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엠립
아침 일찍 일어나 다 같이 짐을 싸고 6시 반쯤 여행사 앞에 도착했다. 7시 픽업이니 한 8시쯤 가겠거니 하고 여행사 바로 앞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나는 돼지고기 볶음밥을 시키고 매트와 지원이는 바게트 샌드위치를 시켰다. 그리고 각자 커피도 한잔씩 시켰다. 여긴 맛집인지 아침부터 사람이 꽤 많다. 커피가 먼저 나오고 음식은 좀 늦게 나온다. 어느새 7시가 되고 여행사 아저씨가 식당으로 오신다. 버스 왔다고 얼른 타란다. 맨날 1시간씩 늦게 오던 버스가 음식 시켜 놓으니 제 시간에 온다. 마음이 급해진 우리는 식당 아주머니를 보며 재촉하는 눈빛을 보냈다. 눈빛이 통했는지 아주머니는 센스 있게 음식을 포장용기에 담아주신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방금 나온 아이스커피가 문제다. 버리기 아까워서 머리가 띵 할때까지 원샷 해버리고 가방을 챙겨 버스로 갔다.
놀랍다. 진짜 미니벤보다 좀 더 큰 그리고 버스보다는 좀 작은 미니버스다. 거기다 버스 옆에는 초장동 교회라고 한국어로 적혀있다. 한국교회에서 셔틀버스로 쓰던 것인가보다. 스퉁트렝에서 크라쩨로 올 때 너무 작은 미니벤에 끼어 오며 고생해서 버스의 외관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올라탔다. 맨 뒷자리에 셋이서 쪼로롬 앉아 있으니 역시 이 버스도 여기저기를 돌며 사람들을 태운다. 버스는 밑에 짐 싣는 칸이 있고 미니벤은 차 뒤 트렁크에 짐 싣는 곳이 있는데 이 미니버스는 좀 애매한지 내리는 뒷문 옆의 공간에 우리 배낭과 다른 짐들을 차곡차곡 싣는다.
마을을 다니며 사람들을 태우고 시엠립으로 보낼 짐들을 싣더니 갑자기 뒤에서 쿵쿵 거리며 닭소리가 난다. 밑의 짐 칸에는 닭을 실었나보다. 그것도 닭고기도 아니고 파닥파닥 살아있는 닭을 실었다.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3시간쯤 가다 중간에 내려 현지인들은 밥 먹고 우리는 음료수 하나씩 사 들고 담배 하나씩 피고 또 계속 달렸다.
다행히 이번엔 한사람 의자에 두 사람 이상이 앉는 불상사는 없었다. 또 한 시간 정도 가니 갑자기 차가 멈춰서 안간다. 사람들이 몇 명 내리길래 따라가보니 우리차 앞에 차가 100미터는 넘게 막혀서 아예 꼼짝을 안한다. 앞에 사고가 났나 하고 차들을 따라 앞으로 가보니 큰 강이 나오고 큰배에 차들을 싣고 있다. 강을 건너는 다리가 없어서 이렇게 배에 차를 실어서 나르는 것 같다.
잠깐 내린 이 마을은 무슬림 마을인가보다. 여자들 대부분이 머리에 히잡을 두르고 있다. 여기는 외국인이 아예 안오는 곳인지 거기다 이런머리를 본게 처음인지 다들 눈이 휘둥그레져 나를 쳐다본다. 어딜가나 주목받는 머리다. 한시간쯤 멈춰서 기다린 것 같다. 이제 차가 출발하기 시작한다. 차에 올라타서 배로 올라가 강을 건너고 또 다시 한참 달렸다. 예상보다 훨씬 일찍 시엠립에 도착했다. 도착하니 3시쯤이다.
우리는 어두워지고 도착할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쾌적한 버스에 (뭐 이렇다 할 만큼 정말 좋진 않았지만 기대치가 워낙 낮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툭툭을 잡아타고 매트가 예약해둔 Hostel 543으로 갔다. 원래 시엠립에 올때마다 일본게스트하우스 Yamato로 가지만 일본어는 나만 할줄 아니 여기로 다 같이 가기로 했다.
예약한 방은 18인실 도미토리다. 리셉션에 이름을 말하니 방을 안내해준다. 충격적이다. 18인실 도미토리라 당연히 에어컨이 있을줄 알았는데 선풍기 방이다. 여행온지 2주만에 드디어 에어컨방에 잔다하고 들떠 있었는데 금새 시무룩해졌다. 에어컨방은 없냐고 물어보니 지금은 방이 다 찼단다. 다행히 내일부터 에어컨방으로 옮길수 있단다.
가방을 내려놓고 숙소 의자에 앉았다. 수영장도 있고 바도 있고 분위기도 좋다. 수영장을 발견하고 매트와 지원이는 바로 옷 갈아입고 입수한다. 나는 머리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너무 더워 에라 모르겠다 하고 나도 옷갈아 입고 물에 들어갔다. 얼마만에 수영인가. 물에 들어가니 머리가 물을 먹어 무겁다. 그래도 오랜만에 물에서 노니까 즐겁다.
물놀이를 하고 맥주 한잔하고 있으니 옆에 있는 친구들이랑 얘기하다 다 같이 펍스트리트로 가 밥도 먹고 술도 한잔씩 하기로 했다. 같이 간 친구들 국적도 참 다양하다. 네덜란드, 캐나다, 프랑스, 브라질, 스코틀랜드, 영국 그리고 한국까지. 길거리에 앉아 맛있게 밥먹고 가장 핫한 Ankor What 바로 갔다. 펍 스트리트가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4년 전에 왔을 때 이 정도는 아니였는데. 카오산이 죽고 펍스트리트가 뜨는구나.
Ankor what 바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만 계속 나온다. 오랜만에 신발 벗고 맨발로 미친듯이 춤췄다. 정신없이 신나서 춤추고 숙소로 오니 시간은 벌써 2시다. 샤워를 하고 누웠지만 에어컨 방이 아니라 너무 덥다. 그리고 모기에 물렸는지 온몸이 가렵다. 이렇게 시엠립에서의 첫날이 지나간다. 벌써 세번째 시엠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