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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Jun 03. 2021

스리랑카로

콜롬보

어제 늦게 잠들었지만 또 이상하게 일찍 눈이 떠졌다. 분명히 피곤하지만 오늘도 큰 이동이 있기 때문에 몸이 긴장했나보다. 돈무앙 공항에서 오후 4시 비행기라 12시에 픽업을 어제 예약해놨다. 돈무앙행 픽업벤은 두시간에 하나씩 밖에 없어 어쩔수 없이 좀 이르지만 12시에 예약을 했다. 
 

어제 같이 방 쓰는 사람들도 늦게까지 놀았는지 다들 늦게까지 잔다. 다른 사람들을 깨우기 싫어서 방밖에서 조용히 짐을 싸고 1층으로 내려갔다. 커피한잔하며 멍하게 있으니 한국남자애 하나가 체크인한다. 누가봐도 오늘 한국에서 지금 방콕으로 왔고 누가봐도 여행이 처음인 것 같다. 체크인이 끝나고 짐 정리좀 했는지 1층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한참 망설이는 듯 하더니 말을 건다.
 

"여기 뭐 해야되요? 여기 게스트하우스 좋아요?"
 

나는 웃으며 이것저것 설명해줬다. 그리고 해장도 할겸 아침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잘됐다 싶어 같이 데려갔다. 라오스와 캄보디아에 있으면서 너무 먹고 싶었던 끈적이 국수집에 또 데려갔다. 



이 친구는 해외여행을 처음나온데다 오늘이 첫날이라 궁금한 것도 많고 걱정도 되나 보다. 나도 처음 여기에 왔을때 이랬겠지. 벌써 태국만 8번째 오는거라 설렘도 없고 걱정도 없다. 새로움도 없고 집같이 편하다. 그래서 방콕에 처음 와서 모든 것이 새로운 사람들이 부럽다. 한달 일정이래서 대충 루트를 짜줬다. 물론 여행하며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일정이 변하겠지만 대충 큰 그림만 그려줬다. 


밥을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짐을 가지고 1층으로 내려와 픽업을 기다렸다. 정확히 12시에 픽업 오토바이가 온다. 카오산 앞에 있는 여행사로 가서 다시 미니벤으로 갈아타고 다른 숙소를 돌며 사람들을 태우고 돈무앙 공항으로 간다. 역시 예전에 기억했던 대로 돈무앙은 작은 공항인데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일단 에어아시아를 찾아서 줄을 섰다. 역시나 줄은 너무 길고 한사람 한사람 끝나길 계속 기다렸다. 30분쯤 기다리고 알아차렸다. 돈무앙은 다른 공항하고 다르게 체크인하기 전부터 모든 짐 검사를 하고 검사했다는 스티커를 짐에 붙여준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빼고 다들 가방에 노란 스티커가 붙여져있다. 다시 짐검사를 하고 오려고 해도 난 이미 30분이나 여기 줄을 서서 기다렸고 짐검사를 하고 있는 줄도 엄청나게 길다. 어떻게든 되겠지하고 계속 줄에서 기다리다 10분쯤 지나 내 차례가 왔다. 


체크인을 하고 짐 무게를 재는데 오버웨이트가 됐다. 수화물신청을 안해서 돈을 더 내야한단다. 여행하면서 짐이 꽤 늘었나보다. 어쩔수 없다. 그리고 가방을 보더니 스티커가 없으니 짐검사를 하고 와야한단다. 몰랐다는 듯 당황을 표정을 지으니 다행히 바로 옆에 있는 짐검사대에서 먼저 하게 해줘서 하고 체크인을 마치고 오버웨이트 돈을 내고 입국심사장으로 갔다. 


여기도 줄이 엄청나게 길다. 12시 픽업이 아니고 1시 픽업이었으면 간당간당 할 뻔했다. 또 30분쯤 줄서서 입국심사도 마치고 게이트쪽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하나 사먹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첫번째 경유지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비행기에서 내려 환승게이트로 가서 짐 검사를 다시 하고 게이트쪽으로 가는데 흡연실이 없다. 물어봐도 여기에는 없단다. 큰일났다. 강제금연이다. 4시에 방콕에서 비행기를 타서 여기 내려 다시 9시에 타서 스리랑카로 가는데. 그래도 어쩔수 없으니 담배 없이 죽을 힘을 다해 기다리다 다시 또 비행기에 올라탔다. 자리에 앉고 보니 내 앞자리와 옆자리가 다 중국인이다. 이 사람들은 비행기에 타자마자 자리를 뒤로 젖힌다. 다른 사람들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하다. 그리고 이륙하기 전에 승무원들이 자리를 제자리로 돌려놔야한다고 말을 듣고 다시 앞으로 잠깐 빼더니 이륙하고 안전벨트 사인이 꺼지자마자 마치 하나둘셋하고 짠 것처럼 동시에 뒤로 탁하고 자리를 젖힌다. 이건 중국 문화인 것인가.
 

오후 10시쯤 넘어 스리랑카 콜롬보에 도착했다. 얼른 담배를 피고 싶어서 빨리 걸어가 입국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아 밖으로 나와 스리랑카는 공항이 제일 환율이 좋다는 말을 들어서 일단 환전부터 하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 동남아가 아니라 그런지 사람들 얼굴부터 다르게 생겼다. 역시나 공항밖을 나가자마자 택시 기사들이 몰려든다. 담배 필 곳을 찾아 두리번 거리고 있으니 한 택시가 기사가 묻는다.
 

"어디가요?"
 

나는 말했다.
 

"담배 피러요"
 

그러니 바로 앞에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고 드디어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숙소가 어디냐고 묻길래 폰을 꺼내서 지도를 보여줬다. 오케이 레츠고란다. 얼마냐고 물어보니 한참 생각하더니 2500루피란다. 


‘엇 분명히 숙소에 메일 보내서 공항에서 숙소까지 어떻게 오냐고 물어보니 택시타고 3000루피라고 했는데’


좀 더 싸군. 그래도 버텼다. 너무 비싸다고. 그러니 2000루피로 깎는다. 그래도 됐다고 하고 뒤에 있는 콜롬보시티로 가는 아무 미니벤에 올라탔다. 콜롬보 시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지만 거기에서 택시를 잡으면 훨씬 싸겠지 하는 계산이었다. 내 여행 소울 아직 죽지 않았다. 장시간 이동에 밤 11시가 넘었지만 난 무조건 싸게 가야겠다. 미니벤은 시내로 가는 내내 사람들을 더 태운다. 그리고 사람들이 돈을 내는 것을 보니 한 사람당 100루피다. 나는 외국인이라 그런지 150루피 달란다. 그냥 줘버렸다. 얼른 숙소로 가고 싶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마지막에 제일 많이 내리는 곳에 따라 내렸다. 여기서 대충 걸어가면 되겠지 했는데 툭툭 기사가 말을 건다. 지도를 보여주니 여긴 도시 정반대에 있단다. 숙소 전화번호를 보고 숙소에 전화하더니 오케이 가잖다. 얼마냐고 물어보니 750루피란다. 비싸다고 안간다니 700루피란다. 더 깎을수도 있었겠지만 밤이고 해서 그냥 가기로 했다. 그래도 3000루피 예상했었는데 850루피로 숙소까지 잘 도착했다. 
 

아직은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밤에 무사히 싸게 숙소 찾아오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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