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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May 29. 2021

2주만에 첫 에어컨 방

시엠립

잠을 거의 못잤다. 너무 더웠다. 분명히 자기 전에 선풍기가 한 대는 우리 침대쪽으로 다른 한 대는 반대편 침대쪽으로 놓여 있었는데 너무 더워서 눈을 뜨니 선풍기 두대 다 반대편 침대쪽으로 놓여있다. 이기적인 사람들이다. 어이없어 두대다 우리 침대쪽으로 끌어놓을까 생각하다 그냥 참기로 했다. 거기다 어제 물린 모기 때문에 가려워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다. 여행하면서 나는 거의 모기를 물리지 않는다. 매트와 지원이는 모기 스프레이를 항상 뿌리고 다녀도 몇 방씩 물리는데 나는 스프레이 없이도 잘 다녔었다. 이렇게 모기가 많이 물릴 수가 없는데 이상하다. 


도저히 덥고 몸도 가렵고 해서 침대에서 나와 밖으로 가 커피 한잔을 시켜 담배하나를 물었다. 다리를 보니 모기라고 하기엔 너무 큰 자국이 발목부터 촘촘히 허리까지 올라와있다. 긁으면 긁을수록 더 가려워 참아봐도 힘들다. 모기 물린 자국을 따라 티 셔츠를 올려봤다. 자국은 허리를 지나 옆구리로 이어져 있다. 그리고 팔까지도 이어져 있다. 


‘이건 모기가 아닌 것 같은데?’


모기 물린 자국이 너무 많아 몇 갠지 세어보다 20개까지 세다 포기했다. 3,40개는 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루만에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는거지. 습관적으로 몸을 긁고 있으니 매트가 나온다. 내 몸을 보더니 말한다.


“이렇게 일자 형태로 물린 자국은 베드벅 (bed bug) 인데? 아냐. 인터넷에 찾아보니 베드벅은 이렇게 자국이 크지 않고 좀 더 작은데 그 안에 까맣게 점 같은게 찍히네. 그럼 모기가 맞나봐”


매트 말도 일리가 있지만 모기가 이렇게 일자로 줄을 지어 물진 않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어제 맨발로 클럽에서 춤을 춰서 개미가 몸을 문건가. 알 수 없다. 꽤 고통스럽다. 일단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에어컨 방에 누워 있고 싶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기 싫다. 덥기도 덥지만 내 몸을 이렇게 문 개미던 베드벅이던 말도 안되지만 모기던 아직 침대에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시원한 음료를 시키고 체크인 시간까지 밖에서 기다렸다. 12시가 되면 우리는 에어컨 방으로 옮길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시간은 9시. 시간은 왜 이렇게 안가는지. 애꿎은 담배만 계속 피운다. 


12시가 되고 미리 챙겨놓은 짐을 싸서 에어컨 방으로 옮겼다. 얼른 샤워를 하고 시원한 에어컨 밑에 누웠다. 그리고 잠깐 눈을 붙였다. 


맞다 오늘 점심쯤 미니골프를 가기로 했었다. 골프는 카타르에서 살 때 몇번 쳐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랑은 안 맞는 것 같았다. 그래도 진짜 골프가 아닌 재밌는 게임 같은 식의 골프라고 다 같이 가자고 해서 가기로 했다. 아직 몸이 안좋지만 혼자 누워 있어서 뭐하나 싶어 따라 나섰다. 툭툭 2개로 다 같이 이동한다. 멤버는 총 9명. 툭툭 한 대엔 5명이 다른 한 대엔 4명이 타고 갔다. 운 좋게 내가 탄 툭툭엔 4명만 타고 간다. 



미니 골프장에 도착하니 생각했던 골프 필드가 아닌 아기자기한 골프 코스가 있다. 작은 골프 클럽으로 골프 공을 쳐서 홀에 넣는 것까지는 똑같은데 코스가 훨씬 짧고 중간중간에 장애물이 있다. 미로 같이 벽도 있고 작은 구멍을 통과해서 가는 코스도 있다. 이 골프도 역시 나한테는 어렵다. 코스는 총 11개. 몇 번만에 홀에 공을 넣나 점수판에 적어 제일 적은 숫자가 최종 우승이다. 나는 다행히 꼴지는 안했지만 연습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같이 간 멤버 중에서 매트가 우승했다. 거기다 그 골프장 기록판이 있는데 거기서 3등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기념으로 티셔츠도 받았다. 


골프가 끝나고 다시 툭툭을 타고 4명, 5명 조로 숙소로 돌아가는데 나는 또 운 좋게 4명 조에 타게 됐다. 덕분에 널널하게 바람을 맞으며 기분 좋게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에어컨 방에 멍하게 누웠다. 여행 2주만에 눕는 에어컨 방은 정말 천국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여기 누워 있고만 싶다. 저녁이 되고 다 같이 술 한잔하러 가자는 말도 안들린다. 이 컨디션에 또 가면 이틀을 몸져 눕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노는 걸 좋아하는 내가 거절하다니. 


오늘은 이렇게 그냥 숙소에서 맥주 한잔하면서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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