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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Jun 05. 2021

기차여행

히카두와

어제는 침낭을 준비하고 자서 그나마 덜 춥게 잤지만 오랜만에 이틀 연속으로 추운방에 잤더니 목이 칼칼하다. 목감기가 온건가. 더운 나라 여행할때 감기 걸리면 정말 최악인데 하며 물을 많이 마셨다. 오늘은 히카두와라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콜롬보역에서 10시반기차가 있다는 말을 듣고 9시쯤 짐을 싸서 나갔다. 일단 첫날 아침먹은 곳에서 빵 몇개랑 커피를 한잔 사서 마셨다. 짐을 싸고 작별 인사 하기 전 글렌에게 콜롬보역까지 어떻게 가냐고 물었더니 글렌이 말한다.
 

"툭툭타고 가면 300루피쯤 나올꺼고 로컬버스타고 가면 20루피야. 대충 15분쯤 걸릴꺼야"
 


로컬버스타면 언제 도착할지 어디에 내려야 할지도 모르지만 무조건 로컬버스를 타기로 했다. 커피를 다 마시고 식당 직원한테 버스정류장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오른쪽으로 가라고 손으로 가리킨다. 일단 식당에서 나와 무작정 오른쪽으로 걸었더니 버스정류장은 생각보다 꽤 멀었다. 열심히 걸어 도착해서 100번 버스를 탔다. 안내방송 따윈 없다. 어디서 내리는지도 모르겠다. 중간중간에 꽤 많이 서서 사람들을 태운다. 분명히 15분이 지났는데 아직 기차역같은건 안보인다. 조금씩 불안해진다. 이제 긴장하고 정신똑바로 차리고 앞이랑 옆 건물들을 체크하는데 드디어 역 비슷한게 보인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린다. 여기구나. 
 


역으로 들어가 히카두와행 티켓을 끊었다. 160루피다. 그런데 기차표에도 역 스크린에도 어디 플랫폼인지 적혀있지 않다. 그래서 무작정 사람들이 제일 많이 서있는 플렛폼으로 가서 현지인한테 물어봤다.
 

"히카두와?"
 

그랬더니 다행히 여기가 맞단다. 2등석은 자리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기차에 올라탈때 전쟁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열려있는 창문에 가방을 일단 던지고 자리를 맡고 타라는 소리를 들었다. 20분쯤 서서 기다리니 기차가 서서히 들어온다. 긴장했다. 진짜 가방을 던져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그래도 처음 기차타는 거라 그렇게는 못하고 최대한 빨리 올라탔는데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그것도 창가쪽이다. 
 


말로만 듣던 스리랑카 기차여행이다. 해안선을 따라 기차길이 나있다. 가는내내 창밖은 바다다. 그리고 좀 가다보니 현지인들 집도 나오고 철도에 빨래도 널어놨다. 창밖이나 맞은편 기차의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항상 웃어준다. 내가 손을 먼저 흔들면 반드시 그들도 손을 흔들어준다. 그리고 스리랑카 사람들은 특이한 외모의 외국인인 나랑 말을 하고 싶은거 같다. 끊임없이 나에게 말을 걸어준다. 처음엔 인도 사람들이랑 비슷하게 생겨 나도 모르게 말거는 사람들을 경계했지만 이 사람들은 순수하게 나와 말을 하고 싶은거 같다.
 


그렇게 두시간 반쯤 달려서 히카두와에 도착! 여긴 작은 시골마을이다. 찌는듯한 날씨에 툭툭기사들의 유혹이 달콤했지만 예약해놓은 숙소가 기차역에서 600미터라는 정보에 그냥 걷기로 했다. 열심히 걸어서 도착한 chami's place. 목재 건물들과 바나나잎으로 지붕을 만든 예쁜 게스트하우스다. 그런데 여기에 여행자들은 많이 없나보다. 체크인하고 보니 여기 숙소 전체에 서양남자 두명밖에 없는 것 같다. 심지어 도미토리 방을 예약했는데 그냥 트윈룸에 혼자 쓰라고 준다. 
 

방에서 좀 쉬다 배가 고파 밥도 먹을겸 바다도 좀 걸을겸 나갔다. 바다를 따라 수많은 서핑샵과 스노클링 샵이 있다. 역시 바다로 가보니 서핑하기에 딱 좋은 파도가 보인다. 서핑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여긴 관광지라 그런지 꽤 밥값이 비싸다. 그래서 허름하지만 맛있어보이는 로컬 로티 집에 가서 밥을 먹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서 결심했다. 생각보다 작은 마을이고 여행자도 별로 없고 심심할꺼 같아 내일 바로 다른 도시 미리사로 떠나기로.
 


집에 돌아와서 아까 체크인할때 옆방을 쓰던 이스라엘 남자애 니브랑 인사하게됐다. 여기서 그냥 아침에 서핑하고 쉬고 서핑하고 쉬고 하는 생활 6일째란다. 내일도 서핑간다는 말에 나도 그냥 서핑이나 하자 하고 하루만 더 있기로 했다. 여행하면서 이스라엘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만 이렇게 친구가 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한적은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한국과 같은 전쟁국가다 보니 군대 얘기도 하고 이스라엘이랑 팔레스타인은 왜 전쟁 하느냐에 대해서도 이번에 자세히 알았다. 
 

내일은 서핑이다! 정말 오랜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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