그만 개울을 따라 페달을 밟으며 올라갔다. 개울이 끝나는 곳에서 좌회전해서 계속 직진했다. 10분동안 땀을 뻘뻘흘리며 직진했지만 익숙한 길은 나오지 않는다.


‘이상하다. 나올때가 됐는데’



점점 횅한 공터가 나와서 이상하다 싶어 자전거를 멈추고 폰으로 구글맵을 켜봤다. 목적지와는 정반대로 한참을 와있다. 다시 자전거를 돌려 개울이 끝나는 곳을 지나 주욱 달렸다. 이제 익숙한 주유소가 나온다. 오랜만이다. 야마토 게스트하우스. 여기엔 일본식당도 같이 해서 점심도 먹을 겸 자리에 앉았다. 이번 여행에는 일본인을 거의 못 만나 일본 친구도 좀 사귀어볼까 하고 조금 기대도 하고 왔지만 여기에는 캄보디아인 스태프 빼고는 일본인은 아무도 없다. 목이 너무 말라 시원한 생맥주 한잔과 돈까쓰 덮밥을 시켰다. 덮밥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가만히 앉아 생맥주 두잔을 더 시켜 마셨다. 



찌는듯한 더운 날씨에 생맥주 세잔을 연거푸 마셨더니 노곤노곤해져 다시 자전거를 타고 숙소쪽으로 달렸다. 역시 여기부터는 다 아는 길이다. 가는길에 담배가 싸기로 유명한 럭키몰에 들러 담배 한보루도 샀다. 캄보디아 담배는 싸지만 맛이 없어서 못피겠다. 


이제 진짜 숙소로 돌아가서 낮잠을 푹 잤다. 저녁에는 그저께 클럽에서 만난 한국 동생들을 만나기로 했다. 그날 서양인 친구들이랑 미친듯이 놀고 있으니 저 멀리 테이블에 누가봐도 한국인인 남자셋이 우리를 힐끔힐끔 보고 있다 다가왔었다. 그리고 영어로 말을 건다.


“Where are you from?”


누가 봐도 이 친구들은 한국인이라 나는 한국말로 답했었다.


“한국사람이에요. 안녕하세요”


그랬더니 너무 좋아한다. 


"저쪽에서 보다가 동양인인데 너무 스타일도 좋고 멋있어서 말걸었어요. 혹시 카톡이나 연락처 받을수 있을까요?”


하고 연락처를 교환했었다. 여행와서 남자번호 따긴 처음이라며 호탕하게 웃더니 좀 더 놀다 헤어졌었다. 그리고 오늘 만나서 한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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